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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5 | [문화칼럼]
"문교부장관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신우성․전북대교수․행정학 (2004-01-29 12:18:25)
퇴근해서 집에 가면 나는 우선 저녁밥을 먹는다. 아이들은 이미 저녁을 먹었고 나는 혼자서 따로 밥상을 받는다. 일년 365일이 면 300일은 그렇다. 세수를 하고 밥상을 기다리고 있으면 작은 아이들이 팔에 매달리며 같이 놀자고 한다. 그러는 사이에 큰 아이가 학교에서 가져온 시험지를 보여 주면서 오늘의 실적을 보고한다. 큰 아이는 국민학교 6학년이고 작은 아이들은 유치원에 다닌다. 합해서 아이들이 3명인데 이 3명은 서로 내 눈을 빼앗으려고 경쟁이 치열하다. 한 놈이 내 눈을 보고 설명하고 있노라면 또 한 놈은 말할 것을 잔뜩 입에 담고 있다가 얼른 내 눈을 빼앗아 할 말을 하고 다시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밥상이 들어오면 밥상에까지 몰려와 계속 떠들어댄다. 작은 놈은 먼저 손으로 반찬을 집어먹고, 큰 놈은 내 숟가락에 코가 닿을 정도로 턱을 내밀고 계속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설명한다.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잠시 먹기를 정지하곤 한다. 요즈음은 내가 밥먹기를 시작하면 다시 저녁이 시작된다. 모두 자신이 먹을 만큼의 밥을 덜어 가지고 와서 다시 저녁을 먹는다. 이렇게 먹기가 끝나면 작은 놈들은 어머니를 물고 늘어져 잠투정을 하고 큰놈은 호젓한 기회다 싶어 다시 이야기를 계속한다. 우리 부녀는 누워서 또는 앉아서 편한 대로 이야기를 한다. 큰 아이의 이야기는 학교 친구 이야기, 학교 이야기, 선생님 이야기,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이야기, 전학간 아이 이야기, 자연농원에 놀러 가자는 이야기 등등인데, 이 아이 의 이 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국민학교 아이들도 고민도 많고 걱정거리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걱정과 고민 가운데 으뜸은, 내가 보기에는 시험이다. ‘시험을 잘 보아야 한다. 정해진 점수보다 점수가 못나오면 혼날줄 알아라.'는 선생님 말씀에 걱정이 많고 또 자신도 시험을 잘보고 싶다. 남하고 비교도 되고. 그 걱정은 대단한 것이어서 학교가 없어졌으면 하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큰 놈은 계속 유치원에 다니다가 어느날 갑자기 중고등학생이 되었으면 하는 공상도 한다. 때로는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야겠다고 한다. 지난번 국회의원선거 때는 '남전주랜드 건설'을 공약한 후보가 당선되었으면 하였다. 이 아이의 생각은 철없이 변하여, 유치원을 다닐 때는 유치원교사가 되겠다고 하고, 국민학교를 다니면서는 국민학교 선생이 되겠다고 한다. 요즈음도 계속 국민학교 선생님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러다가도 때때로 문교부장관이 되어야겠다고 한다. "그래, 그러면 네가 문교부장관이 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 이 물음에 대해 아이는 종이를 내놓고, 학교는 이렇게 짓고 교실은 어떻고 등등 할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최근에 필자가 말문이 막힌 때가 있었는데 그것은 "문교부장관은 어떻게 될 수 있는가? " 하는 딸아이의 질문에서이다. 얼른 머리에 떠오른 것은 서울대 총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근 서울대총장이 문교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에 많이 임명되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서울대 총장은 어떻게 되는가? 하는 필자의 자문에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우선 서울대 총장이 되려면 서울대 교수가 되어야 하는 것인가? 국회의원이 되어 가지고 정치지도자가 되어 교육부장관이 될 수 있는 것인가? 또 정치지도자 교육부장관이 되어도 되는 것인가?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그동안 문교부 또는 교육부의 장관은 대학총장이 임명되곤 하였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일차적으로 대학총장은 지성의 상징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한 나라의 교육을 책임지는 인사는 학식과 덕망이 탁월해야 한다는 요청을 대학총장이 만족시켜줄 수 있었으리라. 그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최고 학부인 대학교육이 매우 중요하고 대학총장은 대학교육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국방부장관에 군 출신이 임명되듯이 교육부장관에 교원 출신이 임명되는 것은 순리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많은 이유가 있으리라. 필자는 교육부 장관에 대학교수 또는 대학총장을 임명하는 것은 많은 장점이 있지만 또 한편으로 다소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새로 임명된 장관이 업무를 이해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교수 출신이든 총장 출신이든 그들의 행정경험은 부업이고 주어진 주형에 끼어 맞추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더구나 단위 대학행정과 한 나라의 교육행정은 규모와 범위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또 장관이 제 아무리 교육에 경험이 많고 교육전문가라고 할지라도 그는 대학의 경험을 판단의 기초로 삼을 것이다. 교육부는 국민학교, 중고등학교, 전문대학, 대학교 등의 정책 및 관리를 포괄한다. 대학출신 장관은 대학 교육에 일차적인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교육은 모든 국민의 관심사이다. 조금만 정책이 변해도 많은 이해당사자들이 반응하고 그 반응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국민의 반응에 대처하는 데는 전문적 지식도 필요하지만 정치적 감각이 더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임명권자의 지지와 격려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교육부 장관은 단지 임명될 뿐 여당의 당원도, 임명권자와 정치적 동지도 아니다. 대체로 장관의 재임기간은 2년 미만이다. 결국 교육정책은 교육부관료에 의해서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오늘도 우리 큰 아이는 말한다. ‘여자아이들은 더러워도 똥을 치우는데 남자 아이들은 그대로 놓아둔다구!, 밖에서 안이 보여서 변소에 가기 싫어!!, 전교 회장은 남자만 하고 여자는 할 수 없다는데... 여자는 부회장만 할 수 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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