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5 | [건강보감]
반사회적 인격장애
황익근․전북대교수․의학
(2004-01-29 12:08:43)
일반적으로 인격장애자의 커다란 특징중의 하나가 장애된 인격으로 인하여 자신은 고통을 당하지 않으나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거나 폐를 끼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는 여러 인격장애자 집단들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아닌가 한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를 일명 도덕적 정신병자, 혹은 사회적 정신병질자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그의 인격구조상 도덕성의 결여 혹은 양심의 결여라는 특징이 있고 그 결과로 사회가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반사회적 행위를 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이나 죄의식을 거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반사회적 행위가 반복되면서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 인격상의 결함으로 말미암아 부모, 형제, 친척 등 가까운 주변 사람들이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고 결국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신세가 되는 게 대부분이다. 이런 사람들이 때로는 자신의 반사회적 행위를 후회하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양심의 가책이나 죄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행위의 결과로 인한 처벌을 두려워하기 때문이 다.
이들은 대체로 보통 이상의 지능을 갖고 있으며 말주변이 좋다. 그래서 상당수의 경우 이런 점들을 이용하여 사기, 절도 등 민사 혹은 형사상의 문제를 끊임없이 일으킨다. 이들의 정서적 측면을 보면 미숙한 면이 많이 드러나는데, 예컨대 당장 욕구충족이 되지 않으면 쉽게 분노하고 파괴적인 성격이 나타나며, 앞뒤를 가리지 않는 무모한 행위를 하고야 만다. 다시 말하면 참고 인내할 줄 모르며 그때 그때의 순간적 욕망에 따라 행동하는 특성이 있다.
이성관계 역시 깊이가 없고 천박하며 성적으로 문란하고 야비한면이 많다. 이들은 결혼한다 해도 한 배우자와 지속적인 애정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렵고 사소한 일로 아내를 구타하거나 폭행하기 일쑤며 결국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비록 결혼생활이 유지된다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내의 일방적 희생에 의해서 유지될 뿐이다.
불행하게도 이들이 자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록 자살을 시도한다 해도 그 목적이 자신의 생명을 끊는데 있지 않고 자살소동을 통해서 주변 사람들을 겁주고 협박해서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서다. 이들은 때때로 자해를 하기도 하는데 역시 자살소동과 같은 목적에서 그렇게 한다. 이들의 팔이나 몸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해흔적이 많고, 많은 문신이 그려져 있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왜 이런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생기는지 아직 확실히 그 원인을 알 수는 없으나 성장과정에서 반사회성을 부추기는 환경적 영향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좀더 건강한 사회가 되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후손들이 더욱 건강한 사회에서 풍요로운 삶을 살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주변에서 반사회적 요인들이 하나 둘씨 제거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적어도 반사회적 성향이 짙은 인사가 명사 행세를 하는 풍토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