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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10 | 연재 [사람과사람]
시동인「갈밭문학」
문화저널(2004-01-27 16:31:16)

살아가는 모든 것이 그러하듯 문학하는, 시를 쓰는 삶의 정신은 참으로 처절한 자기 투쟁이 아닌가 한다. 얼마전 소설가 조정래선생과의 대화속에서 물을 차고 날아오르는 새도 그야말로 처절한 몸짓에 의해서만 저 자유로운 하늘에 비로소 날개를 펼칠 수 있다는 전율과도 같은 이야기가 나온적이 있다. 삶의, 작품에 대한 치열한 정신이 없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다는 이야기다. 시동인 「갈밭」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치기만만한 문청(문학청년)시절 쯤이었을 대학 초년기에 시를 사랑하는 청년들이 모여 도인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때가 1977년이다. 벌써 1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들 자체의 작품 모음집으로 「벽」「소리」등을 발간하기도 하고 시인과의 대화, 시화전, 시낭송등을 꾸준히 지속시켜온 「갈밭」은 도중에 2년여동안 모임이 와해될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1987년 마침내 그들의 첫 동인지인 「강물 흘러 흘러 봄은」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곳 전북지역에서는 많은 문학동인지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대부분이 극단적으로 말하면, 일정의 계보주의적인 성격을 띤 동인집단들이라 볼 때 젊은 갈밭의 출범은 이 지역의 문학계에 잔잔한 기대감을 주는 것이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지역내에서 나름대로의 역사의식을 가지고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젊은 시인들의 「남민시」동인이 3집을 끝으로 이 무렵 해체되었다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막연히 시를 쓰고 싶었고...(중략)...시를 쓰기 위해서, 시인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사회의 벽을 향하여 내달렸고 그럴때마다 우리의 여린 가슴은 무너졌다. 그 무너진 가슴을 안고 귀환하는 곳이 「갈밭문학」이었다-갈밭 동인시집 3권 서문중에서-
갈밭에 있어서 특이한 점은 기존의 방식, 예를 들면 새해 벽두의 신문지상을 통하여 화려하게 등단하는 신춘문예나 각종 문학잡지를 통하여 등단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모두 동인지를 통하여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물론 위의 인용문을 보며 알 수 있었듯이 이들도 작품투고등 사회의 벽을 g야하여 내달리지 않았던 것은 아닐 것이다. 작품을 써서 그것을 꽁꽁 묶어 자신만의 벽장속에 감추려들지 않을 바에야 모든 문학하는 이들은 작품을 발표하여 대중에게 자신을 확인하려는 속성이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지면을 통하여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의 과정을 밟았느냐에 있는 것이다. 시가 노래이며 때로 역사의 목소리, 외침이라고 본다면 그 작품이 얼마만큼의 삶의, 시대의 치열한 정신이 깃들어 있느냐. 어느만큼의 진솔한 감동으로 다가서느냐에 있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 것이다. 「갈밭」동인에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다. 이제 10월 말경이면 든든한 삶의 노래를 담은 갈밭동인시집 제4집을 출간하는 이들은 분명 시인이다. 권강주, 김경은, 박상범, 박선희, 서정우, 양선자, 최영고, 황의상 등. 보험회사원이며 농부이며 교사이며, 이들의 다양한 직업과 그들의 삶을 통하여 나오는 아름다고 든든한 삶의 노래, 젊은 시인들인 갈밭이 이 지역 문학계에 불어넣는 신선한 감동을 기대한다.

- 연락처 전주 86-2306 문학공간 「시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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