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6 | [문화계 핫이슈]
조국의 산하로 찾아낸 민중의 삶
- 김준권 판화전 -
김연희․편집기자
(2004-01-29 14:01:58)
민중판화가 김준권 개인전이 지난달 8일까지 온다라 미술관에서 열렸다.
본격적인 다색판화기법을 시도한 김준권씨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동안 격렬하였던 현실감정의표현을 잠시 멈추고 도시를 벗어난 자연공간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이 눈에 띄었다.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라면 누구라도 주제로 삼고 싶어하는 조국의 산하를 통하여 김준권씨는 민중삶의 자취를 되돌아보고, 자신이 걸어온 행로를 재발견하고자 했다.
그는 자연풍경에 대한 소재로서의 흥미가 아니라 인간삶이 숨쉬거나 그 자취가 남아 있는 곳들 즉 농어촌이나 역사의 상흔이 밴 산하를 찾아다니며 여러 가지 다색목판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신목」 「고남가는 길」 「뒷동산」 「겨울나무」「솔마을」 「안면도에서」 「황토마을」 등 실경의 현장제목이 붙어 작품을 통해 그의 발자취를 알 수 있었다. 강원도 태백이나 사북에서 시작한 오지의 산간지대로부터 충북을 거쳐 충남의 안면도를 지나 전주, 광주, 목포까지 내려와 영암으로 들어가 월출산을 넘어 신안의 다도해를 돌아보았고, 전라도 해남의 황토빛이 인상깊은「황토마을」도 눈에 띤다. 지리산의 치열한 역사의 상흔이 묻어있는 산악과 골짜기를 그린 풍경도 인상적이다. 이렇듯 김준권씨의 산수풍경화는 관광산수가 아니라 흔히 볼 수 있는 농어촌 마을의 산과 들을 그렸고 피가 얼룩진 산하의 모습을 조명하고자 했다.
김준권씨는 1982년 홍익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후 82년부터 활발한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는데「한국미술 20대힘전」 「한국민중판화전」(일본, 뉴욕) 「80년대 민중판화 대표 작품선전」 「우리시대의 표정전」등 단체전을 가졌으며 작년에는 「불법압류판화전」「3인 판화전」 전국순회를 가졌다. 또한 홍선웅 유연복 김준권 3인판화 모음집 '갈아엎는 땅'을 발간했다. 이번 전시회는 세번째 개인전으로 서울과 전주, 부산에서 순회 개최하였다. 올해에는 「90년대 우리미술의 단면전」 「3인 판화전」(독일) 「92목판화 신작 초대전」 등의 단체전에 참여하였고 김준권씨는 전교조 해직교사이고 민미협 회원으로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