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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10 | 특집 [서평]
한국사회론
지역연구모임(2004-01-27 16:32:05)

우리는 80년대 이후 변혁적 전망을 지닌 새로운 학문적 조류와 만나게되었다. 그 학문적 흐름은 지금까지의 보수적 학풍에 대한 자기반성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판적 인식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70년대말 한국 사회과학의 몰역사성 문제가 제기된 이후 80년대 사회상황은 기존의 학문적 전통에 충격을 던져주었다. 그에 자극 받아 사회과학계에 태풍으로 자리잡은 변혁적 전망을 지닌 학문적 흐름은 단지 학문적 자기반성만이 아닌 보수적 학문의 지배 풍토에 메스를 가하기 시작하였다. 여기 소개하는 「한국사회론(1990, 한울)」도 이러한 흐름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 보아 총체적인 이론적 인식으로서 토대분석, 상부고조분석, 사회운동사가 포함되어 있으며, 각론 적인 구체적 현실인식으로서 계급구조, 노동, 농업, 민중생활, 여성, 교육, 그리고 인문사회과학사가 포괄되어 있다. 이와 같은 내용들의 일부분은 이미 우리가 사회과학개론이나 한국정치론, 한국경제론 등에서 익히 보아오던 터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간 보수적 학풍에 의해 지배되어 오던 「한국사회론」강의에 대한 대체 교과서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해방 이후 한국사회의 구조 및 변동을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다.
이 책의 제 1부 총론에서 다루고 있는 이병천의 전후 한국자본주의 발달사는 오늘의 한국사회가 자본주의로 재편되는 과정을 종속적 독점자본주의론의 관점에서 정리하고 있다. 전후 한국 자본주의의 발전을 크게 3시기, 8·15에서 6·25까지의 시기, 6·25이후 4·19까지의시기, 5·16이후의 시기로 나누고 각각의 시기에 발전의 독자적 형태와 세계체내의 종속적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이 글의 강점은 역사의 발전 속에서 민중의 주체적 대응과 역할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조형제의 한국국가와 정치의 역사적 전개는 일반민중의 경제활동 및 일상적 생활을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정치 및 이데올로기 부문에 대해서 조차 강력한 통제력을 발휘하는 한국의 국가를 우리 스스로 어떻게 이해해야 될 것인가를 설명하고 있다. 필자는 이전의 글들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국가 권력의 성격을 자본주의적 사회관계, 특히 신식국독자적 축적기조의 지속 가운데 나타나는 신식파시즘이자 극도의 억압적 형태를 지니는 분단국가로 규정하고 있으며, 신식국독자로서의 한국사회는 반제와 반독점, 그리고 통일이라는 변혁의 과제를 지닌다고 한다.
정해구의 한국사회의 이데올로기 변동에서는 지배이데올로기의 핵심적인 내용인 반공이데올로기, 발전이데올로기, 안정이데올로기의 본질을 역사 속에서 파악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기층민중들의 계급적 민족적 의식의 자각과 저항이데올로기­반제반봉건민주주의, 민중적 민주주의 등­의 창출을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시점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이데올로기적 지배의 문제는 지역의식과 중산층의식이라고 보고 있는데, 중산층의식의 허위성 극복과 지역의식의 진정한 계급적, 민족적 의식의 발전도모를 과제로 제기하고 있다.
조희연의 현대 한국사회운동사는 해방후 한국사회가 경험한 변화의 총체적 의미를 규명하고 변화전망을 세우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글은 6·25이후 현재까지의 시기를 경제구조 및 정치체제의 변화를 기준으로 사회 운동의 발전사를 구분하고 있는데, 각시기는 시게역적으로 군부파시즘과 종속적 자본주의화의 모순에 대한 저항을 매개로 변혁적 사회운동으로 자기정립하는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예컨대 80년대 사회운동의 경우 70년대까지의 반파시즘적 민주화운동의 축적위에서 변혁운동으로서의 사상 이념적·대중적 기초를 강화시켜온 시기로 파악되고 있다.
제2부 총론적 인식에 기초하여 현단계 한국사회의 구체적 현실을 분석하고 있는 주제들고 구성되어 있다.
한국사회의 계급구조(서관모)에는 그동안 필자가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 한국사회에서의 각 계급·계층의 지위·역할을 해명하고 계급모순과 민족모순의 해결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한국노동문제의 역사적 전개(김형기)에서는 임노동론의 관점에서 해방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노동 문제가 어떻게 전개되어 있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여기서 노동문제를 자본의 재생산과 대립하는 임노동재 생산의 전과정­노동과정, 노동력 재생산, 노동시장의 순환계열­에서의 노자간의 계급모순의 발현으로 보고 변혁을 지향하는 노동자계급의 주체형성의 관점에서 노동문제를 해명해야 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한국농업문제의 전개과정(박진도)에서는 농업문제가 농업위기의 심화과정으로 파악되어야 함을 역사적 개관을 통해 정리하고 있다. 오늘의 농업위기의 근본원인이 대외종석적인 경제구조의 모순의 노정과 그 모순의 농업부문으로의 전가에 있음을 규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농업의 재생을 위해서는 강한 국민적 연대가 형성되어야함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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