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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1 | 연재 [교사일기]
부끄럽지만 다시 돌아보는 교직 5년
최병우 前 오류중 교사(2004-01-29 11:10:26)

엊그제 이 오덕 선생님의 교단일기를 읽었다. 읽으면서 가끔 느낀 것은 성실하지만 고집이세고 잘못을 자주 였다는 것이다. 읽고 나서 가만이 생각해 보니 잘못을 적은 의도가 나름대로 이해되었다. 그것은 그러한 잘못들을 반성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통해서 지금에 이르는 좋은 교육관과 인격을 형성하게 된 듯 싶다. 더욱이 이 선생님은 그러한 잘못들에 대해서 일일이 변명하지 않고 그 당시 적었던 내용을 그대로 실어 깨끗하고 고매한 인격을 느끼게 하였다. 그래서 나도 교단 생활에 대한 첫글인 이 지면에서 부끄럽고 잘못된 경험들을 말하고자 한다. 그것은 개인으로서는 자학이 아니라 성숙할 수 있는 바탕이 되고 사회적으로는 교육뮨제를 생각하게 하는 재로가 될 것이다. 만 5년의 짤은 경력과 개인적 체험이 얼마나 보편화 될 수 있을련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러한 관점에서 적을것이고 읽는 여러분들도 흥미로운 개인적 체험이 아닌 이 나라의 교육 문제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된다면 나와 같은 의도로서 만나는 것이다.

시험점수 비공개
예전에도 그랬지만 이즈음도 학생들에게 시험과 성적은 달갑지 않지만 제일 큰 관심사이다.그것은 이 사회가 학력에 따라 사회적 지위-명예와 부가 거의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부모는 자식에게 성적을 제1의 가치로 끊임없이 주입하고 교사들도 별 생각 없이 좋은 성적을 강요하게 된다. 그러니 시험때가 되면 아이들은 긴장하게 되고 시험이 끝난 복도에서 교무실에서 선생님에게 정답을 물어 보러 오곤 한다. 그리고 다음 수업 시간이 되면 으레 교사는 채점한 답안지를 가지고 가서 학생들에게 점수를 알려주고 혹시 채점에 이상이 없나 획인 시킨다. 학생들에게 채점의 유뮤를 검사받고 나서 만일의 경우 학생들이나 학부모의 항의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다. 또 점수 공개시 일부 교사는 점수에 따라 매를대기도 하지만 굳이 때리지 않아도 점수 그 자체는 학생들에게 큰 관심사이기에 예상보다 낮은 점수는 큰 충격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좋은 점수는 큰 기쁨보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정도이다. 나는 교단에 서던 첫해부터 시험점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아우성치는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알고 있었고 무엇을 모르고 있었는가를 정확히 아는 것이므로 시험 점수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고 설득하였지만 그것이 아이들에게 이상적인 이해는 되었겠지만 심정적 수용은 되지 않아 매번 시험때만 되면 불만의 소리를 듣곤 하였다. 딱 두 번 담임이 직접와서 채점 확인을 요구 한적이 있는데 한아이의 것은 내가 채점을 잘못하였고, 또 한 아이의 것은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회 가정 학교에서 그러한 성적 제1의 가치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점수에 신경 쓰지 말라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없는 무리한 요구였던 듯 싶다. 만약 다시 교단에 선다면 점수는 공개하되 다른 방향으로 아이들에게 건강한 가치관을 심어주도록 유도해야겠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2학년 15반
교직생활 3년 동안 내게 한 번도 담임을 맡기지 않던 교장 교감 선생님께서 반 사정 반 위협을 하여 처음 담임을 맡았던 반이 2학년 15반이다. 처음 교실에 들어섰을 때 이부 아이들은 환호를 지르고 일부 아이들은 몹시 실망이라는 듯 아시운 한숨을 내쉬었다. 우선 나쁜 것은 없다 보다 좋은 것이 있을뿐이라고 나의 학습 경영관을 반영하여 미리 만들어둔 급훈을 알려주었고 청소는 자율에 맡기기로 하였다. 반장에 대한 성적 제한을 우리반에서는 철저히 철폐시켰다. 조회 종례 시간은 학급 문제를 토론하는 시간으로 하였다. 그리고 매일 5병 정도씩 개인 상담을 통하여 가정 환경 및 성격 등을 파악해 갔다.
시간이 얼마 지나자 아이들은 불평의 소리가 흘러 나왔다. 선생님의 학급운영 방식이 자율을 강조하기에 자신들은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바로 그 때 그 말들을 귀 기울였어야 하는 건데 나는 아이들에게 자율의 가치를 역설하며 조금씩 싸움의 태세를 갖춰나갔다. 아이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더니 드디어는 담임을 배척하게 되고 몇 개의 소집단이 형성 되었다. 청소의 자율은 꺠지고 번호대로 돌아가면서 청소하게 되었고, 조회 종례시간은 담임의 수업시간 학급회의 시간은 산만하기 그지 없고 노상 담임과 다투게 되었다. 다른 교과 선생님들은 15반 아이들을 불쌍하게 보기도 하였으며 우리 15반아이들은 학급에 대한 애정을 포기하는 듯 했다 언젠가는 4층에서 수업을 하다가 우리 반 체육 수업하는 것을 내려다 보니까 운동장을 돌고 있었고, 그것은 수업종이 울릴때까지 계속되었다. 마음이 몹시상해 쉬는 시간에 교시에 가보니 아이들은 기합 받은 데 대해 조금도 개의치 않고 웃으며 들어오고 있었다. 늘 15반은 다른 반에게 주눅이 들어 있었는데 딱 한번 기를 맘껏 핀적이 있었다. 가을 소풍을 4개반이 각 반 대앙 제기차기 엉덩이로 상대방 밀어내기 등을 하였고 15반이 발군이였다. 2학년의 마지막 주 어느 날 나는 조회를 하러 4층으로 올라가다가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15반 담장의 계단이 교실 옆 복도가 말끔히 물걸레 청소가 되어있고 복도의 창틀도 역시 마찬가지 였다. 다른 반과는 대조적으로 그날 오후 w번이 학급일지에 도장 받으러 왔을 때 짐짓 근엄한 표정으로 매를 들고 엎더려 뻣치라고 하였더니 그들은 날로 주변을 빙빙돌며 이유를 말해달라고 하며 끝까지 맞기를 거부하였다. 그래서 그들에게 아침에 받은 감동을 말하며 볼을 꼬집어 주었다. 1년동안 이상한 담임과 늘 싸우며 살아오며 상처 투성었던 15반 마지막 그 아이들은 무언가를 해내었다. 그 기쁨은 담임과 아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이지 싶다. 그 주변의 행위는 단순히 개인의 행위로만 느껴지는 게 아니라 15반 전체의 것으로 느껴졌다. 더욱이 그들은 대견스럽기도 이유없는 매를 단호히 거부하며 이유를 밝힐 것을 요구하였다. 마지막날 나는1년동안 모아둔 그들의 글 중 각자 모습을 가장잘들어낸 글을 1편씩 실은 글 모음집을 1권씩 나누어 주었다. 지금 읽어보다가 담임에 대한 욕이 왜 그리 많은지. 2학년15반! 나는 다시는 그렇게 철저하게 자율적 운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15반이 더욱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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