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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5 | 특집 [특집]
창조와 변혁의 힘으로 솟아날 오월문학
김은정․편집위원(2004-01-29 13:43:36)

해마다 그렇듯 우리 앞에 암울한 오월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한국현대사의 큰 분수령을 점하는 광주의 오월이 11년이 지난 오늘의 시점에서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각인되어있는가. 80년대의 우리나라 정치과 경제문화, 사회 모든 분야의 기본성격을 규정짓고 변혁의 모태가 됐던 <광주항쟁>은 그러나 아직도 우리 민족사에서 정당한 역사적 의미를 조명받지 못한채 분단된 조국의 현실과 외세와 반민주적인 정권앞에 해결되어야 할 가장 큰 역사적 책무로 남겨져 있다. 그러나 치유되지 못할 그 <광주의 아픔>이 우리 민족사에 큰길을 열어 놓았고, 이민족이 처해있는 역사적 현실을 깨우치게 함으로써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가열시키고 변혁의지를 굳건하게 다지는 바탕이 되었던 점에서 <광주항쟁>은 민족사의 <영원한 정신>으로 계승되어야 한다는 당위적인 상과를 이어냈다. 사회 전반적으로 광주항쟁의 정신을 계승하려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는 사운데 예술사적으로도 광주 항쟁은 한시대를 열어놓고 있다. 예술의 각 부문에서 참된 생명력으로 살아나고 있는 광주항쟁의 정신은 특히 문학의 경우 올곧은 힘을 발휘하며 민족문학을 이어가는 받침대로서 수용되고 있다. 문학은 곧 역사 탐구라 한다. 그래서 문학은 오늘의 역사를 감당해야하며 역사에 우리 문학을 올바른 이정표로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우리가 처한 오늘의 현실에서 문학과 역사의 올바른 자기정립은 더더욱 절실한 작업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문학에 있어 오월은 오늘의 반역사적인 상황을 딛고 넘어서는 모태로서 굳건하게 서 있어야 할 당위성을 지닌다. 문학이 살아있는 역사의 기록으로서, 더욱이 이땅에 참된 역사를 실현시키기 위한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면 순수민중항쟁으로써 보수적 의식의 벽을 깨고 민족문제에 대한 관심의 폭을 넓혔을 뿐 아니라, 우리의 현실을 과학적이고, 실천적으로 인식시켜 민주중이 주체로 나서는 자주․민주․통일운동의 새장을 연 <오월-광주항쟁>이 창조와 변혁의 힘을 지향하는 민족문학의 소중한 기둥이 되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항쟁 이후 상당기간 동안 광주문제는 각 부문에서 금기시됐었다. 문학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숱한 탄압과 감시 속에서도 광주를 소재로 한 작품은 광주항쟁 직후부터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른바 5월의 문학적 형상화 작업은 예술 각부문의 전반적인 상황에서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셈이다. 80년대 초기부터 지금까지 광주항쟁을 형상화한 작품들은 양적인 측면에서도 엄청날 뿐 아니라 진지한 민족문학적 성과를 뚜렷하게 거둬냈다. 그 중에서도 꼽을 수 있는 성과는 식민주의를 극복하려는 민족사 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었고, 특히 광주항쟁이 민중적 자각을 일깨우는 전환점이 되면서 농민과 노동자의 계층적 자각이 이루어지고 그동안 지식인 계층에 의해 대변되어 왔던 농민문학이나 노동자문학이 직접 그들에 의해서 이어지게 됐던 점이다. 현장문학이 등장하면서 우리 문학계에 가해진 충격은 참으로 큰 것이었고 생생한 체험이 바탕이 된 이들 농민․노동문학은 민족문학의 힘을 새롭게 발현해내는 바탕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80년대 노동문학의 정수로 꼽히는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은 역사적 혁명의식의 새로운 시정신을 발전시킨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광주항쟁의 오월을 소재로 한 수많은 문학작품들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특히 문학이 사상이나 현실적인 소재를 일정한 형식에 의해 정서해내는 창조된 에술이라는 점을 전제로 상당수의 작품들은 예술성 문제의 측면에서 사시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실제로 80년대 초기의 작품들은 예술성의 문제보다는 진실의 추구가 훨씬 더 중시되었으며 이미 등장해있었던 70년대의 민중시․민족시에 깊숙히 자리잡아 저항문학의 한 양상을 이루었다. 그리고 이들 저항문학의 주조를 이루는 진술과 격정과 탄식과 저항등의 색채와 생경한 언어는 보다 농익은 표현력이 갖추어지기도 전에 목적이나 주장을 목청높여 부각시켰기 때문에 예술성이나 문학적 형상화 작업의 측면에서 상당한 비판을 감수해야만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문학인들은 그러한 예술성 논의 자체에 대해 작품으로서의 실패라기보다는 시대적 상황과 함께 오히려 현실감과 충분한 설득력으로 큰 감동을 주는 독자성을 더욱 크게 평가하고 있기도하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작품으로 김태준시인의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꼽는다. 남녘의 땅 光州여 그대는 우리 시대의 꿈이다. 그대는 우리 시대의 횃불이다. 그대는 우리 시대의 황토현 눈보라다. 그대는 우리 시대의 우금치의 아우성이다. 