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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7 | 칼럼·시평 [문화시평]
’91전북청년작가 초대전을 보고
이철량 전북대 교수, 한국화(2004-01-29 14:26:47)

미래의 새로운 모습을 희망하는 전북미술은 90년대의 벽두부터 그 열기를 달아 올리고 있는 것 같다. 최근 1~2년 사이에 전주를 중심으로 한 전북지역에 전시공간이 많이 생겨나고 있고, 또 이 공간들에서는 일년내내 쉬지 않고 각종 기획, 초대, 대관전시들이 줄을 잇고 있다. 사실 근래의 이러한 미술계의 활기는 지난 80년대에는 전북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전 대학에 미술학과가 개설되어져 매년 기백명씩의 졸업생들이 배출되어져 오고 있었다. 이들의 젊은 의욕과 투지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각종 전시회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많아진 미술인구에 비례하여 그 작품의 경향도 무척 다양해져 가고 있다는 인상을 갖게 한다. 이렇듯 활발한 젊은 미술인들의 활동을 여하히 추스르고 격려하여야 할 사회적 책임을 떠안은 기성사회의 책무 역시 높아져 왔다는 점도 사실이다. 이렇게 팽배해진 사회적 분위기 속에 금번 문화저널이 전북 청년미술의 한 몫을 담당하게 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로 여겨진다.
사실 그동안 이지역의 여타 화랑등에서 꾸준히 의미있는 기획전등을 가져왔던 것이 사실이며 이러한 모습이 나름대로 독자적 목표를 지향하는 일정한 방향을 보여주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새롭게 구성된 청년작가 초대전은 또 다른 새로운 방법을 집중시키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 중의 하나는 출품작가에 대한 책임제 도입이다.
이것은 그간 우리사회의 각 분야에서 고질적으로 누적되어온 인맥․학연등의 부정적 요소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성집단과 신진그룹과의 연계고리를 형성시키고 그에 따른 추천의 글을 받음으로써 객관적 책임성을 높이고 있는 점이 인상적으로 받아 들여진다. 또한 전시방법에 있어서도 종래의 엄격한 장르구분을 갖지 않았다. 이것은 근자 젊은 작가들의 의식이 동․서양화의 구분보다는 한국회화라는 통일된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지 않았나 싶다. 더욱이 종래의 작품 수나 크기 위주의 단순한 전시방법에서 벗어나 일정한 길이의 벽면만을 제공함으로써 출품작가의 제작상 자율성을 높이려한 노력은 대단히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진일보한 발상과 의지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내지는 못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것은 전북 청년미술에 대한 주최측의 모호한 입장에서 오는 전시내용의 산만함과 진행과정의 미흡 등이다. 사실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한 이번 일은 주최측의 경험축적의 부족에서 하는 것으로 문제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전시 내용은 주최측의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를테면 표제로 삼고 있는 청년작가에 대한 개념설정과 작품의 방향설정이 분명하여야 한다.
여기서 청년작가(혹은 청년미술)라 함은 출품작가의 단순한 연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술에 대한 젊은 의식을 말함에 다름 아니며 출품작가의 나이를 35세 미만으로 한정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젊은 작가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걸어보고자 하는 의지일 뿐이며 또한 그들에겐 비교적 시간이 많다는 기대를 갖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나이가 젊다는 것만으로 젊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 출품작들은 면면을 보면 꽤나 다양해 보인다. 예컨대 남성회, 서일석등은 비교적 전통적인 주제선택과 전개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이점에서는 최유경도 같은 선상에 있다. 도병락은 비교적 후기 모더니즘 편에 서있고 조현동과 이철규는 수묵과 채색의 혼합기법의 매체실험 속에 현실의 단편들을 모으고 있으며 이문수와 홍선기는 신표현주의적 수법을 연상케하면서 홍선기는 자신의 내적 심상을 이문수는 문명비판적 안목을 보여준다.
정미현은 전통수묵의 새로운 방법적 시도속에 나름의 자연관을 그리고 김선태는 탈모더니즘적 입장에서 각종인물들의 표정을 리얼리즘 수법으로 형상화하고 있으며 여태명은 묵필의 추상적 조형에 의지해 있다.
이렇듯 개인적으로는 비교적 다른 소재설정과 표현형식을 설정하고 있지만 이번 출품작가 11명은 일단 전통적 형식에 충실히 의지하고 있는 남성회, 최유경, 서일석등과 여태명, 도병락등의 비형상성의 작가 그리고 김선태, 정미현, 이문수, 이철규, 홍선기, 조현동 등의 표현성이 두드러지는 내용주의의 작가군으로 크게 구분지을 수 있겠다.
이들 작가군들은 전북지역 청년작가의 현재를 조망하게 하는 창구가 되었으며 한편으로는 전북 청년미술의 행보를 가름하는 척도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공로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가 어떤 일관된 목표의 지향점 설정을 불분명하게 함으로써 문화저널이 지속적 행사로 정착시켜 나갈 것을 천명한 입장에서 아쉬운 감을 갖게 하였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좀더 구체적이고 집약된 형태의 전시, 말하자면 현대의 제형태의 전시, 말하자면 현대의 제반양상들을 모두 모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 중에서 그 어떤 목표를 향해서 하나씩 골라내어 가는 행사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어떻든 이번 91전북청년작가 초대전이 우리 미술계에 던진 파장은 매우 크고 청년작가들에게는 의욕을 일구어내는 새로운 장을 되었을 것이다. 사실 이 지역 미술RP가 근자 수년간 양적으로 많이 팽창되었던 바에 비하여 내적으로는 빈곤한게 사실이다. 이번 전시가 그 단면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제 전북미술은 놀라운 속도로 성숙의 면모를 갖추어 갈 것이다. 그것은 물론 내적 다양성과 미래지향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은 지난해 얼화랑이 제정한 전북 청년미술상과 함께 91전북청년작가 초대전이 지속적으로 발전되어져 나갈 것이란 점 때문이다.
전북미술의 90년대를 여는 길목에서 전북 미술의 청년시대를 개막하는 획기적 사건으로 이번 91전북청년작가 초대전의 의미를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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