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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3 | [저널초점]
꿈이자 미래이며 가장 분명한 우리의 자산을 지켜주는 일
윤덕향․발행인 (2004-01-29 12:02:42)
요즘 직업상 필요에 의하여, 혹은 의도적으로 신문과 TV를 접하는 기회가 적어져서 세상 돌아가는 일을 잘 알수가 없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신문을 챙겨들고 TV의 스위치를 켜던 일상적인 생활에서 벗어났음에도 아직 큰 불편이 없고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그리 크게 세상을 모르는 소리는 하지않는 것같다. 하긴 얼핏얼핏이나마 세상돌아가는 큰 흐름을 귀동냥으로나마 들으며 살기 때문에, 그리고 어차피 작은 일들이야 매일처럼 반복되는 것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언론매체를 얼마간 소홀히 하는 생활속에서도 도저히 흘려넘길 수 없는 점이 있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말한 것처럼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에다가 띄엄띄엄 읽은 신문, 방송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이니 혹시라도 잘못이 있으면 그런 쪽에서 양해해주기를 부탁드린다. 승객에 대한 서비스와 운송업체의 경영적자를 해소하기 위하여 운송요금을 인상한 것은 항상 있는 수법이니 오히려 당연하고도 적당한 일이다. 오히려 그 정도밖에 올리지 않은 당국에 고마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으며 운송업계의 사장님들에게 감사장이라도 전해야 될 일이다. 덧붙여 요금을 올리기 위하여 그 알량한 서비스를 더욱더 형편없게 하는 일이 없도록 1년에 한번이나 두 번씩 정기적으로 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것을 감히 부탁드린다. 신문과 날 지난 구문을 깐에 샅샅이 뒤져보아도 총선거 일자가 잡힌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도 새해에 접어들자마자 신문과 잡지, 방송마다 마치 큰 난리라도 난 것처럼 선거 이야기로 법석이다. 각당의 공천이 끝난 시점이고 우리의 선량을 선출하는 일이니 그럴 법도 하지만 언젠가 될지 모르는 선거를 위하여 지금부터 선거 기분에 젖어있는 느낌이다. 시골 구석에 있는 탓인지는 몰라도 많은 보통 국민들은 아직 선거를 의식하기에는 먹고 사는 일이 바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도 우리의 위대한 정치지도자들은 선거의 결과에 따라서 우리 각자의 삶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처럼 떠들어댄다. 그리고 각종 언론매체들은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도록 강요하며 한없이 나댄다. 선거 열기로 근로자가 빠져나가서 생산업체가 타격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국민을 위하여, 국가 경제를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미룬, 몇마디 바른 소리를 한사람을 국민을 위하여 공천에서 탈락시킨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은 그럼에도 지구당 개편대회에서 목펑을 높이기에 여념이 없다. 거기에 더하여 우리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은 이상할 정도로 높다고 자탄하는 언론 매체들은 많은 지면을 선거이야기로 뒤를 받쳐 바야흐로 전국이 선거의 열기에 휩쓸린 기분을 내고 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우리의 대표를 선출하는 일이 중요한 행사이고 축제라는 것을 모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잔치를 벌리고 장밋빛 분위기에 마냥 취해있을 만큼 국민의 선량이 되겠다는 분들 모두가 훌륭한 경륜과 양식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배냇자식을 놓고 벌리는 잔치는 차라리 그 부모의 아픈 마음이 우리를 감동 시키지만 이건 그런 잔치가 아니다. 정말 그를 지지하여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구를 도저히 지지할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선거가 아닌가? 