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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6 | [문화저널]
나는 “바담품”해도 너는 “바람풍”하여라
김두경․서예가 (2004-01-29 13:59:00)
요즈음 어린이들이 학교에 가는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 대견스러워 보이다가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안쓰러운 생각이 많이 든다. 책가방, 신발주머니, 도시락은 필수고 각종 준비물 가방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면 앞으로 그들이 이끌어 갈 시대는 저렇게 짐이 무거운 세상일까. 도대체 누가 지워주는 짐이며, 지금 잘못하고 있는 우리가 지워주는 것은 아닐까‥‥‥ 실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내가 처음 서예학원을 시작하였을 때는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몇 군데 학원을 돌며 지친 아이들을 생각해 보니 정말 나까지 또 하나의 부담을 주는 것 같아 아이들은 받지 않다가 주변에서 아이들 정서안정을 위해서 학원을 보내고 싶다고 감언을 하거니와 내가 아니더라도 또 다른 학원에 먼길을 가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다른 학원에 하나 이상 다니지 않는 아이만 제한해서 받아들이기로 하고 학부형들에게 그렇게 권하기로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저러한 이유로 나 또한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커다란 짐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학원 선생인 내가 미워지는 현실을 보았다. 오후 세시쯤 얼굴이 누렇게 뜨고 버짐까지 핀 것처럼 보이는 아이가 엄마의 손에 이끌려 축 늘어진 채 들어왔다. 처음 말씀은 교양있는 여성으로 키우고 싶어왔다 하더니 "서예를 배우면 어린이가 교양 있어지는 겁니까"라는 내 물음에는 아랑곳없이 본론이 나온다. 그 아이는 국민학교 3학년이며 옆집에 같은 반 아이가있는데 그 아이는 공부는 당연 전교 1등이거니와 서예, 한문, 영어는 물론 피아노, 컴퓨터 모든 것이 또래 중 최고 수준이며 오히려 어떤 것은 6학년보다 잘하는 것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 딸이 기필코 그 아이를 앞질러야 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 참으로 난감했다. 한참을 생각한 뒤에 내가 한말은 "이 아이가 누구네 아버지는 대통령이고 누구네 아버지는 사장인데 왜 아버지 어머니는 그렇게 못하셨습니까"라는 질문을 한다면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라고 물으니 역시 예상대로다. 나는 그렇더라도 내자식은 그렇게 둘 수 없다. 그러면 지금 사장이 못되고 대통령이 못되어서 미치게 불행하고 인생 살맛이 전혀 없습니까. 어쨌든 배고프지 않고 새끼 키우며 사는 재미가 행복하지 않습니까 했더니 그래도 여전히 우리 딸은…… 이었다. 옛 말에 바람풍자를 놓고 이빨빠진 선생님께서 "바담품"하니 제자도 따라서 '바담품" 하는지라 선생님께서 "야. 이눔들아 나는 '바담품'해도 네놈들은 '바담품'하란 말이야." 하며 회초리로 후려쳤다는데 나라 전체가 어느 한구석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이 바담품만 무성하니 철없는 어린것들도 바담품하고 회초리까지 맞는 꼴이 되어버렸다. 제발 바담품 하는 자기를 돌아보자-각자 자기 위치에서 나는 "바담품" 해도 너는 "바람풍"해라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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