쓰러지고 일어서는 그리하여 또 쓰러지고 일어서는 아아, 멈출 수 없는 강물이어라 민족해방의 물결이어라 보리밭 이랑 너머 저 광야를 지나 우뚝솟은 산봉우리어라 -중 략- 光州여, 그대는 성난 그러난 젖가슴도 둥그런 어머니어라 그리하여 일하고 일하는, 오늘의 내일의 노래꾼이어라 우리 시대의 전망, 우리 시대의 이정표, 남녘의 光州여! 김준태의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비롯한 비슷한 시기에 씌여진 시들은 거개가 문학적 상상력이 개입할(?) 틈도 없이 광주항쟁에 대한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와 원초적 정서만이 분출되어 있었다. 이처럼 80년대 초반의 시가 시적 형상화 이전에 삶의 태도를 더욱 강조했던 것은 진실을 알리는 시적 역할이 더욱 절실했던 시대상황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가슴에서 우러나는 슬픔과 분노의 시는 이 시기동안 수많이 쏟아져나왔고 <오월시>동인을 비롯한 동인지․무크지의 시들에 대한 성격을 규정짓기도 했다. 그러나 8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문학적 양상은 체험을 객관화함으로써 보다 본질적인 민족문제에 대한 인식을 분출하는 작업으로 진전되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광주항쟁이 우리사회의 모순된 구조를 인식시키고 미국의 실체에 접근케하는 계기가 된, 보다 본질적인 역사적 의미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이러한 문학적 진전은 80년대 초반의 소설이 <광주항쟁>을 함구하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시와 함께 소설 작업에서도 광주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났으며 이른바 80년대의 작가군을 탄생시키기에 이르는데 그들이 곧 임철우․윤정모․홍희담․정도상 같은 이들이다. 이들은 광주항쟁을 보다 본격적으로 다루어냄으로써 80년대 초반의 시들에서 보여졌던 광주의 비극적 체험을 알리거나, 독재권력 아래서의 절망감과 패배의식을 드러내놓는데만 그치지 않고, 광주항쟁의 주체로서의 역사성 획득을 향한 차원으로 나가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홍희담의 <깃발>같은 작품이 광주항쟁의 주체로서 민중의 역사의식을 극명하게 부각시킨 대표적 작품으로 꼽힐 수 있으며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작품들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파헤치고 미국의 실체에 접근하는 반미문학과 또 반공이데올로기가 지니고 있는 허구성을 폭로하는 차원에까지 이르렀다. 80년 5월 광주항쟁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발표된 시나 소설을 살펴볼 때 그들이 한국문학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역할은 참으로 크다. 그 작품들이 비록 엄청난 사건이었던 <광주항쟁>에 대한 분노와 참혹한 비극을 고발하고 그에 대한 아픔과 절망으로 반영되는 차원에 그치고 있거나 혹은 반제․반외세의 민족문학으로 발전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문학적 형상화 작업이 총체적인 역사성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80년대의 오월 문학은 우리 문학사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더욱이 <오월 문학>의 한계가 보다 절실히 대두되면서 광주항쟁에 대한 철저한 과학적 인식과 실천에의 문학적 형상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그 기둥이 되어온 80년대 오월 문학의 성과는 간과할 수 없다. 이를테면 80년대의 그문학이 90년대 민족문학의 건강한 발판이 되고 있는 셈이다. 광주항쟁의 진정한 문학적 의의는 이제부터의 작업들 속에서 찾아질 수 있다. 아니, 찾아져야 한다. 때문에 오월문학은 단순한 소개상의 문제로 더 이상 거론되어서도 안될것이며 현상적․사적단계에 머물러서는 더더욱 안될 일이다. 또한 <광주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면 이제 오월문학도 기념문학으로서가 아니라 항쟁문학으로서 굳건히 서야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자주․통일․민주화운동의 참다운 발원으로서 광주항쟁의 정신이 문학 속에 수용될 수 있을 것이며 우리사회와 우리 역사의 총체성을 문학의 힘으로 담보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월과 문학>을 얘기하면서 문학작품들을 구체적으로 분류하고 평가하는 작업에 접근하지 못하고 개괄적인 문학적 의의나 전망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구체적인 작품을 꼭 거론해야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피한 것은 몇몇 작품에 대한 섣부른 평가가 전반적인 의의를 오히려 흐리게 할 수도 있다는 짧은 생각에서 였다. 문학이 살아있는 역사의 기록이 되어야 한다면 90년대 문학에 수용되는 광주항쟁정신은 바로 그 살아있는 역사의 기록으로 창조와 변혁의 힘을 발휘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목련이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자 피었다 지는 것이 목련뿐이랴 기쁨으로 피어나 눈물로 지는 것이 어디 목련뿐이랴 우리네 오월에는 목련보다 더 희고 정갈한 순백의 영혼들이 꽃잎처럼 떨어졌던 것을 ․ 중략 ․ 눈부신 흰 빛으로 다시 피어 살아있는 삶을 부끄럽게 하고 마냥 푸른 하늘도 눈물짓는 우리들 오월의 꽃이 아직도 애처로운 눈빛을 하는데 한낱 목련이 진들 무에 그리 슬프냐 <박용주의 ‘목련이 진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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