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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5 | [문화저널]
전북여성의 권익을 위해 뛰는 참 일꾼 「전북 여성의 전화」대표 김영숙 씨
김연희․편집기자 (2004-01-29 13:37:30)
"구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혼만을 요구하시면 안됩니다. 지금 당장은 자식과 자식을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하면서 살 수 있지만 장기적 계획은 되지 못합니다. 이혼만이 문제가 아니라 살아갈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 전북여성의 전화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들려오는 야무진 전화상담 목소리이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전북여성의 전화 제2대 대표에 취임한 김영숙씨. 그녀는 전북 여성의 전화가 전북지역의 고통 당하는 여성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한 2년여 시간동안 항상 같이 해왔기에 전북여성의 전화의 산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90년 10월 제1기 상담원 공개교육을 통해 전북 여성의 전화와 인연을 맺은 후 91년에는 사무국장을 맡아 여성의 전화살림살이를 꾸려나갔었고 올해는 책임자인 대표자리를 맡아 그녀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여자이면서 여성문제에 대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 라든지 또는 무관심하게 살아온 나에게 여성의 전화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었습니다. 여성들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깨달은 후에 여성들을 위해 나 자신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 뿌듯함을 느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어요. 올해 큰 책임을 맡게되어 어깨가 무겁지만 한사람 한사람의 여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여성의 전화가 되기 위해 올 한해 열심히 뛸 생각입니다" 12년간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직장생활을 해오던 학교에서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아니 결혼한 여자라는 이유로 사직의 대상이 되었던 아픔을 느낀 그녀는 일찌감치 여성문제 해결에 앞정서가고 있었다. 직장을 그만둔 후유증과 아픔이 크게 다가왔고 갑자기 많아진 자기만의 시간을 어찌할 줄 몰라 취미생활과 집안살림에 온갖 정성을 다해도 마음 한구석의 허전함은 어찌할 수 없었다. 어느날 뒤적이던 신문에서 여성의 전화초대 대표 문정주씨의 강한 신념을 인터뷰를 통해 본후 '나도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겨간 깨어있는 실천하는 여성이다. 1기 공개교육을 통해 상담원부터 시작해 여성의 전화 대표까지 되었으니 그녀의 적극성은 말로 안해도 될듯하다. 14명의 자원봉사자가 1일 2교대로 시간과 몸과 돈을 들이면서 이보다 더 중요한 애정과 정열과 관심으로 꾸려 나간다는 전북여성의 전화는 여성들의 힘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창단해인 지난해에는 가장 중요한 사업인 전화와 면접을 통한 상담활동이 5백여건을 넘어섰고, 여성의 전화를 알리기 위한 홍보활동과 여성문제 인식 홍보활동에 주력한 한해였다. 각 단체 교양강좌나 강연회, MBC여성강좌 등을 통해 여성문제 인식에 힘써왔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 김부남 사건대책위원회와 쌀수입 저지를 위한 전북여성단체 공동대책위와 성폭력 특별법 제정위원회, 공명선거 실천시민운동협의회 등에 참여하여 폭넓은 대외협력 활동을 전개해왔다. 김영숙씨가 처음 여성의 전화활동을 할때에는 보수적이고 전통이 강한 유교적 도시의 특성과 함께 여성의 전화에 상담하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라는 편견과 거부감이 일하기 힘들게 했다. 그래서인지 여성의 전화에 가장 중요한 점은 공감대 형성을 강조한다. “여성의 문제는 나의 문제이고 내딸, 내 어머니, 나의 누나, 동생의 일이라는 의식 개혁이 시급합니다. 여성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여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환경이기에 남성 여성을 가리지 말고 여성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전화가 열의를 가진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큰 행사 때나 폭넓은 활동을 위해 좀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그녀는 항상 가지고 있다. 그녀에게 지난해 활동과정 중 가장 큰 벽은 법과 제도였다. 인습이나 관습 못지않게 여성들에게 불리한 작용을 하고 있는 큰 장애물. 여성들에 관한 법을 제정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이 남성들인 까닭도 있겠지만 각 행정기관의 여성관계부처 공무원들은 여성이 많은 반면 그들은 아직도 행정적 사무처리가 익숙하기 때문에 그벽을 더욱 높게만 느끼며 ‘나서 야겠다. 참여해서 깨부수어야 하겠다. 한사람의 여성을 위해서라도 개선시켜야 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녀가 올해 가장 큰 역점 사업으로 내세운 것은 ‘쉼터’ 마련이다. 요즘 언론을 통해 간간히 알려진 여성들의 위기센터인 쉼터. 이곳은 매맞은 아내, 미혼모등 위기에 처한 여성들의 일시적 피신처이기도 하며 다시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여성들만의 생활공간이다. 일시적 피신처와 더불어 여성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가해 남성들의 치료까지도 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 이루어지고 있다. ‘쉼터’는 현재 서울과 대구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대구는 시에서 위탁하는 위탁사업 형식을 띠고 있어 민․관이 합심해서 위기의 여성을 보살펴 주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김영숙씨는 자신도 뒤질세라 행정기관이나 시․도의회와 적극 연대를 시도해 보고 있다. 또한 관심을 가진 여러단체나 후원회원들을 찾아 나설 계획이다. 꼭 전북여성들의 쉼터를 마련하고자 하는 일념으로. 전북여성의 전화에서는 쉼터 마련뿐 아니라 여성문제의 정확하고 체계적 이론 정립을 위한 여성학교실을 꾸준히 개최할 계획이며 요즈음 와서 부쩍 늘고 있는 성폭력에 대한 특별법 제정활동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 활동은 여성단체연합에서도 92년도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전북여성들의 동반자로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여성인권활동에 나서 전북여성들의 권익을 위한 일에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뛸 각오이다. 그녀가 제시하는 여성문제의 근본해결책은 사고의 전환이다. 여자가 피해를 당하고도 비난을 받는다든지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도 남자의 힘의 논리가 지배되는 현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편견이나 그릇된 사고방식에서 탈피하는 것이 여성문제의 해결을 위한 제일차적 방안이라고 한다. 여성의 전화 일을 해보겠다고 나설때만 해도 현재 언론계에 몸담고 있는 남편은 공개교육만을 받아라 등 이런 저런 단서조항(?)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런 요구보는 남을 위한 일에 남편이 못하는 것을 아내가 해주길 바라기라도 하듯 남편의 후한 외조가 그녀에게 큰 도움이 된다. 또한 국민학교 4학년과 6학년인 아이들을 위해서 외부의 활동과 집안에서 엄마의 역할 1인2역을 적절히 소화해내고 있다. 사회의 올바르지 못한 풍조에 의식없이 휩쓸리거나 무조건적으로 보수적인 사고방식이 이사회의 여성문제 해결을 더욱 힘들게 한다는 염려의 말을 잊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는 산재되어 있는 여성문제 해결의 물꼬를 트기 시작한 자신만만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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