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보존은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는 피할 수 없는 상충적인 개념이다. 개발을 하면 보존의 문제가 발생하고, 그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현대는 파괴의 시대이면서 이와는 상반되게 인간은 원시에로의 복귀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그러한 간절함과는 달리 개발에 열중하고 있음을 우리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즉,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이라고 지정된 것은 본래 취지에 어긋나게 인간들의 무지함으로 인해 파괴되어가고 있으며, 도시 근교 녹지를 보존키 위한 그린벨트가 점차 해제되어가고 있어 인간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자연마저도 상실해 가고 있다. 도시화 추세 속에서 고층화된 건물로 인하여 인간들의 시야가 가리워졌으며,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공간 공해”를 초래하였다.
산업화되고 기계화된 현대사회에서 우리들에게 마음의 고향을 찾게 하고, 전통적인 생활공간을 보호하기 위해 소위 “민속마을”이 지정되었다. 즉, 안동 하회마을, 제주 성읍마을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민속마을이라고 지정되어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 과연 진정한 전통을 보전해 주는 것일까? 이것에 대하여 쉽사리 단언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관광지로서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이미 상실의 언저리에 있는 것이다. 시대적인 추세에 따라 변모되든 그렇지 않든 자연스럽게 유지되도록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겠다. 마을 주민에게는 오랫동안 뿌리박고 살아온 터전에 대한 의식이 짙게 베어 있기에 본래 모습대로 보존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그네들의 삶을 바꾸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번“저널여정”에서는 우리들 삶의 가장 원초적 터전이 마을 하나를 소개한다.
“칠보 원백암 마을” (정읍군 칠보면 백암리 원백암마을) 민속마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마을의 옛 모습이 보존되어 있기에, 조만간 민속마을로 지정된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 마을은 주변 마을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마을로서 약 500여 년 전에 이루어 졌다고 한다. 마을 뒤로 수려한 태자봉이 줄기를 타고 내려와 나지막한 지점에 길다랗게 남향을 h줄지어 100여 호가 형성되어 있다. 가옥 중 서너호는 여전히 초가집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민간신앙으로 마을 굿이 지금까지도 행해진다.
즉, 마을의 번영과 액운을 물리치기 위하여 마을 주위의 24당산을 모셔오다가 그 후 12당산을 모시게 되었다. 또 2기의 장승, 1기의 남근석, 수기의 선돌이 현존하며 풍수적 이야기도 전한다. 마을입구에는 이마을 출신으로 자선사업가인 모은 박잉걸(慕隱 朴仍傑)의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이 마을은 제 14회 백제기행 답사한 마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