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7 | [문화계 핫이슈]
오늘을 살아가는 건강한 청년들의 건강한 몸짓
전주새길청년회가 연 「제1기 청년학교」
윤희숙․문화저널 기자
(2004-01-29 14:19:32)
청춘!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렌다'고 어느 수필가는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청춘을 찬양했다. 큰산을 옮길 만한 기백을 가졌다는 청년들의 지금의 모습은 어떠한가. 높은 산에 올라 호연지기를 길러야 하는 청년들이 요즘은 한평 남짓한 노래방의 어두컴컴한 밀실에서, 또는 담배 연기 자욱한 호프집에서 술에 취해 휘청거리는 몸을 가누지 못한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여주어, 건강한 청년문화에 아쉬움을 갖게 한다.
전주 새길청년회가 마련한 청년학교는 오늘의 시대를 살아가는 전주지역의 건강한 청년들이 우리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제반 현실적 문제들을 각 분야별로 초청된 전문강사들의 강연과 자신들의 강연과 자신들의 진지한 토론을 통해 올바르게 인식하고 그 인식을 바탕으로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고민하는 장으로 마련된 행사이다.
첫날은 정현곤(민주화운동 청년연합) 사무국장의 「한국 현대사와 미국」이라는 주제의 강연이 있었다. 이 강좌는 불과 십여년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혈맹으로 알려진 미국이 해방이후의 군정과 한국전쟁, 분단으로부터 4.19 혁명 80년 광주민중항쟁 까지의 치열한 우리의 현대사에 어떤 식으로 개입해 왔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미국의 본질을 깨닫게 했다. 두 번째 강좌는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오염문제를 다룬 「우리의 삶의 터전, 안전한가」라는 주제의 박종훈(전북연합반핵환경위원장)씨의 강의로 이루어졌다. 오로지 경제성장 일변도로 앞뒤 가리지 않고 내달려온 결과로 빚어진 환경오염은 서서히 인간의 생존을 위협해 오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멱을 감고 고기를 잡을 수 있었던 하천들이 무책임한 인간들에게 지금 되돌려주는 것은 썩은 물과 악취 따위이다. 박종훈씨는 환경오염의 구체적 사례를 통해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며 깨끗한 공기와 물을 되찾기 위한 정부와 국민들의 관심과 생활속에서의 실천운동이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리고 많은 참가자들이 큰 관심을 끈 강의는 소설가 윤정모씨의 문학강좌였다. 윤정모씨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문학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이 잘 아는 문제를 글로 써야하'며, '세상을 올바르게 보는 눈이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또한 사회과학과 문학과의 관계, 바람직한 문학관 그리고 문학에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현장체험에서 우러난 글을 쓰는 일이고, 문학의 재료가 되는 우리말을 열심히 공부하는 일의 중요성 등을 강조했다. 네번째 강좌는「결혼과 성」을 주제로 한 오정요씨 (전북민주여성회 사무국장)의 강의였다. 강연을 통해 오정요씨는 현모양처가 아직도 훌륭한 여성의 표상인양 인식되고 사회적 차별대우에 쉽게 무감각해지는 우리의 여성관을 바로잡고 여성으로서의 우리와 일과 여성 노동자로서의 우리의 문제를 고민하고 일하는 여성의 참다운 가치관과 여성관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제시하였다. 김은수씨(해직교사, 전북연합조국통일위 원장)는 통일강좌에서 현정권의 불철저하고 기회주의적인 통일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치적, 경제적, 인도적 차원에서 반드시 통일은 이루어져야하고 통일의 주체는 민중이 되어야함을 역설했다. 또한 이날 강좌에서는 통일을 이룩하기 위 한 선결요건으로 통일에 대한 잘못된 시각의 변화와 북한의 현실을 편견 없이 보는 자세 그리고 미군철수, 한반도 비핵지대화, 국가보안법의 폐지 등이 제시되었다.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문방송학과)의 「언론이 가지는 두 얼굴」이란 주제의 언론강좌에서는 한국언론상품에 미치는 법률적, 정치적, 경제적, 조직적, 문화적, 사회적, 자율적 통제 요인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한국언론의 부정적 통제를 극소화시키고 긍정적 통제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범국민차원의 언론운동이 펼쳐져야 한다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이번 강좌는 언론의 문제점을 공감하면서도 전문분야라는 사실 때문에 쉽게 건드릴 수 없었던 문제들을 이끌어냄으로 언론의 주체인 우리가 앞장서서 언론의 문제점들을 개선해 나가야한다는 입장을 정리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요즘 한창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는 연말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길을 모색하는 자리로 이인영씨 (전국연합제도정치위 간사)의 정치강연이 있었다. 강연을 통해 이인영씨는 총선의 결과로 빚어진 3당체제 속에서 각기 대권을 향해 질주하는 3당의 입장과 큰 변수로 작용할 국민당의 역할 등을 분석해내고, 민주당에 의해서만 통치되는 정부가 아닌 광범위한 반민자당세력의 연합체인 민주연합전선의 구성을 제안했다. 마지막 강좌는 「청년, 젊은이답게 삽시다」라는 주제로 이광재 회장의 강연이 있었다. 이 강연에서는 조국의 큰 힘이 될 청년의 특성과 역사 속에서의 청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현재 청년들의 앞길을 막고 있는 사회의 어려운 조건들과 그것을 극복하고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젊어지고 건강한 문화창달의 주인으로서 해내야할 일들이 얘기되어졌다.
첫 강좌에 70여명이 참여하여 그중 65명이 졸업한 이번 제1기 청년학교를 치루어내면서 청년회에서는 조심스럽게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린다. 단일한 주제를 가지고 집중적으로 마련된 강좌는 지금까지 많이 있어왔지만 청년학교의 경우처럼 다양한 요구를 폭넓게 수용한 강좌는 드물었다. 물론 강의의 깊이가 조금은 얕을지 모르나 이런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배울만한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던 참가자들에게 이번 행사는 내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들을 공감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을 것이다. 또한 강의 후에 벌이는 분반토론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느끼는 문제들을 서로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실질적인 논의를 '통해 공동의 문제를 나 자신의 문제로 변화시켜 주는 구실을 톡톡히 해냈다. 그리고 세번째 강좌 후에 가진 모악산 등반을 겸한 야유회는 청년학교를 통해 만난 회원들간의 친목을 위해 마련한 것으로 40명이 참여하여 자연의 푸르름을 만끽하면서 진행되어 청년학교가 단순히 일회적인 행사만을 이끄는 곳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강사들과 사전에 강의에 대한 협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강좌와 강좌 사이의 연결구조를 갖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던 이번 청년학교는 그럼에도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의 학생과 직장인들이 참여하여 폭넓은 배움의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청년학교를 무사히 마친 새길 청년회에서는 이번 행사에 나타난 문제점들을 보완하여 금년 하반기에 제2기 청년학교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