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6 | [문화저널]
지역개발이 가지고 있는 정치경제학적 의미
- 군산지역의 환경문제 -
황경수․군산․옥구 환경운동시민연합 정책연구실장
(2004-01-29 14:05:35)
1. 군산지역 환경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가 ?
우리가 흔히 공해라고도 표현하고 환경오염이라고 일컫는 환경파괴의 현상을 말하는 데 있어서 인식의 새로운 전환이 요구된다. 지금의 환경파괴는 문제의 단계가 아닌 위기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이시각에도 몰아닥치는 환경위기의 전면적이고도 파상적인 전개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단지 감지하고 있다면 그것은 언론에서 보도하는 단 몇 줄의 경고성 문구나 어릴적 시절의 고향의 그리움 정도이다.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환경문제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기간에 행해왔던 인식과 실천의 지평을 넓혀 나가야할 것이 다.
이 글이 갖는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종전의 형식대로 현상의 문제만을 나열하는 식의 환경문제의 제기나 환경파괴의 자연현상적 측면의 설명이 아닌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원인분석과 이론적 설명이 우리에겐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의 기본적 주제도 군산지역 환경위기의 원인과 문제를 파헤치는 걸로 상정한 것이다.
군산지역 환경위기는 비록 현상적이긴 하지만 TDI공장 철거투쟁으로 대표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할 뿐이다. 군산지역 환경위기는 '서해안개발'이라는 지역개발과 맞물려 진행되어져 온다. 우리는 지역개발이 가지고 있는 정치경제학적의미를 알아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것도 제국주의의 독점적 경제전략이 일방적으로 관철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지역개발을 철저히 제국주의의 경제 논리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 본질적 모순이고 현상적으로는 국내의 매판적 독점자본이 이 지역의 경제적 이윤을 착취하는 주요한 모순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들의 이익을 보호해주기 위하여 정부와 행정기관은 지역의 용지나 용수를 싼값에 제공해주고 각종의 편의시설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준다.
정부는 흔히 지역개발이 곧 지역의 발전이라고 선전하지만 지역개발을 시행하는 기업들이 내는 세금이나 노동자의 고용효과는 지역경제 전체에 비하면 미미할 뿐이다. 오히려 지역주민들은 지역개발에 의해 환경오염의 피해는 물론 땅값의 상승, 주택문제, 교통문제, 도시범죄의 발생, 물가 상승 등의 경제적, 문화적 피해를 입게 된다. 그러면 정부는 무엇 때문에 지역개발을 서두르고 재벌들은 지역에 투자를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독점자본가들의 이윤이 중앙이나 부문별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을 지역적 확산을 통해 독점자본의 전국화를 꾀하며 지역경제의 이윤까지도 흡수하겠다는 의도에서 지역개발에 전면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이같은 매판적 독점재벌들의 의도에 정부는 빌붙어 자신들이 하지 못하는 지역개발을 대신해주는 것마냥 선전하면서 지역개발을 자신들의 공과로 치부하면서 이들에게 모든 특혜를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정부와 재벌의 합작작품인 지역개발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지역주민이며 힘없는 기층민중들이나, 환경파괴에 의해 건강과 생명을 위협받고 땅값, 주택가격의 상승, 도시화에 의한 범죄, 교통난, 쓰레기 등의 발생과 더불어 지역의 경제적 이윤은 독점재벌들에게 착취되는 것이다. 군산에 입주한 수많은 대기업들의 간판을 보면 다 ○○회사 군산 공장으로 되어 있다. 이는 군산 공장에서 벌여들인 이윤이 모두 중앙에 있는 본사로 올라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같이 군산지역 환경위기의 주요한 원인은 지역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진행되고 있는 정치경제적 이해에 있는 것이다. 정부와 매판적 독점개발들에 의해 전개되는 공해전가 정책은 결국 우리 모두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고 그들은 또 다른 착취의 대상인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것이다. 새로이 파괴하고 착취할 땅을 찾아서 말이다.
