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 들어서면서 우리민족은 유래없는 고난과 설움으로 얼룩진 역사의 질곡을 헤쳐나왔다. 그 어두운 시대가 우리에게 부여한 것은 ‘깨어있으라’는 명제와 산 증인으로서 역사앞에 떳떳하라는 사명감이었다. 4․19혁명이 부정부패가 만연한 시대에 역사와 후손 앞에 떳떳하려는 민중의 사명감의 발로 였다면, 젊은 문학인들의 사명은 그 피끓는 역사의 현장과 민중의 함성을 생생하게 전하는 일이었다.
시인 김수영은 4․19혁명을 이렇게 노래했다.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그 지긋지긋한 놈의 사진을 떼어서
조용히 개굴창에 넣고
썩어진 어제와 결별하자
민주주의는 인제는 상식이 되었다.
지유는 인제는 상식으로 되었다.
이무도 나무랄 사람은 없다
아무도 붙들어갈 사람은 없다.
<우선 그놈의 사지을 떼어서 밑식개로 하자 中>
해방과 남북분단, 6․25와 휴전선으로 이어지는 숨가쁜 격동의 시대에 젊음을 살았던 김수영에게 세계는 회의와 절망의 대상이었다. 그의 영혼에 깊이 새겨진 상처는 그의 生을 좀먹고, 썩은 어제의 냄새는 그의 목소리를 퇴화시켰다. 그러나 때가 되었을 때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민중의 편에 서서 4․19혁명의 벅찬 감동과 환희를 노래했다. <그놈의 사진>을 떼어 밑씻개로 하여 개굴창에 버리고, <썩어진 어제>와의 영원한 결별을 선언했다. 그리고 이제는 <상식>이 된 <민주주의>와 <자유>를 소리높여 찬양했다. 그에게 있어서 <민주주의>와 <자유>는 이제 단순한 시적 소재가 아니었다. 민주주의와 자유의 쟁취는 시대가 그에게 부여한 사명이었고 至上目標가 된 것이다. 4․19혁명이 시대에 대한 민중의 준엄한 심판이었다면, 김수영 시인은 잡초와 같은 그들의 생명력ㅇ르 노래한 민중문학의 정초였다. 이제 4․19혁명 기념일을 맞아 그가 우리에게 준 메시지를 되새겨 본다. ‘썩어진 어제와 결별하자’그리고 그 위에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것은 우리의 사명이리라. 과연 우리가 쌓고 있는 초석은 어떠한 세계를 만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