어차피 세상사 최선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최선일 수 있는 인물은 피하거나 눈밖에 나서 애시당초 얼굴을 내밀수도 없는 선거가 아닌가? 그래 놓고도 자기들끼리 판을 벌리고 벌써부터 지지고 볶고 야단법석을 부리고 있다. 입만 열면 국가 경제를 위하여 조용하고 돈들지 않는 선거를 치루어야된다고 한다. 또 참된 민주주의를 위하여 공명선거를 유도하기 위한 기구도 마련하였다. 이런 판국이니 「뉴키즈 온 더 블록」이라는 외국 가수 공연에 십대들이 그 난리굿을 벌리는 것이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번 광란은 청소년의 참된 영웅이 없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십대들에게 참된 우리 문화를 가르치거나 알려주는 대신 광란하도록 부추긴 것은 변변한 놀이마당 하나 마련해주지 않은 기성세대들이다. 무대를 향하여 제자리를 뛰쳐나가도록 부추긴 것은 ‘영계’술집을 만들고 ‘영계’를 즐긴 기성세대들이다. 우리 문화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비틀대는 판국에 십대들이 뉴키즈의 음악성이나 춤에 도취되어, 아니면 하다 못해 그들의 외모에 심취하여 광란한 것이 아니라 단지 환상속에서 광란하였음을 비난할 자격이 적어도 기성세대는 없다. 우리네 십대들에게 마음껏 놀 수 있는 시간이 언제 있었는가? 아니 십대가 되기 이전부터 피아노 학원이다 웅변학원이다 하여 공부에 찌들리는 시간들의 연속이 아니었는가? 교육의 목표가 지덕체의 함양이라고 되뇌면서도 우선적인 것은 일류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아니었는가 말이다. 그 좋아하는 선진국 어느나라에 대학입학 시험문제가 유출되는 곳이 있었는가 말이다. 또 어느 곳 하나 마음 놓고 청소년들이 공부를 떠나 놀 수 있는 곳이 있으며 그들만의 놀이 문화마당이 마련된 적이 얼마나 있는가? 이법 십대들이 벌린 이해할수 없는 행태에 십대들의 건전한 문화를 육성한다는 명목하게 곁들인 기성세대의 계산된 상혼과 부추김은 없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마치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가들의 입에 발린 말처럼 십대들의 순수함을 겨냥한 청소년 문화 운운하는 얄팍한 장삿속은 없었는가 말이다. 십대의 건전한 문화를 부추기고 북돋우기 위한 행사였다면서 책정한 입장료가 청소년들에게 적정한 것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차라리 장사꾼으로서 이익을 남기기 위하여 행사를 마련했다고 한다면 정직하다는 소리라도 들을법한데 명분으로는 청소년을 위한 것이란다. 정말 소가 자다가 벌떡 일어나 웃을 일이다. 아마 이번 일로 당분간 무슨 외국 가수들이 청소년 문화 운운하는 명분으로 우리나라에서 공연하는 일이 어려울 법하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예로 보아 짐작되는 일이다. 수학여행을 가다가 교통사고가 있은 다음 한 때 중고교의 수학여행이 중단된 것과 같은 식이다. 말썽의 소지가 있는 것은 안하고, 못하게 하면 된다는 발상이다. 그 일이 교육적으로 청소년의 정서를 위하여, 청소년 문화를 위하여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느냐는 따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저 기성세대로서는 말썽없이 시간만 지나면 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지적처럼 밑바닥 얇은 남비처럼 끓기 좋아하는 우리네 사회는 당분간 이번과 같은 사고가 있을 마이클 잭슨이나 마돈나 같은 외국 연예인의 공연을 제한할 것이다. 또 청소년 문화, 청소년 문제가 심각하다고 얼마간 떠들 것이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성세대에게 근본적인 해결은 너무나도 어렵고 그저 지금까지처럼의 미봉책이 쉽고 간단한 것이다. 아니보다 심하게 말하면 ‘나의 딸’이 아니라면 ‘영계’가 좋으며, ‘나의 아들’이 아니라면 우리의 청소년들이 ‘어둠의 자식’이 되어도 상관없는 것 같다. 언제나처럼 기성세대들은 곧 정치판에 관심을 돌리고 뉴키즈 온 더 블록 소동은 이런 저런 원인과 대책이라는 말잔치속에서 유야무야 잊혀질 것이다. 그러나 참으로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정치판의 어지러운 말잔치가 아니다. 그것은 다음 세대의 주역인 우리 청소년의 더 이상 어설픈 모방심리에서 광란하지 않도록 기초를 튼튼히 잡아주는 일이다. 청소년은 우리 모두의 꿈이고 미래이며 가장 분명한 자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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