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담」은 1920년대에 일제탄압을 피해 도미하여 LA에서 새로운 삶을 일구는 초창기 한국 이민들의 생활을 소설화한 자전적 작품으로서 l986년 11월 출판된 이래 뉴욕타임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LA타임스 등 미국 주요 일간지로부터 대단한 호평을 받았으며 UC버클리,UCLA, 워싱턴 주립대학 둥 많은 대학에서 교재로 쓰여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으며 이 책이 출판되자 곧 퓰리처상 수상 후보 1순위에 오르는 둥 미국 문단에 커다란 화제를 불러 일으킨 작품이다.「토담」의 작가 김난영은 1926년LA에서 태어난 교포2세로서 미국내 소수민족으로서의 갈등과 시련을 겪으며 자라났다. 미국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성장하고 교육을 받고 생을 마친 한국인 2세로서 자신의 부모를 통해 물려받은 전통과 의식을 이해한 작가의 깊이와 사랑은 매우 감동적이며 자신이 설 위치에 대한갈등을 한국의 얼과 뿌리에서 긍지를 찾는 것으로써 해결하고자 했던 그녀의 지혜와 용기에 머리를 숙이게 된다. 김화자 교수는 이 책을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소설 전체에 흐르는 의식세계와 정서, 그리고 대화나 문체에서 상당히 농익은 한국적 체취를 느꼈다’라고 쓰고 있다.
3부로 구성된 「토담」은 한국계미국 이민들의 시련을 묘사한 첫 번째 작품이다. 물론 작가는 이 책의 주제가 단지 이 세상의 곳곳에서 빚어지는 이민의 어려움이 아니라‘보편성’, 즉 인간의 본질적 가치와 삶의 내용, 인간의 추구와 희망, 성공과 실패 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삶의 전반적인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작가는 사건을 전개해 가는데 있어 3명의인물들의 시점을 통하여 엮어 나간다. 제1부는 혜수, 제2부는 그녀의 남편 전씨, 제3부는 그들의 딸인 페이가 중심인물이 된다. 사건은 시간상으로 볼 때 계속 진행되지만 각각은 하나의 단편으로도 손상없이 읽힐 수 있으며 각 편에서 각각의 인물을 중심으로 설정하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감으로써 그리고 각 편에 따라 다른 문체와 각 편에 할애한 분량에 따라 인물들의 성격을 파악하게 함으로써 한 사건에 대한 개개인의 입장과 전체적이고 객관적인 조망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의 제1부와 제2부에서 작가는 조국을 일본에 빼앗기고 망국의 응어리를 가슴에 담은 채 미국땅을 밟은 1910년대 한국인 첫 이민세대를 다루고 있다. 제1부 혜수편에서는 그녀가 미국으로 가게 된 사연이 나온다. 미국 선교사 밑에서 일하던 전씨가 선교사에게 중매를 부탁했는데 선교사의 부탁을 받은 혜수의 부모님은 그녀를 그와 결혼시켰다.
사실 혜수는 자신이 양반집안에 태어난 것을 항상 의식하고 있었으며 학자와 결혼할 것을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전씨의 이름이 항일 학생명단에 잘못 올라가 일본인들이 그를 잡으려고 하자 할 수 없이 미국으로 도망쳤고 혜수도 그를 따라 미국으로 간 것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외롭고 처절한 생활을 하게 된다. 직업을 얻는 문제, 집을 구하는 문제, 자녀들 학교문제에서 동양인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하여 나온다.
혜수는 한인협회에 가입하여 서기로 일하면서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노력한다.
조국을 그리워하던 혜수는 마침내 아이들을 데리고 자신의 고향인 평북 선천에 간다. 가는도중 배위에서 자기자신만의 이익을 위하여 일본인으로 가장한 선장, 그런 사람들을 찾아내는 투쟁가들과 부딪히게 된다. 고향에 돌아와서 그녀는 곽산에 있는 땅을 사놓는다.
제2부 전씨편에서는 가족과 함께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온 전씨가 전에 맺었던 야채시장 계약이 취소되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전씨는 도박에 열중하게 되며 그래서 모든 재산을 잃게 된다. 혜수가 양반집안의 딸로 감성이 강하고 충동적이며 미국생활에 빨리 적용하지 못한 반면 전씨는 농사꾼의 아들로 둔하지만 부지런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전씨는 이일로 인해 집을 나가 결국 죽게된다. 제3부 페이편에서는 비록 미국에서 태어났어도 동양인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한국인 2세의 좌절과 내면적 갈등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페이는 혜수와 전씨 사이에 태어난 막내딸이다. 전씨가집을 나간 후 페이네 식구는 수없이 이사를 다니며 고통을 겪는다. 혜수는 바느질을 시작하고 오직 그 일에만 전념하여 식구들의 생계를 꾸려나간다. 이 편에서 혜수는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 상으로 그려진다. 둘째 오빠 존의 비행, 일본아이인 제인과의 친구관계, 남자친구 윌리와의 관계, 아버지의 죽음, 일본의 진주만 습격 때문에 미국에서 한국인이 당하는 설움이 페이의 성장과정과 함께 진행된다. 마침내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분단되어 다시 고향에 돌아가서 살려고 사놓았던 곽산의 토지가 없어지게 된다. 작가는 미국에서 태어난 교포2세로서 ‘순조선’사람에 대한 개념설정에 고민하면서 그것을 ‘양반’으로 표현하고 있는 데 이 점은 무리인 듯 하다. 작가는 애석하게도 1987년 2월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으나 그때 썼던 한국인 2세들에 관한 이야기인「토담」의 속편이 곧 출판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