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3 | [문화저널]
내가 느낀 역사
나유미․옥구서중 3년
(2004-01-29 11:59:38)
국민학교에 다닐 때부터 나는 사회과목을 좋아했다. 그런데 중학교에 올라와 세계사와 국사를 접하면서 나는 좀더 넓은 안목으로 우리 민족과 타민족을 이해하고 비교할 수도 있게 되었다. 특히 국사를 배우며 우리 민족의 슬기와 능력을 확인하면서 자부심으로 마음 부풀었던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배워왔던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자랑스러운 일, 승리감에 도취되었던 일 등, 나에게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해 주었던 일들이 많았지만 반면에 부끄러웠고 실망스러웠으며 내가 그러한 상황에 직면하였다면 꼭 그러한 방법을 썼을까? 하는 것 등에 대해서 고민한 적도 많았다.
내가 우리나라의 역사중에서 무척 실망스럽게 생각한 예들 들자면 “신라의 삼국통일”이다. 이것은 극히 상식적인 일이지만, 나를 수치심 속에서 고민하게 했던 것이다. 신라라는 조그마한 나라 고구려나 백제보다 문화도 떨어지고 역사도 짧은 나라가 비약적인 발전으로 통일을 한 것에는 큰 의의가 있다 하겠지만 나는 그 통일 과정이 정말 싫었다. 왜 신라는 중국의 힘을 빌었어야만 했을까? 외세의 힘을 빌어 같은 동족을 무참히 짓밟고 혼란에 빠뜨리다니 난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 아무리 신라가 힘이 부족했더라도 자신들의 힘으로 통일을 해야만 했었다. 힘이 모자란다고 타민족이 우리 민족을 무참히 짓밟도록 한 신라의 태도를 난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신라의 삼국통일이 내게 실망만을 안겨 준 것은 아니다. 자랑스러움도 안겨 주었다. 그것은 계백장군의 용기와 나라에 대한 충성심, 애국심이다. 백제의 의자왕은 주지육림에 빠져 있고, 신라는 나당 연합군과 함께 쳐들어 올 때 나같았으면 나 혼자 살겠다고 도망을 쳤거나 신라군에게 항복을 하였을 텐데 끝까지 장렬하게 싸우다 돌아가신 계백장군님께 나는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또한 그분의 자기 가족을 신라의 노예로 만드느니 차라리 눈물을 머금고 사랑하는 아이들과 아내를 죽여 끝까지 자랑스런 백제인임을 증명시킨 그정신, 나라면 감히 흉내도 내지 못할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일 때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내가 실망한 것들 중에 또 한가지는 서로의 시기심을 참지 못한다는 점이다. 고려의 명신이었으며 동북 9성을 쌓는데 힘이 되었던 윤관, 그의 그러한 노력은 그를 시기하는 사대주의에 찌들은 자들에 의해 물거품이 되고 그는 관직에서 물러나는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시기심, 이것은 어느 누구나 가지고 태어나는 인간의 본성 중의 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을 잘 조정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품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남에 대한 시기심은 우리도 가지고 있다. 친구가 선생님께 칭찬을 받으면 같이 기뻐하여 주는 것이 도리인데 차별대우를 한다느니, 어쩐다느니 하며 친구와 선생님을 비방하는 것도 시기심의 일종이라 생각한다. 물론 나도 그러한 적이 많았지만…… 아무튼 시기심이 커지면 민족분열이 일어나고 급기야는 그 나라가 망해 버리고 마는 것이라는 진리를 역사는 잘 보여주고 있다.
민중은 그나라의 역사를 비춰주는 등불이라고 한다. 그러한 중요한 등불 역할을 하는 민중의 참모습은 언제나 참는 자였고 주는 자였고 베푸는 자였다. 하지만 지난날의 역사에서부터 지금까지 민중과 일부 계층간의 갈등은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다. 한 예를 들어볼 때 일부 계층에서 아주 호화로운 음식에 도금한 그릇들을 쓰고, 금을 씌운 집에서 살 때 민중은 배고파했고 헐벗었으며 가난에 쪼들리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이 내가 지금까지 역사를 배워가면서 느꼈던 가장 큰 실망이었다.
똑같이 태어나 한 인간으로서 자라야 할 몸인데 누구는 부모님 덕택에 관직을 다 하고 자기 멋대로 힘 약한 민중들을 쥐어짜는가 하면 누구는 종의 자식으로 태어나 늙어 죽을 때까지 허리한번 못펴고 산다는 것은 신분이 있다는 것만 빼고는 지금 우리 사회의 모순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진정 우리를 이끌 지도자라면 민중의 힘과 고통과 노력을 바로 알고 이끌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왕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아니 먼저 내가 만약 시간을 오갈 수 있다면 포악했던 왕들에게 그리고 탐관오리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진정 이 나라를 이끌어 갈 지도자들이라면 백성과 함께 생활하며 고통을 같이 나누고 같이 아파해주고 희노애락을 같이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요”라고 말이다. 조금은 주제 넘은 이야기인 것 같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역사 학자이다. 내가 역사 학자가 된다면 나는 학생들에게도 그와 비슷한 말을 해주고 싶다.
“누구나 인간은 평화롭다”
또 나는 학생들에게 바른 역사와 그 역사를 비판할 수도 있고 좋은 점을 토론할 수도 있는 그런 마음을 심어 주어 한국인임을 어디에서나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