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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 | 연재 [문화저널]
사회사적 측면에서 본 서양음악사 1진정한 민족음악사 회복을 위하여연재를 시작하면서
문윤걸 전북대 사회학과 조교(2004-01-29 10:58:01)

오늘날 전세계의 음악적 상황을 살펴보면 각 민족 고유의 독특한 문화적 유산들이 대체로 잘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지 음악만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제반 다른 모든 문화적 양식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교통통신의 발달과 함께 멀리는 제국주의적 유산에 근거하고 있다. 근세의 서구에서 이룩한 과학 기술의 발달, 산업혁명을 통한 경제적 발전의 성과 등은 다른 제민족에 대한 서구우월주의를 가져오기에 충분하였고 이는 곧 제국주의로 발전하면서 식민지의 양산을 가져다 주었다. 서구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 개척은 타민족에게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되는데 경제적 측면 뿐만 아니라 문화적 측면, 민족의 고유한 생활양식에 이르기까지 제 민족의 생활 전반에 급격한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사회발전에 관한 서구의 근대화이론의 등장은 이를 더욱 부채질하여 서구의 경제적 발전을 최상의 모델로 두고 이를 달성키 위해 서구적 생활양식이나 가치관의 도입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되었다. 따라서 이를 받아들이는데에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고 그들의 생활양식을 모방하는데에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었다. 사회발전에 적용되는 근대화이론에 의하면 아직 덜 발전된 저개발국가가 사회경제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미 발전된 서구국가의 발전경로를 그대로 답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저개발국가에서 서구국가의 발전경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이론적 모델의 적용을 시도한다면 이는 서구적 가치를 이념형으로 하여 이를 추종하고 전통적 가치를 전근대와 미개발의 원인이라 파악하며 결국 예로부터 적용되어 온 전통사회의 관습이나 규범을 무너뜨리는데 쉽게 동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양음악의 등장은 상류계급의 지적 우월감을 채워주는데 최상의 메뉴일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 서양음악이 최초로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조선 후기 개항을 전후로 한 서양선교사들의 입국을 통해서였다. 이들에 의해 수입된 서양음악들은 대체로 서양의 민요를 변형한 찬송가류가 주류를 이루었고 최초로 한국에서 서양음악을 수용하고 이것에 관심을 갖게되는 인물들을 보면 거의 모두가 기독교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을 볼 때 이들 선교사에 의한 서양음악의 수입은 이후 한국음악계 전반에 종교적 이데올로기라는 측면에서 강하게 영향을 줄만한 것이었다.
더욱이 일제의 침략에 의한 제국주의의 시대에 근대적 교육을 받은 몇몇 선각자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서양음악이 수용되기 시작하는데 이들 중 음악을 전문적으로 수용한 사람들 중 대부분은 일본을 통해서 서양음악을 받아 들이게 되었다. 당시의 일본은 낭만주의라는 예술사조가 풍미하던 시대로서 이 시기의 서양음악들도 시대적 조류에 편승하여 낭만주의 음악이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따라서 한국의 음악도들은 자연히 이러한 분위기에 따라 낭만주의 음악을 먼저 접하게 되었고 결국 한국에서의 초기 서양음악은 낭만주의 음악들이 대세를 이루게 되었으며 이러한 음악들이 다른 음악적 양식에 비해 이해하기 쉬운 음악들로 생각되어 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까지도 여전한데 일년중 우리 나라 공연장에서 연주되는 음악작품들의 면면을 보면 서양의 낭만주의나 고전주의 작품들이 연주되는 빈도가 가장 높고 일반 대중이 선호하는 작곡가나 연주곡목 또한 이러한 음악작품들이 대부분인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서양음악에 대한 수용이 지극히 편향적임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이후 한국사회에서 서양음악은 급속도로 한국음악계 전반을 장악해 가기 시작하였다. 서구의 근대적 가치관이 항상 정당화 되면서 서양음악은 진보된 음악이며 한차원 높은 의식의 표현이라고 강조되어 왔다. 이러한 전반적인 흐름은 다분히 서양음악을 전문적으로 수용한 사람들과 그들을 통한 음악교육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는 앞에서 얘기한 것과 같은 우리의 음악적 현실에 대한 깊은 고민과 반성의 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체로 이러한 반성의 소리들을 요약해 보면 기존의 우리 음악적 현실이 서양문화 중심적이고 우리 고유의 것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우리의 것을 되찾으려는 노력으로 간추려 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타당하고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논리적 근거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우리 고유의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올바르게 계승해 나가자는 데는 이견이 있을 리 없으나 그동안 우리의 음악적 현실이 서양음악 중심이었다고 해서 이를 무조건 배격하려는 자세에는 쉽게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서양음악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그러한 음악이 탄생하게된 사회사적 배경 등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서양음악이 과대 포장되어 우리에게 전달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 가치없는 것으로 간주되어서는 안된다는 의미이다. 