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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6 | 연재 [교사일기]
참 교육 새 날이 올 때까지
김근수 전교조 정주정읍지회 연대사업 부장(2004-01-27 14:59:05)

전교조 결성 한돌. 결코 헤어질 수 없다며 붙잡고 울며 몸부림치던 사랑하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교단에서 내몰려 나온지도 벌서 1년이 다 되어간다.1989년 그 모질고 지루했던 여름,전국교직원 노동조합결성올 전후해서 몰아닥친 무지막지한 정부의 탄압과 이제는 예속과 굴종을 딛고 일어서 더이상 파행적인 정치권력의 이념만을 충실하게 대변해 주는 동조자 아닌 동조자는 될 수 없다는 이땅 교사들의 떨쳐 일어남. 집회. 농성. 단식수업. 탈진. 구속. 파면. 학생, 학부모와 각계 각층의 열화와 같은 지지------참으로 뜨겁기만 했던 여름이었다.숨막힐듯 내려 쪼이는 불볕더위, 몰아치는 폭풍우 속 에서도 수백명의 교사들이 목숨을 건 단식 투쟁을 하고 심지어는 한 여교사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몰면서 까지도 무자비하게 가해져오던 교육관료들의 회유와 협박, 구속과 파면의 서슬퍼런 칼날 앞에서도 무엇이 그토록 교사들을 당당하게 했던가. 더 이상갈곳이 없을만큼 썩어문드러진 교육계의 온갖 모순이, 그리고 진실과 양심에 따라 교육하겠다고 나선 교사들에 대한 반 인륜적이고 비열하기 그지없었던 탄압은 오히려교사들을 더욱 분노케 하였고 단결하게 만들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생활의첫 걸음을 교직에 내딛으며 꽤나 가슴설레였었다. 함께 생활해 갈 아이들의 생기있는 모습들을 상상해 보며존경받는 스승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가의 백년대계를 젊어지고 나갈 동량을 키워내는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세상에 어디있을까? 교사의 봉급정도면 살아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겠지 ? 하는 따위의 생각들로 직업 선택에 자못 만족스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의 생활이 시작된지 1년, 익숙하지 못한 많은 일들에 적응하며소신을 갖고 성실히 생활 해야겠다는일념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분주했었다. 그러나 아이들을 가르치며 함께하는 생활의 즐거움 보다는 웬지 모를 허탈감과 일에 대한 공허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국민으로부터 2세교육을 위탁받은 국민의교사의 한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자기확신이나 의욕보다는 심한 무력감을느껴야만 했다. 거의 매일 같이 지시전달사항이라는명분으로받아야하는허무맹랑한 일상적 강요들 또한 아무런 비판없이 받아들인 그 내용들의 성실한수행과 그 결과로 받는 개인적평가, 그런 굴레 속에서 항상 아이들에게 해대던 더 큰 강요들이 커다란죄책감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그것은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교육이 아니라교사 자신의 안일과 생계수단을 위한몸짓 이외의 어떠한 의미도 없다고 생각하며 몹시 괴로웠었다. 기성 세대들의 무서운 식민지주의적 사고와입시위주의 파행적 경쟁교육, 교육본연의 활동보다는 행정이 더 우위를 접하고 있어 극도로 관료화 되어진교육 현장의 모습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건강하게 비판할 줄 알며 자기의 개성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발전시켜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육성되어져야 할 아이들에게, 사고의 획일화와 맹목적 순종만을 강요하여 잘길들여져 항상 주인의 비위를 잘 맞추고 그로인해 사랑을 독차지하는 애완 동물처럼 내몰고 있지나 않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공교육의 기능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권가권력을 그들의 책임을 민간에 위탁했고 그로 인해만들어진 공생관계위에 육영이라는이름으로 설립 되어진 일부 사학의비교육적 처사와 가중된 통제는 또얼마나교사들을 가위 눌리게 했던가.
교육의 문제는 교사만큼 절실하게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 엄청난모순의 벽을 교사들이 함께 깨나가지않는다면 도대체 누가 깬단 말인가.교사가 올곧은 교육을 위하여 고통당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것은교사의 사명이자 교사의 삶이어야 한다. 교사는 모든 비교육적 문제에대해서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 분노할줄 모르는 교사는 교사로서의 임무를 포기한 것이다. 라고 언젠가 선배교사 한분이 들려 주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더없이 분주했던 해직생활 1년을되돌아 보며 참교육의 새날이 올 때까지 어떠한 고통 속에서도 즐거워하리라고 다시 한번 다짐 해본다. 선생님 힘내세요. 우리가 반드시 이겨요. 선생님. 아이들의 힘찬 함성이들려온다. 눈물겨운격려이다. 이땅의교사됨이 어찌 그리도 다행스러운지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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