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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9 | 연재 [문화저널]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올바로 알때
이 승 은 ·계남중 교사(2004-01-27 16:18:04)

친구에게
들녘에는 노랗게 익은 벼이삭들의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풍성하게 해줘. 계남이라는 낯선 곳에서 낯선 아이들과의 첫 만남도 이렇게 노랗게 익은 벼이삭을 추수하기 시작하는 무렵이었지.
기쁨보다도 앞서 두려움과 떨림이라고 할까. 그 인상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느새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 햇병아리(신출내기) 교사는 제법 까무잡잡해진 모습으로 오이의 잎과 호박의 잎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도시에서와는 다른 맑고 신선한 공기, 땀흘려 일하는 농부들의 건강한 모습, 여름밤에 벌어진 야영훈련 중 바라본 쏟아지던 별빛.
하지만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아이들이야. 순간순간, 잃었다고 생각한 건강한 웃음들을 아이들의 체취에서 느끼곤 하지. 내가 아이들에게 주는 지식보다도 그네들에게 난 뭘 줘야 하나 하는 생각을 자주하곤 해. 우리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 중에 한가지는 우리 사는 곳에 대한역사, 문화 둥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거지. 나 자신 스스로 반성해보아도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졌나 싶어. 관심을 가졌다 해도 피상적인 것에 불과하고. 마침 친구의 권유로 새 n잡지를 두어권 신청해서 보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문화저널〉의 ‘참교육의 현장’에 실린 교사들의 체험기, 이 지역 문화의 일익을 담당하며 아름답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람들’, 우리문화연구인 ‘판소리란 무엇인가’퉁퉁 이런 것들이 눈에 띄더군. 여러 번 읽고 참 알찬 내용이라 생각했어. 가끔씩 아이들에게 내가 읽은 내용을 쉽게 설명해주고 그동안 느꼈던 문화적 단절감도 해소되는 기분이었어.
자신이 디디고 있는 곳에 뿌리내리고 사랑할 수 있을 때, 또 다른 새로운 세계를 접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이자라면서 자신의 고장을 사랑하고, 문화와 역사를 올바르게 알 때 새로운 지역문화가 바르게 자리잡고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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