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상 살면서 어찌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기를 바라리요마는 그래도 얼마 살지 않은 내 인생을 뒤돌아 보아도 그렇거니와 먼저사신 여러분들의 한 평생을 뒤돌아보아도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하게된다는 사실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고 평생을 산다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기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지 못하여 성공적인 삶이 되기도 어렵거니와 비록 어찌어찌 하여 호의호식한다 할지라도 어딘가 하는 일에 신명이 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타인이 객관적으로 보기에 화려하고 물질적으로 풍요하게 사는 것이 보기 좋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젊은 혈기에 남들이 그렇게 보아주고 칭찬해주는 맛에 우쭐우쭐 하며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공허함을 잊어버리고 살아 갈 수도 있겠지만 인생을 정리해야 할 어느 때에 이르러서 느끼는 허탈함은 말 할수 없이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성년이 된 지금에 새로운 직업을 찾아서 갈 수도 없거니와 새 우물을 판다한들 어느 깊이에서 밝은 물이 나을지도 모르고 설령 물이 있다 할지라도 물이 있는 곳까지 파 들어갈 힘이 넉넉하지는 못할 것이다. 때문에 법관이 되고 의사가 되고 교수가 되어야 한다고 돈과 명예가 따르는 일만이 가치있는 삶이라고 강요당하여 살아온 -그렇다고 그렇게 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되지도 않았지만- 우리는, 우리의 후배들 뿐 아니라 다음 생을 열어갈 우리 어린것들에게 무엇이 되면 돈과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고 가르치며 강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내가 중학교 3학년때 성적이 나쁘지도 않던 어떤 친구는 공부가 하기 싫어서 고등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정말 푸짐하게 엉덩이를 맞으면서도 끝내 진학을 거부했는데 명색이 대학원 물까지 맛보았다는 내가 뭐좀 해보겠다고 건물을 임대하러 갔을 때 그 친구가 그 건물의 주인으로 앉아서 깜짝 반기는 것이었다. 내심 놀라웠지만 생각해 보니 놀랄 일도 아니거니와 사람마다 할 일이 따로 있다는 것과 그간 긴 방황과 고민 끝에 그 좋다는 학문의 길을 거부하고 나의 길에 들어선 안도감, 그때 그 친구의 용기와 판단 등이 새삼스러웠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 친구는 그때 하라는 공부 안한 것이 몹시 후회스럽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만족한 웃음이 있어 보기가 좋았다. 그렇다! 옛말에 물꼬는 트는대로 흐른다지만 현명한 농부는 무작정 생물꼬는 트지 않는다. 물의 흐름과 주변의 지형을 보아 필요한 만큼 물이 나갈 수 있도록 물꼬를 튼다. 아무리 풍요의 선진국이 되고 싶고 아무리 내 아이가 똑똑해 보여도 몰아치지 말자. 강요하지 말자. 뒤에 본 나무는 그루를 돋우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