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년 정초부터 「올해는 선거의 해」라는 말이 오가며 “누구는 어떻고, 누구는 어떻다”고 하는 인물평이 스스럼없이 나돌고 있다. 선거철을 앞두고 있을 법한 일이기에 여기에는 별다른 이야기를 붙일 수 없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을 뽑아야 하는 일이 바로 선거이기에 물건중에서 좋은 물건을 고른다는 일도 어려운데 하물며 공천을 받고 드러난 숱한 후보자중에 이른바 선량을 뽑는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는 사람이 사람을 뽑는데 기본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뜻을 담아온 글자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여기 ‘比’자가 있다.
사람과 사람을 합쳐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본능적으로 은근히 비교하기 마련」이라는 뜻에서 이루어진 글자가 바로 ‘比‘다. 즉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스로가 항상 남과 은연중에 견주며 살아 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혀주고 잇는 글자다. 그런데 사람들은 객관적으로 선량을 뽑는데에도 각기 후보자와 나와의 관계를 생각하여 약간의 공통점(혈연, 지연, 학연)만 있어도 사람이야 어떻든 그대로 뽑아 버리는 타성에 젖어 있는게 일반적 현상이다.
(2) 여기 ‘選’자가 있다.
이 글자는 본디 ‘頁頁’(머리혈) 둘에 ‘共’(한가지 공)을 붙여서 만든 ‘ ’자에 다시 ‘착 ’(쉬엄쉬엄갈 착)을 붙여 「가리다」는 뜻을 나타낸 글자다. 즉, ‘選’자가 이루어진 얼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두사람(頁頁→已已)중에 여러 사람이 하나같이 받들(共)만한 사람을 뽑는다. 그러기 위해서 부적당한 쪽을 버리고 마당한 쪽으로 가다.
그럼 옛날에도 선거를 치루었느냐? 물론 치뤘다. 별다르게 똑똑한 사람을 대표로 뽑은 게 아니라 여러사람을 대표해서 제사모실 깨끗한 사람을 뽑았다. 따라서 ‘選;자는 사실 제사에 관한 옛 제도에서 유래한 글자이다.
(3) 여기 ‘擧’자가 있다.
‘擧’는 ‘與’에 ‘手’를 합친 회의문자이다. 즉 두사람이 손을 맞잡고 더불어 있음을 나타낸 ‘與’(더불 여)에 손으로 들어냄(手)을 붙여 「더불어 들어냄」을 뜻하는 글자가 바로 ‘擧’다. 즉 ‘擧’란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처럼 「물건을 아울러 들어야 가볍다」는 평범한 경험적 진리를 그대로 뜻함아 그려낸 글자다.
그렇다면 글자로 본 선거란 어떤 것을 말함인가? 선거란 바로 우리가 우리의 일을 맡길만한 착실한 인물을 들어내는 일이다. 그러나 글자속에 숨은 뜻을 찾아 보면 다음과 같은 원칙을 가려낼 수 있다.
① 옛날에 여러 사람을 대신하여 제사지낼 인물을 뽑는 일이나 지금에 나라 살림을 맡길 선량을 뽑는 일이나 무엇이 다르랴? 신성한 제사를 부정한 사람이 모실수 없듯이 깨끗한 사람을 뽑아 나라 살림을 티없이 꾸려가야 할 일이다.
② 여러 사람이 한결같이 받들어야 할 사람은 사실 각자 개개인의 사사로운 조건의 제약에 의해 선택되어야 할 일이 아니라, 마땅히 전체적인 우리와 더불어 살아온 사람, 앞으로도 더불어 살아갈 사람을 골라야 할 일이다. 그래야 그와 더불어 살 수 있고, 더불어 살 수 있어야 더불어 들어낸 보람도 있는 것이다.
아무튼 문제는 뜻에 있는 게 아니라 그 뜻을 실천하는데 있다. 선거를 두고도 마찬가지다. 올바른 뜻으로 역사를 진행시켜 살맛나는 한동아리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 우리가 이어가야할 참다운 뜻이라는 점을 또 다시 깊이 깨달아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