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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2 | 연재 [문화저널]
독자의 편지
최계섭 부안여상고 교사오현신 하서중 교사(2004-01-29 11:30:47)

각 지역의 구석구석까지 미치는 애정
최계섭 부안여상고 교사

전북문화예술정보지 「문화저널」, ‘제5권 제7호 통권 38호’.
이것이 바로 필자가 처음으로 저널을 접했던 91년 7월호이다. 촌노가 한 손에 막걸리 잔을 들고서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는 표지의 사진에서 저널에 대한 친근감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일단은 표지에서부터 뭔가 기대감을 갖게 해주고 있다는 생각 - 다시 말해 우리들의 살아가는 얘기일 것이고, 지나치게 현학적인 내용이 아닐 것이라는 - 이 들었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새로운 잡지를 대하면 제일 먼저 그 잡지의 편집인과 주간이 과연 누구인가를 살펴보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이들이 누구인가를 안다면 어느 정도는 그 잡지의 나아가는 방향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편집인과 주간부터 찾아 보았다. 다행인지 몰라도 편집인만은 어떤 분인가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 목차를 살펴보니, 약 25개 항목으로 나뉘어진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필진 또한 화가, 교사, 기자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었다.
“잡지의 홍수”라는 말에 걸맞게 우리 주위는 온갖 종류의 잡지로 넘쳐 흐르고 있으며, 현대인이라면 주간지나 월간지 한 두 종류 구독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또 그와 같은 홍수 속에서 살아 남으려면 잡지는 독자들의 본능을 자극하거나 시선의 현혹이 필수 요소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난 저널을 건강했고 밝았다.
지금까지 6개월간 저널을 접했고 또 저널에서 기획한 행사에도 한 두 번 참석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도 있었고 관심을 가지는 분야도 좀더 확장되었다고 여겨진다. 정치,경제,문화의 모든 면에서 중앙 집중이 현저한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지방문화의 활성화에 일익을 담당하는 저널에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고마움을 표한다.
어느 잡지나 마찬가지로 저널에도 편집 방향이나 기준이 설정되어 있고 이에 준해서 책을 엮어내겠지만 다음과 같은 사항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첫째 그간에 저널의 여러 분야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곳곳에 관한 기사가 실렸지만 시․군 또는 면 같은 지역단위의 특집기사를 엮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살고 있는 고장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우리 자신들을 돌아볼 수 있고 자긍심도 고취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지방 문화의 고양도 중요하지만 중앙에서 펼쳐지는 문하에 대한 안목도 길러주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으면 한다. 즉 중앙에서 실시되는 주요 행사 - 전시회, 공연, 세미나, 토론회 등 - 에 대한 내용도 다뤘으면 한다. 더불어 이 지방 출신으로 중앙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에 대한 사항도 알려줬으면 좋겠다. 이제는 행동의 반경을 넓혔으면 한다. 거기에는 지방지라는 한계성이 있겠지만 이를 극복하는 것이 과제일 것이라고 본다. 이 말은 물론 저널이 ‘전북문화예술정보지’라는 사실을 모르고서 하는 말은 아니다.
하여튼 적은 분량의 책에 다양한 내용을 전해주는 저널에 감사한다. 덕분에 관심밖에 있던 분야에 대해서도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다. 특히 살아 꿈틀거리고 있는 우리 지역문화를 알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독자의 편지

우리의 먹을거리는 무엇
오현신 하서중 교사

우리의 밥상을 채우는 무릇 많은 음식의 재료가 되는 밀이, 농약범벅이 되어 물 건너온 외국산으로, 우리나라에선 단 1%도 생산이 안된다니! 농약물에 예쁘게 씻기운 과일과 야채들이 백화점 등지에서 싱싱함을 뽐내며 진열되어 있다니!? 참으로 기막히고 눈물날일이다. 이것은 얼마전 텔레비전에 방영된 사실이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여교사들의 점심시간은 자못 숙연해졌고 그 무엇을 향하여 분개해 했다. 도대체 무엇을 먹어야 한단 말인가? 어쩌다 아침을 거르고 출근을 하면 그 코쟁이 밀가루 음식(한달 후 절반의 쥐를 죽게한 라면, 빵, 과자등…)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다. 생각 끝에 우리 몇 사람은 잡곡을 볶아 만든 미숫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든 영양죽으로 배를 든든히 하기로 했다. 점차 사람들의 호응을 얻은 라보떼(라면 보통 떼우기)가 줄어 가게 되었다. 보석 같은 우리 아이들! 그 아이들이 가공식품에 시들어 간다. 아이 아빠의 안쓰러운 마음에 사들고 온 비닐봉지 속의 과자 부스러기들, 자꾸만 끼니를 거르고, 잦은 돈투정 속에, 아이들의 이가 자리를 비운다. 오! 꽃같은 아이들! 잘 이해될 수 없는 말로, 밥상머리에서 애국심과 식습관을 이야기 한다. 착한 아이들! “엄마! 김은 가공식품 아니야?”하고 묻지만, 아이들을 지키기엔 역부족이다. 성인병의 원인이 스트레스와 가공식품이라고 하지 않는가? 더구나 요즘엔 소아 성인병의 발병률이 높다 하니 그냥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먹을거리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군것질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세웠다. 어릴적 고향의 돼지 잡는 날의 진풍경을 회상하며, 오늘, 아스팔트 위, 시멘트벽 속에서 아이들의 돼지를 기르기로 한 것이다. 저금통의 배를 가를 때면 마냥 즐거운 아이들에게 경제교육과 이웃돕기를 시도해 본다.
십년에 가까운 남의 집살이가 진저리나, 갈수록 부르는게 값이 되어버린 전세금이 겁이나, 1년전부터 남편과 난 전주 근교를 무던히도 뒤지고 다녔다. 조그마한 터를 잡아 조립식 주택이라도 지어, 유기농법으로 무공해 채마밭도 짓고, 주말농장도 운영할까 해서이다. 하지만 시골집 또한 우리를 기죽이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러나 지칠 수는 없다. 머지 않아 우르과이라운드는 타결될 것이고, 우리 농가는 살길을 잃어 도시 빈민이 될 것이며, 우리의 먹을거리는 가격이 싼 외국산이 된다는 데, 생존권을 위협 받는,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나오려 한다.
농사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면 아침 저녁 여가로라도 농사 지으면 어떨까? 힘들더라도 가격이 비싸더라도, 제 것 먹고 살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우리 농가 살리고 우리가족 건강 지켜 보자는 것이 이 소박한 소시민의 바램이다. 이러한 바램이 넋두리가 아닌, 진실로 초록빛 채마밭 물결이 되어 널리 이 나라에 확산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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