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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3 | 연재 [파랑새를 찾아서]
부안 대벌리 짐대
이상훈 (교사 진안고)(2004-01-29 11:51:45)

부안지역은 역사적, 문화적, 지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으로 어느 지역보다 많은 문화재가 남아있다. 선사문화 유적으로는 조개무늬․고인돌․선돌 등과 불교문화의 대표적 사찰, 도요지가 집중적으로 분포한다. 역사시대에 들어서 백제중흥의 중심으로 생각되는 개암사뒤의 주류산성은 백제중흥이 꺽임으로 인해 유민의 恨이 서린 곳이며, 왜구 참입시 의병들이 항쟁하였던 호벌치․청등치등의 유명한 전적지가 있다.
특히 평야와 해안도서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많은 민속신앙물이 “원형질” 자체로 전승되고 있다. 위도의 띠뱃놀이를 비롯하여 부안읍을 중심으로 산재한 당산제, 장승․짐대신앙등은 풍농과 풍어,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바랬음을 보여주는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역의 민속신앙물중 장승과 짐대는 어느 지역보다 집중적으로 분포해있으며 대부분이 돌로 만들어졌다. 이는 세워진 장승과 짐대가 주로 화강암지대에 위치하고 있고, 지금까지도 현존하는 것은 재질면에서 돌로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돌문화”로써 많은 민속신앙물이 형성된 부안지역의 짐대 중 계화면 대벌리 짐대는 다른 어느 곳의 짐대와는 달리 독특한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신앙의식에 있어서도 특이점을 가지고 있다. 부안군 계화면 대벌리는 본래 해안가 어촌마을이었으나 개화간척사업으로 인해 행정구역이 행안면에서 새로이 생긴 계화면으로 편입되었고,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게 되었다. 이곳에는 지방민속자료 제 7호로 지정된 두 마리 돌로 만든 새가 돌기둥에 올려진 형대(두마리새 돌짐대)를 취하고 있는 짐대가 현존한다. 이 짐대는 대벌마을 당산으로 마을을 수호하는 역할을 하며 돌기둥에 새겨질 글귀로 보아 부안읍 동문안 당산과 함께 세워진 연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민속신앙물이다. 주당산으로 모셔지는 짐대는 할머니 당산이고, 할아버지 당산은 소나무를 베어다 세운 것으로 음력 정월초 사흗날에 제를 거향한다. 제는 어느 마을에서와 같이 깨끗한 사람으로 제관을 선정하여 제물을 차리고 지신밟기로부터 시작된다. 보통 부안지역 짐대신앙은 집단의 단결을 잘 나타내주는 “줄다리기”를 행한 후 그 동아줄로 짐대기등을 둘러메는 “옷입히기”를 행한다. 그런데 대벌리 짐대신앙의 경우는 특이하게 “베다리기”라 하여 준비된 무명베를 양쪽에서 끊어질 때까지 잡아당겨 끊어진 표시로 보아 제가 정성스럽게 지내졌는지의 여부를 판정한다. 마치 줄다리기의 승부로 그 해의 풍흉이 결정되는 것과 유사하다. 또한 “머리얹기”라 하여 짐대에 올려진 두 마리의 돌로 만든 새를 “베다리기”한 무명베로 감아준다. 이와 같이 “베다리기”한 다음 “머리얹기”를 하는 의식은 “줄다리기”를 한 다음 “옷입히기”를 한 것의 변형된 것임을 보여준다. 특히 대벌리 마을에는 당산제가 어떠한 형태로 운영되었는가를 알 수 있는 민속지적인 기록인 《大筏堂弟(대벌당제)》가 귀중한 자료로 남아 있다. 그라나 오늘날에 와서 당산제는 폐지되어 단순히 하나의 돌기둥으로 본래의 의미를 상실한 채 버티어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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