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5 | [문화계 핫이슈]
지역연극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 제시
- 제 8회 전북 연극제 -
최우수상은 극단 황토의 ‘굴레 쓴 사람들’4
문화저널(2004-01-29 13:41:10)
전북지역연극인들의 가장 큰 축제인 제8회 전북연극제가 3월 25일부터 31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렸다. 각 연극단체들의 창작열을 통해 지역연극이 나아갈 방향을 새롭게 제시한 이번 연극제에는 극단 「황토」와 「창작극회」가 경선을 벌였으며 이리극단 「토지」가 축하공연으로 참여했다.
참가단체의 양적 부족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측면이 크게 부각된 이번 연극제에선 김승규작, 박병도 연출의 「굴레쓴 사람들」(극단 황토)이 최우수상을 차지했으며 창작극회의 「무의도 기행」이 우수상을 수상했다.
황토의 「굴레쓴 사람들」은 전주대 교수인 김승규씨의 창작품으로 관심을 모았으며 창작극회의 「무의도 기행」은 월북작가인 함세덕의 1940년대의 작품을 발굴, 새롭게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또한 토지의 「우리동네」도 극단 대표인 최솔이 직접 대본을 쓰고 무대화한 작품으로 창작극 발굴에 기대를 안겨준 작품이었다.
황토의 「굴레쓴 사람들」은 사학재단의 비리에 대항해 싸우는 학생들의 운동에 대한 고민과 재단과 학생사이에서 어느 한쪽만을 선택해서 지지하도록 강요당하는 교수들의 고민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탁한 무대장치와 뛰어난 연기, 음악 등이 돋보이기는 했지만 지금의 학생운동의 상황을 연극 속에서 표출시키는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이다. 창작극회의 「무 의도 기행」은 미묘한 이데올로기에 의해 월북작가들의 작품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수한 희곡을 발굴 무대에 올린 작품으로 50여년전의 시대적 배경을 가지면서도 모습은 다르지만 지금에도 흔히 볼 수 있는 시대적의모순에 의해 가난을 벗지 못하는 민중들의 고통스런 삶을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보여주고 있다. 축하공연으로 무대에 올려진 토지의 「우리동네」는 시골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을 통해 인간의 심리를 재미있게 보여준 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 안정감있고 돋보이는 무대 장치, 섬세한 구성, 성숙된 연기력 등 여러 가지 성과를 얻어낸 이번 연극제는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당초의 연극제가 갖고 있는 축제의 의미를 제대로 살려 내지 못한채 지나치게 경선의 과열된 분위기만 가중된채 치루어졌다는 문제점을 남겼다. 또한 이와 함께 여전히 빈약한 재정 지원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 다.
이번 연극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극단 「황토」는 전국지방 연극제에 전북대표로 참가하게 된다. 이밖에도 개인상은 연출상에 박병도(황토), 최우수연기상 김태경(황토), 우수연기상은 전춘근(창작극회), 엄미리(창작극회), 연기상은 조민철(창작극회), 장명철(황토), 염정숙(황토), 미술상은 안상철(창작극회)이 각각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