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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7 | [문화시평]
온다라, 다섯해를 딛고 다시 서라 온다라 미술관 재설립을 위한 기금마련전에 부쳐
김용남․전교조 전북지부 연대사업부장 (2004-01-29 14:17:04)
오는 7월 말에 온다라미술관이 문을 닫는다.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이 잘 버텨왔다 싶었는데, 결국 운영적자 누적으로 인한 경영의 어려움으로 운영을 포기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사정은 어려움속에서도 유지해왔던 지금의 공간(임대공간)을 건물주의 비워달라는 요구에 따라 이사갈 수밖에 없는 형편에 놓이게 되면서 문을 닫게 되는 지금에까지 이르렀다. 미술관을 다른 장소로 이 전하기에는 그동안 치솟은 건물임대료 부담과 새로운 시설물 투자(현재 미술관 내부 시설물은 모두 포기해야 한다)가 뒤따르게 되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간 미술관 운영에 따른 누적된 적자와 새로운 재원투자가 큰 부담이 되어 결국 문을 닫게 되었다. 지난 1987년 10월 1일 '개관기념 신학철 초대전'을 시작으로 문을 연 온다라는 그 당시의 시대 분위기나 문화풍토, 미술계의 여건으로 보아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개관전에서 온다라미술관의 성격과 방향을 예고했듯이, 민족민중미술 작품을 중심으로 사회변혁 운동기의 시대적 흐름과 요청을 수용하는 진보적인 작품 전시회와 더불어 강연회, 작가와의 대화 등을 마련하여 관객들의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 미술관 대중의 심리적․정서적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을 시도했다. 이러한 시도들은 당시 미술계 실정에서 특히, 전북지역에서는 드문 일이었다. 기존의 전시장이 장소를 대여해주는 기능에만 국한되어 있는 반면 온다라에서는 대부분의 전시와 모든 강연 등의 비용을 미술관이 부담하는 방법으로 치루어왔다. 이러한 운영방식은 전국에 있는 좋은 작가와 작품을 전북지역민들이 자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개관이래 6년째 접어드는 온다라는 그동안 전북지역의 지역문화공간으로 자기 몫을 감당해 왔고, 전국적인 화랑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은 온다라의 다양한 기획행사에서 비롯된다. 전시회는 75회를 마련했는데 백두산 사진전으로 잘 알려진 '북녘의 산하' 구보타 히로찌의 대형 사진전. 임옥상의 50m 두루 마리 그림 '아프리카 현대사' 황재형의 '쥘 흙과 뉠 땅전'. 이철수의 '동학연작' 판화전. 중국 '수인 목판화전' 등 타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작품들을 꾸준하게 소개하여 왔다. 이런 회화뿐만 아니라 판화. 만화, 일러스트레이션, 생활미술 등 많은 쟝르를 통하여 전시회의 영역을 확장시켜 왔고 '한글T셔츠 입기 운동전'이나 '내가 만든 그림책전' '평양 사진전'과 같은 우리시대 민족문화를 주체적으로 세우는데 뜻을 같이하는 행사들은 참된 삶, 민주, 통일의 변혁운동에 기여한다는 온다라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분단현실의 공간과 회화의 공간'(성완경․미술평론가). '민족민중미술 운동과 리얼리즘'(심광현․미술평론가). '우리시대 농민미술의 과제와 이종구' (유흥준․미술평론가) 등 26회의 강연회는 관람자의 감상의 폭과 깊이를 더할 수 있게 하였다. 특히, 매년 겨울에 마련하는 온다라 정기 강좌중 그 첫번째 '한국미술사'(이태호․전남대교수) 강좌는 선사시대부터 근․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의 흐름을 2000여매의 슬라이드자료를 통하여, 일반인들이 한국미술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또한 '미학강좌'(황지우․시인), (이태호․교수) '민족미술강좌' 등을 개설하여 백여명 이상이 참여하는 성황을 이루었다. 온다라의 정기적인 강좌는 문화의 중앙집중화로 문화적 소외 지역인 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드문 행사로 평가받았다. 미술분야 외에도 소형영화제, 비디오감상, 국악강연 등을 마련하였다. 이 지역의 다른 분야 단체들의 여러 행사와 모임 장소로써 부담 없이 온다라를 이용하여 왔다. 온다라의 5년간의 행적을 점검해보면, 이러한 성과들을 이루어낸 바탕에는 미술관을 마련하고 그동안 적자운영을 감당해 온 관장 김인철씨 개인의 소신과 헌신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문화예술활동은 예나 지금이나 사회구조적으로나 경제적 여건으로 '돈 까먹는 것'임에 틀림없다. 모든 문화활동에 종사하는 개인과 단체들이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일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보편화 되어있다'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어느 지역이나 문화를 통해 삶의 참된 가치와 문화적 이상을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열악한 조건이나마 문화공간의 필요성과 활동을 원하면서도 못하는 것은 의지와 열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사회, 경제, 문화의 구조적 조건 속에서 시작된 어려움이다. 그런데 온다라미술관의 경우, 한 개인이 사재로 5년 동안이나 어려움을 극복하며 지역문화공간으로 자리를 굳혀왔음에도 불구하고 쌓은 성과와 노력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니 안타까운 생각과 걱정이 앞선다. 과연 온다라가 문을 닫는 것이 단순히 한 개인의 일일까? 경영상의 어려움을 김인철씨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방관만 하고 말 것인가? 이제까지 온다라가 심고 키워온 성과를 우리 모두가 나누지 않았던가 ! 앞으로 더욱 무성해지고 많은 성과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해야 하지 않겠는가. 올해 온다라미술관은 전라북도가 처음으로 시행한 '문화예술진흥기금'지원에 따라 그동안의 활동실적을 토대로 지원금 신청서류를 접수시켰지만 전라북도로부터 받은 것은 '개인화랑 전시'라는 지원금 불가사유가 적힌 행정 우편을 받았을 뿐이다. 심사위원들이 오죽 알아서 심사했으랴마는 개인화랑 전시면 어떠랴. 정작 전시내용의 중요성을 잊어버린 이번 심사가 안타까울 뿐이다. 김관장은 7월말 문을 닫더라도 향후 2년 뒤에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시근교에 다시 온다라미술관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온다라를 아끼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온다라가 쌓아온 성과를 거듭할 수 있도록 뜻을 모아 돕기로 했다. '온다라미술관 재설립을 위한 후원회'를 만들고 후원회 사업으로 '온다라미술관 재설립을 위한 기금 마련전'을 열고자 한다. 지금까지 온다라가 해온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의 막중함에 비해 큰 도움은 아닐지라도 온다라미술관이 김관장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격려의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 기금마련전은 이러한 뜻에 동참하는 전주 및 다른 지역의 작가 40여명이 작품을 출품하여 7월 11일~26일까지 온다라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또한 1일 늦은 5시, 그동안 온다라 5년 활동을 정리한 '온다라 5년사'출판 기념 및 '기금마련전' 열림 잔치가 열린다. 그동안 애쓴 온다라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고 앞으로 온다라가 하는 일에 힘찬 격려를 보내자. 이제 온다라는 우리의 미술관으로 다시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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