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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4 | 칼럼·시평 [문화시평]
뜨거운 인간애로 추구한 삶의 문제구와바라 사진전을 보고
권진희 사진작가(2004-01-29 12:03:24)

산더미 같은 생활쓰레기는 우리의 산천을 더럽히고, 산업폐기물과 핵폐기물은 우리의 환경을 오염시키고 드디어 우리의 생존의 문제에까지 접근하게 되었다. 특히 최근에 부도덕한 기업에 의해 저질러진 페놀 수질오염 사건은 전국민을 분노에 들끓게 하였고 환경문제는 사회의 커다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럴 즈음 일본의 사진작가 구와바라 시세이(桑原史成)의 사진전 ‘미나마따의 아픔’이 열려 우리에게 충격과 더불어 경종을 울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사진전을 통해 구와바라씨는 사진가의 사명이 얼마나 크고 무거운 것인지를 보여 주었으며, 또한 사회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생존의 문제와 결부시켜 접근하고 사회에 경종을 울리게 한 인간에 대한 애정이 바탕에 깔린 집요한 그의 작가정신을 부여줌으로써 한국사진계에 커다란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우리나라에서 중금속폐수에 의한 공해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1984년 온산일대 해안선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던 때이다. 그 이후로 원자력 폐기물과 방사선에 의한 ‘무뇌아 출산’ ‘방사선 피폭피해’의 사례들이 나타나 원전설치반대시위가 일어나고m 최근에는 수질오염사태등으로 온통 사회가 산업공해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공해문제가 일본에서는 25년을 앞선 50년대말 아주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1960년 동경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에 내려가던 구와바라씨는 친구가 건네준 주간 「아사히」잡지를 기사 속에서 훑어보다가 흥미 있는 기사를 발견했다. 그것은 ‘미나마따’라는 어촌에서 발생하고 있는 괴질에 관한 기사였다. 취직하라는 아버지의 권유를 뿌리친 구와바라는 카메라를 메고 동양최대의 일본 질소의 공장이 있는 미나마따로 달려갔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구와바라에게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업입장에서는 사건의 확대를 꺼리면서 접근을 꺼리는 온갖 방해공작을 서슴치 않았고 피해어민들 역시 팽배한 불신으로 인해 그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생각을 바꾼 그는 카메라를 던지고 반신불구가 된 구미꼬(久美子)의 집을 드나들며 숙식을 같이 하면서 그의 진실을 이해시킨 다음 사진촬영을 할 수 있었다.
공장폐수에 미나마따해안은 오염이 되고 고기는 죽어가고 있었으며, 살기 위해 고기를 잡아먹던 가난한 어민들은 신경이 마비되고 몸이 꼬아지고 눈이 튀어나와 사팔뜨기가 되는가 하면 바짝 말라붙고, 소아마비로 고양이처럼 날뛰는 ‘고양이 춤병’등 여러증세로 발병하고, 그들중 일부는 죽어가고 있었다. 이 괴질을 규명한 能大 의학연구반의 조사보고에 회사측은 허구적인 동물실험을 날조하여 반론을 제기하고 있었다.
구와바라는 이윤추구를 위해 어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공해를 은폐하려는 반윤리적인 기업에 대한 분노와 가난한 어민들의 절박한 삶에 대한 연민으로 또한 사명감에서 미나마따의 진실을 세상에 올바르게 알려야겠다는 사진작가로서의 강한 집념을 사진작업을 통해 실천하였다.
1962년 동경 후지살롱에서<水俁病-工場廢水과 治岸漁民>사진전이 열리자 산업화로만 치닫고 있던 일본에 충격적인 파문이 일어나며, 경제계와 정계가 커다란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海溢」「朝日」「讀賈」등의 매스컴이 다투어 대서특필로 취급하여 공장폐수로 인한 공해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알려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큰 성과를 거두었고 그는 그 해 일본사진 평론가협회의 신인상을 수상했다. 또한 그는 베트남전과 5․18 광주의거등의 치열한 현장에도 뛰어들어 저널리스트로서의 투철한 사명감을 보여주어, 사진문화상(65년) 일본사진협회상(82년)등을 수상하여 일본에서 손꼽히는 보도사진가로서의 자리를 굳혔다.
이번에 전주를 비롯 전국 주요도시를 순회하면서 전시되는 1백여점의 작품들은 미나마따병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어촌의 처참한 실상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기록적인 작품들이다. 비록 20여년전의 상황을 보여주는 기록 사진들이지만 그의 작품들은 경제성장 못지 않게 중요시되어야 할 현재의 환경보존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이번 사진전을 통해 지금까지 온산을 비롯 곳곳에서 공해문제가 제기되고 있음에도 본격적으로 사회문제에로 시각을 돌리지 못한 사진 작가들에게 반성의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사진 예술이라는 기존적인 관념아래 탐미적인 영상에만 치중하고 현실적인 문제에 접근하면서도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고 오히려 도외시해 온 우리의 사단풍토는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사진문화가 급격히 수용․확산되면서 지방에서도 사진전이 줄곧 이어지고는 있지만 내용은 천편일률성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젠 눈을 돌려 지난날『Life』지를 중심으로 현장기록에 의한 다큐멘터리시집이 그 위력을 발휘하면서 사진문화의 황금기를 이룩한 것을 되새기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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