2. 군산지역 환경위기의 구체적 실상에 대하여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군산의 지역개발은 당시만 해도 시민의 꿈과 희망으로 인식됐고 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었다. 그러나 당시 부산에서 쫓겨난 대표적인 공해기업 미원공장의 군산 입주는 인근지역의 송아지가 떼죽음을 당하는 사태를 일으키면서 주민과 시민의 관심을 촉발시켰다. 특히 80년 중반에는 군산지역의 식수가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히 오염되는 등 환경파괴의 부분적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는 부분적인 현상에 불과하였다. 87년 동양화학 TDI공장 입주를 기점으로 공해기업들이 대규모로 입주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120여개에 달하는 공해기업들이 군산 공단지역에 즐비하게 늘어선 것이다. 이들 기업들을 공해기업이라고 규정하는 이유는 저공해 산업-즉 기계산업, 첨단산업이 아닌 폐수와 대기오염을 방출하는 제조업, 화학산업, 제지산업, 가공산업 들이기 때문이다. 이들 공해 기업들은 매년 환경처의 환경기준치를 초과하는 오염물질 방출로 인해 벌금, 불구속 입건, 폐쇄조치, 경고 등의 수 없는 행정기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이같은 군산지역 공단의 환경 오염은 군산지역 환경문제의 최우선의 해결과제로 나타나게 되었다. 널리 알려져 있는 TDI공장의 위해성문제는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며 오염물질의 방출이 심한 일부 대기업의 공장에 대한 규제로 빨리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더욱이 공단오염을 가속화시키는 제지공단 입주결정은 결사적으로 반대되어져야 하며 40여 개에 달하는 제지공단이 군산에 입주하게 된다면 군산공단은 사실상 회복하기 힘든 공해 지 역으로 전락될 것이며 인근지역주민들은 수년이내에 집단이주 하게 될 것이다.
군산지역의 환경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우리는 대부분 공단의 오염문제만을 제기하였는데 실제로 일상생활에서도 환경위기는 가속화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과학적인 전문조사에 의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심각한 생태계 파괴와 공해가 우리 지역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최근에 느낄 수 있는 문제로는 이상기온 현상이다. 겨울에 날씨가 유별나게 추운 지역이 군산인데 올해의 경우에는 전혀 추위가 오지 않았다. 이같은 이유는 전지구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군산은 특수한 이상기온 현상을 맞이하고 있다. 가까운 사례를 든다면 금강하구둑으로 인해 금강이 정체되면서 따뜻해지고 있다. 그래서 계절에 관계없이 물안개가 시내중심가에까지 아주 짙게 끼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물이 흐를 수 있도록 다리로 만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업용수를 만들기 위하여 강물을 막아버리는 뚝을 설치한 것이다. 결국 공해기업을 위하여 군산의 건강과 지역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 산업 폐기물, 생활쓰레기문제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군산이 특히 심한 이유는 갑작스러운 지역개발과 도시화로 인해서 행정기관의 쓰레기처리능력이 초과해버린 것이다. 내초도에 있는 산업쓰레기 매립장의경우에 우리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불법매립이 횡행되고 있으며 일반쓰레기 매립도 함께 이루진다는 것이 폭로되기도 하였다. 또한 자동차의 급격한 증가는 교통난, 주차난을 발생시키며 배기가스에 의한 중앙로 지역의 대기오염은 전북지역 최고수치를 자랑하고 있다. 기타 다른 사항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최근에 밝혀지기로는 군산 앞바다의 수질오염이 COD(화학적산소 요구량) 허용기준치를 3배나 넘는 정도의 심각한 오염상태가 항만청 조사에서 발표되기도 하였다. 이제 군산 앞바다는 더 이상 인간과 함께하는 자연으로서가 아닌 버려진 죽음의 바다가 되어버 린 것이다. 군산 앞바다를 원래의 상태로 만들기 위하여 환경오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수십년, 수백년이 걸리게 될 것이며 지금과 같이 계속 공해기업이 존재한다면 군산 앞바다는 영원히 회복되지 못할 것이다.
더불어 군산 시민들에게는 별다른 관심의 대상이 아니고 쉽게 지나치는 환경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군산 미공군기지의 환경문제이다. 미군기지 주변지역의 항공기소음은 필자의 조사(소음측정)에 의하면 평균 80~110db(데시벨)의 소음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청각장애 정도가 아닌 정신분열 증세를 일으킬 정도로 심각한 상태의 소음이다. 또한 미군기지는 자국의 환경수칙과 기준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기에 미군기지가 자리잡은 우리의 땅들이 썩어가고 있다.
우리지역에서의 환경위기는 이제 총체적이고 전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같은 환경파괴가 일정기간(5년에서 7년) 계속되어진다면 대학로를 중심으로 좌편지역(공단지역, 소룡동지 역)은 사실상주거 생활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며 온산, 여천과 같이 집단이주가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결국 정부와 기업의 이윤과 목적을 위하여 군산 시민의 터전과 생명은 희생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무서운 공해전가정책과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우리군산은 공해도시, 죽음의 도시로 전락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