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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 | 특집 [특집]
관현악 부분의 괄목할만한 성장과 가능성
김원용 전북일보 문화부 기자(2004-01-29 11:21:08)

도내 음악계의 91년 한해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여러 형태로 전국적인 음악계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한 한해였다.
연초에 터져 나온 음대입시 부정사건 파장으로 한동안 이지역 연주활동이 그케 위축된 것이며, 해외연주단체의 활발한 초청공연, 모차르트 2백주년 각종 기념음악회 등은 전국적인 음악계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 대표적인 예들이다.
음악계 전체적인 흐름의 예로든 이같은 현상들은 실제 91년 한해 이지역 음악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입시부정사건에 다행히 이지역 음악인들이 연루되지는 않았지만 전국적으로 30여명에 이르는 음악인들이 법적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그 여파가 이지역에서는 연주회의 위축으로 나타났다. 방학이 겹친 연초 연주회는 예년의 경우에도 그리 활발하지 못하였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91년 1, 2월 두달동안 이 지역에서 연주회가 거의 열리지 않았던 사실에서 입시부정사건의 여파를 간접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여러나라의 연주단들이 잇따라 도내 무대를 찾아 연주회를 가진 것도 기억될 만한 사건이라면 사건이다. 예년의 1~2개 해외연주단의 연주회가 고작이었던데 비해 지난 한해동안에는 수적으로 10여개에 이르는 외국연주단 연주회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해외연주단으로 소련 레닌그라드실내악단을 비롯 영국 만토바니오케스트라, 이탈리아 꼬모현악3중주단, 오스트레일리아 스터링 현악 4중주단, 일본 가고시마현 관현악단, 성그레고리 합창단 등을 들 수 있고, 이밖에 독일 피아니스트 컨터 루드비히, 이태리 성악가 안드레아 길레나씨 등의 독주회, 독창회 무대도 꼬리를 이었다.
이같은 해외연주단의 도내 공연중에는 일부 함량미달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상당한 음악적 수준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중에서 특히 레닌그라드 모짜르테움 실내악단의 연주회는 최초의 소련 연주단의 도내 공연이라는 의미말고도 거의 완벽한 화음으로 이지역 음악계에 많은 자극을 준 연주회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모차르트 서거 2백주기를 추모하는 음악제가 세계 각국에서 활발히 열린 가운데 도내에서도 양적으로 이에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모차르트음악회가 마련된 한해였다. 전라심포니오케스트라가 「아마데우스 콘서트」라는 타이틀로 7회에 걸친 기획시리즈를 꾸민 것을 비롯 많은 연주단체, 음악인들의 모차르트 음악만을 레퍼토리로 한 연주회가 일년 내내 이어졌다. 이 결과 모차르트 음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기도 했지만 걸핏하면 「모짜르트 서거 2백주년 운운」으로 나중에는 곽객들에게 식상감을 안겨주었고, 일부에서는 음악의 사대주의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외형적으로 나타난 이같은 큰 흐름속에 도내 음악계는 각 분야별 나름대로 내실을 다진 한해였다.
그중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인 분야가 관현악 분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휘자와 단원간의 갈등으로 표류해왔던 전주시립교향악단의 객원지휘체제 운영, 90년 창단된 군산시향의 본격적이 연주활동, 민간교향악단 등의 출범으로 활기가 넘쳤다.
연초 상임단원을 크게 늘리는 등 악단을 새롭게 정비한 전주시향은 오랫동안 지휘를 맡아왔던 유영수씨가 상임지휘에서 물러난 뒤 객원체제로 운영됐다. 박동욱, 박은성, 유영수, 임원식씨등이 차례로 지휘봉을 잡으며 4차례의 정기연주회를 가진 전주시향은 여러 지휘자와의 호흡을 통해 나름대로 의욕을 보였지만 보다 안정적인 연주를 위해선 적격의 상임 지휘자 영입이 속히 매듭지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라심포니오케스트라의 활동도 주목을 끌었다. 기존의 전주신포니에타를 모태로 연초 발족된 전라심포니는 특히 이지역 유일의 민간교향악단이라는 점에서 그 활동에 적지않은 관심이 모아졌다. 이 연주단은 91년 한해 「아마데우스 콘서트」라는 기획 연주와 「메시아」전곡연주, 오페라 오케스트라반주등의 20회에 이르는 크고 작은 의욕적인 연주회로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전통적으로 가장 활발한 분야로 평가받는 합창분야에서는 이지역에서 열린 전국체전 개폐막식에 참여한 「전북연합합창단」의 연주회가 단연 돋보였다.
전국체전행사를 위해 이지역 시립합창단, 민간합창단, 교회성가대등에서 활동하는 1천 5백명으로 임시 구성된 연합합창단이 이끌어낸 합창무대는 이지역 합창문화의 현주소를 확인시켜준 의미있는 자리였다.
오페라무대는 호남오페라단의 「라트라비아타」공연 한 무대로 만족해야 했다. 이 지역 유일의 전문오페라단체인 호남오페라단이 2년간의 공백을 딛고 제작한 「라트라비아타」무대는 일부 미흡한 기술인력을 외부에서 충당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이지역 음악 예술인들에 의해 꾸며진 짜임새 있는 무대로, 뒤처진 이지역 오페라예술을 한단계 성숙시키는 바탕을 마련했다.
이밖에 개인발표회도 활발히 열린 한해였다. 김용진, 조장남, 장인숙, 박귀순, 방경숙씨 등의 독창회와 이지역 출신 테너 고성현씨의 성악무대를 비롯 송미희, 김현진, 홍일표 피아노 독주회, 은희천․김승민 바이올린독주회, 이경은 포르테피아노독주회 등이 관심을 끌었다. 또 창작음악분야에서 김정두, 이종록, 이준복, 김광순씨등이 활발한 작품발표회를 열었다.
지난 87년부터 「예루음악회」를 열어온 소극장 「예루」의 활동도 돋보였다. 91년 한해 소극장 예루는 50여회에 이르는 크고작은 연주회를 기획했으며, 그동안의 역량을 바탕으로 2백회 기념축제와 전주음악제를 성대하게 마련하기도 했다. 국악, 기악, 성악, 창작등 음악 전분야에 걸쳐 소극장 예루가 기획한 작업들은 이지역 음악계의 중심을 이루며 음악발전의 든든한 힘이 되어 왔다.
이밖에 마르카토금관앙상블, 아울로스 실내악단, 벨칸토 등의 소연주그룹과 음악모임 등도 각기 소리나지 않게 내실을 다졌고, 도내 5개 음악대학의 정기연주회, 졸업 연주회, 교수발표회 등도 이지역 음악을 풍성하게 했다.
이같은 도내 음악계의 양적․질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음악연주단체의 설립이 극히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작곡, 성악, 기악 등 여러분야의 음악인들로 구성된 전북음악연구회가 창단연주회를 가진 것과 전라심포니오케스트라의 발족을 제외하고 새로운 음악단체의 설립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지난 81년 창단돼 17회의 정기연주회를 비롯 고교순회연주회 등의 의미있는 연주활동을 이어온 글로리아 현악오케스트라가 창단 10주면 기념음악회를 끝으로 해체되는 아쉬움을 남긴 한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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