서양음악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비판 등에는 반드시 서양음악사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음악이 사회학적 또는 사회사적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한 시대에 쓰여진 음악작품의 내용은 그 시대의 일반적인 사회적 인식의 소산이며 역사적 생활권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한 작품에 대해 어떻게 사회적으로 조건지우느냐 하는 것은 작품에 영향을 주고 있는 제반 사회적 조건들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음악이 역사의식의 소산으로서 학문적인 대상으로 취급되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세기에 들어 서양의 학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다윈의 진화론이 역사의 발전과정을 설명하는 데 이용되면서부터 음악에서도 역사의식이 싹트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초기의 음악사학은 악보나 사료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를 위주로 하였는데 이러한 실증적인 연구는 몇가지 한계성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첫째로, 연구대상을 악보에 한정하는 것은 악보가 남아있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당시의 지배계급 즉 교회나 궁정으로부터 보호받기에 유리한 교회음악이나 예술음악들이기 때문에 세속음악이나 통속음악은 자연히 연구대상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다. 현재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거나 잘 알려진 작품들은 그 계급적 위치로 보아 대부분 <위로부터의 음악들>이다. 민속음악이나 대중음악같은 <아래로부터의 음악>은 무시되고 있는데 이러한 음악들도 분명히 그 시대에 존재하였고 당시 사회적 구조나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에게 일정하게 영향을 주고 받았다고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이들 두 양식의 음악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호간에 영향을 주고 받았으며 양식적 특성에까지 영향을 주면서 일정하게 다른 양식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따라서 논의의 초점을 <위로부터의 음악>에 한정하는 것은 서양음악사의 정확한 이해에 큰 장애가 될뿐인 것이다. 둘째, 이데올로기적 차원에서도 문제가 되는데 서양음악에 일정한 공헌을 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독일민족을 지나치게 우월시하는 (왜냐하면 현재 악보를 남기고 있는 소위 대작곡가 중에는 독일인이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민족적 이데올로기와 기독교를 신성시하는 종교적 이데올로기가 그것이다. 이는 서양음악사가 갖고 있는 이데올로기적 배경을 정확히 이해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편향적인 시각을 제공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셋째, 기존에 쓰여진 서양음악사에 대한 연구들은 사회사적 측면에서 쓰여졌기 보다는 음악양식의 변천과정을 중심으로 기술되어져 분명한 의미에서의 서양음악사라기 보다는 서양음악양식사라고 보아야 하며 그나마도 유명작곡가를 중심으로 기술되어져 당시의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기에는 다소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서양음악사가 당시의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이해시키지 못하면서 단순히 음악양식의 변천과정만을 중심으로 기술되었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로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서양음악양식의 올바른 이해에 일정한 공헌을 하고 있지만 그러한 양식의 변천이 사회와 어떻게 관련되는지 그리고 상부구조인 인간의 관념적 정신세계에 하부구조인 사회적 물질적 토대가 어떻게 관련된 음악의 변천과정이 다분히 설명되어져야 할 부분임에 틀림없다 하겠다.
음악사가 그 시대의 전체적인 음악의 흐름을 파악해내지 못하고 특정한 개인의 위대성에 대한 찬양이나 개인의 독특한 양식만을 설명해내는데 만족한다면 이는 진정한 음악사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회사적 측면에서 관찰한 서양음악의 변천과정을 살펴보고자 하는데 필자는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해 보지 못했고 또 필자의 능력부족으로 몇가지 한계를 사전에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그간의 서양음악사가 특별한 몇 명의 작곡가를 중심으로 기술되었다는 것은 반드시 지적되어야 할 문제이다. 왜냐하면 그 몇 명의 작곡가에 의해서 한 시대의 음악상이 결정되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를 잘 인식하고 있지만 이러한 한계를 필자 역시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로, 그간의 서양음악사가 언더그라운드에 있던 민족음악이나 소위 하층계급의 음악보다는 궁중음악이나 상층계급의 음악들을 중심축으로 기술되어 왔는데 필자가 노력은 하겠지만 역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셋째로, 자료부족과 직접 악보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부족으로 인해 일차자료를 직접 검토할 수 없다는 점도 역시 한계로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부득불이전까지 전문가들에 의한 해석작업을 빌어서 필자의 논의를 전개해 보고자 한다. 이상에서 지적된 여러 한계들은 필자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따라서 앞으로 음악과 사회와의 관계에 관심을 갖는 모든 이들의 연구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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