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7 | [시]
산 6
-왕시루 봉
박두규
(2004-01-29 14:23:38)
억 새꽃 어지러운
산등성이의 헬기장에 서면
협곡을 안고 아스라히 흐르는
눈부신 강을 만난다.
백운과 지리를
보듬은 강.
해방과 살육의 시절.
달빛 죽은 밤으로
이 강을 건너
얼굴 없는 전사들
서로의 목숨을 나누었겠지
섬진강.
이 산등성이를 미친듯 덮고 있는
억새밭 틈틈에
미국인 선교사들의 별장이 박혀 있다.
이 꼭대기 에
풀장도 만들고
마을 사람 지게 위에 방석 깔고
앉아서 올라 왔다는
미국인들의 별장.
별장지기 이 노인은
여름 한 철 미국인들의 휴가를 위해
삼십여 년을
혼자서 살아 왔다.
눈이 쌓이고 물줄기가 얼면
도끼로 풀장의 얼음을 깨어
쌀을 씻고
담배 한 대 빼물면
불현듯 날이 저물었다.
시인 박두규는 1956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났다.
1982년 전주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고
「남민시」동인에 참여하면서, 시작(詩作)활동을 시작했다.
전북민족문학인협의회 회원이기도 한 그는
지금 전남 구례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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