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3 | [시]
갇힌 꽃
김용택
(2004-01-29 11:57:31)
일곱명의 아이들을
강물따라 집에 보내고
가문 봄강 하나를 건너
너를 만나러 간다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은
먼지가 뽀얗게 일어나는 비포장도로
머리가 허연 할머니와 나만 탄
완행버스는
덜컹덜컹 흔들린다
흔들리며 바라보는 산천은
온통 꽃이다 꽃
꽃이 흔들린다 덜컹거릴 때마다
산이 크게 출렁인다
차창으로 내다보는 시골집 텃밭엔
지푸라기 사이사이로
파랗게 마늘이 자라고
허물어진 빈집엔
하얀 배꽃이 피었다.
허리 굽은 할머니는
포장도로가 나오기전에
때절은 보퉁이를 끌어안고 내려
뽀얀 먼지속에 묻힌다
지금쯤 아이들은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
책가방을 먼지낀 마루에 던지고
봄이오는 강으로 달려 갓을 것이다
전주에 다 가도록
감옥안의 너와 꽃과 아이들과 조국을 생각한다
조국은 지금
갇혀서 너와 함께 꽃이다
김용택
1948년 임실출생
1982년 창비 21인 신작시집에 「섬진강 1」외 8편 발표
1986년 제6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섬진강』『맑은 날』『누이야 날이 저문다』『꽃산 가는 길』『그리운 꽃편지』등 발표, 현재 임실 덕치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