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91.1 | 칼럼·시평 [서평]
『사회주의 개혁과 한반도』
지역연구모임(2004-01-29 10:50:48)

오늘날 사회주의 국가들은 거대한 변화과정 속에 놓여 있다. 즉, 고르바쵸프를 중심으로 하는 소련 공산당이 주도한 페레스트로이카가 소련국경을 넘어서면서 아래로부터 거세게 일고 있는 동구 이민혁명의 추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89년 1월 헝가리 공산당이 재야세력과 원탁회의에 들어가고 같은 해 4월 폴란드의 연대 노조가 합법화 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사회주권의 변혁의 행방은 주로 위로부터의 개혁이 성공여부에 달려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89년 가을에 이르어 그 동안 사회주의권의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되어 왔으며 분단국가로서의 같은 처지 때문에 우리의 관심을 끌어왔던 동독에서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을 시발로 변화는 급격하게 진행되었다. 연일 계속되는 대규모 반정부 민주화 시위 속에거 반나치 투쟁의 영웅 호네커가 실각했으며, 프라하와 소피아에서도 정권 교체가 이루어 졌다 또한 강경사회주의 노선을 걸어왔던 루우마니아에서는 개혁을 거부한 차우셰스쿠정부와 인밍 사이에 유혈 내전이 벌어졌으며 결과는 인민의 승리와 차우셰스쿠 처형으로 귀결되었다. 이러한 대변화가 동구권을 휩쓸고 지나가자 그 동안 사회주의 권 의 변화를 비켜보던 많은 사람들은 이 거대한 흐름이 어디로 옮겨갈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시키게 되었다. 이들은 대체로 알바니아, 쿠바, 북한등을 사회주의권 변혁의 차기 대상국으로 거명한다. 이들 국가들은 사회주의권 변혁의 영향으로 인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인가,변화한다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그간 사회주의권에서의 대변혁이 진행되면서(특히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는 줄곧 북한의 변화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 되어왔다. 거의 모든 여론매체들에서 “북한은 과연 변화할 것인가”를 놓구 무수한 물음과 예측성 답변들이 반복적으로 제기 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사회주의권의 변혁이 세계사적 보편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관심의 증가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요즈음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북한의 변화’에 대한 호들갑스러운 논의는 과학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정치적․이데올로기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고 여겨진다. 사실 오늘날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변화는 남북한 내부의 정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또 그 영향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지난 40여년간의 국제질서를 상징해왔던 ‘알타체제’는 근본적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두 개의 세계체제간의 대결을 전제로 한 힘의 균형체제라고 할 수 있으며, 한반도에는 이러한 양대 진영간의 대립이 각인되어 응고된 냉전구조가 분단을 매개로 거대한 규정력을 지닌 채 지금까지 존속해왔다. 따라서 세계체제의 재편을 동반하고 있는 오늘의 사회주의권 변혁은 기존의 냉전구조가 여전히 존속되고 있는 남북한 각각과 남북한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사외주의권의 변혁은 우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문제이지만, 그 관심은 북한체제의 일방적 변화를 예견하거나 요구하는 것이어서는 안되며 또 사회주의에 대한 자본주의의 일방적 승리를 선언하는 이데올로기적인 것이어서도 안된다. 오히려 근대 이후 줄곧 외세의 영향 아래에서 사래의 발전방향을 규정 당해왔던 우리사회의 경우, 이에 대한 관심은 이러한 변호가 가져올 국제질서 재편의 내용 및 그 영향,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이 아니면 안된다. 80년대 후반부터 사회주의권 변혁의 내용 및 성격을 둘러싼 수많은 논의가 우리사회의 사회과학계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지역연구 모임에서도 90년 초 사회주의권 변혁을 보는 몇가지 관점들을 간략하게 점검한 바 있다) 최근 그 성과들이 몇몇 정기간행물들을 통해 발표되고 있으며, 단행본으로 출판되기도 하였다(그 대표적인 것으로는 사상문예운동 편집부편「사회주의 대개혁 논리」풀빛, 1990등이 있다) 그러나 그간의 논의의 대부분은 사회주의권 변혁을 바라보는 우리의 이념적, 실천적 혼란을 일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민족민주운동진영은 한편으로는 이러한 변혁이 예상을 넘어 훨씬 광범하게 확대되는 것을 보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것이 지배집단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유리한 조건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곤혹스러워 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우리의 관심이 이러한 변혁을 지지할것인가 아닌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할 떄, 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사회주의 개혁을(긍적적이든 부정적이든)현실로 인정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90년 학술단체 협의회 제3회 연합심포지움의 주제였던「사회주의 개혁과 한반도」는 페레스트로이카에서 출발한 사회주의권의 변혁이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이 개혁이 남북한 관계와 통일 문제에 어껀 영향을 끼칠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무제의식에서 사회주의권의 변화를 조명하고 있다. 총 14개의 진보적 학술단체들이 참가한 이번 심포지움은 전체 3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에서는 사회주의 개혁의 본질문제라 할 수 있는 정치․경제․철학의 영역에서 사회주의권의 현실적이고 이론적인 변화과정을 검토하고 있다. 2부에서는 농업․민족․언론․여성․지역개발․문학 등 다양한 부분에서 진행되는 사회주의 개혁의 구체적인 모습을 살펴보고 있으며, 3부에서는 북한사회를 검토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사회주의 개혁이 우리민족의 장래에 미칠 영향과 이에 대한 대응을 주제로 종합토론을 별였으며, 같은 제목으로 한울출판사에서 출판된 자료집에서는 14개의 독립된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내용을 정리해서 소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최근 우리사회의 정치권력은 공안정책과 북방정책을 병존시키면서 사회주의권의 변혁을 정치․경제적 위기의 탈출구로 아용하고 있다. 이들은 사회주의권의 변혁을 자본주의의 승리, 사회주의의 몰락으로 도식화해서 이데올로기적 선전에 활용함으로써 정권의 안정화에 진보적 사회운동에 대한 탄압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북한과의 민족통일을 위한 논의가 민간차원에서는 완전히 차단된 채 정치권력에 의해 독점되는 현실 속에서 사회주의권의 변혁이 지니는 이론적․실천적 내용과 그것이 남북한 가가 및 남북한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는 이 책은(이것을 통독하는 데드는 적지 않은 시간과 인내심에도 불구하고) 일독의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이번 심포지움에서 제시된 원론적 수준에서 제안은 민족통일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남북한 양체제간에 관계 정립도 중요하지만 민주적․자주적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한 양체제 안에서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과 사회주의권 변혁의 와중에서 외견상 입지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독점자본에 대항해서 그들의 반동성을 배격하고 민주적 제 권리를 쟁취해 나갈 수 있는 민족민중운동진영의 전략전술의 개발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전술의 개발을 위해서는 민족운동진영이 민중운동의 추상성을 극복하고 국내민중의 구체적 생활상의 요구와 직접 연결시킬 숭 있는 정책개바을 서둘러야 한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