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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7 | [특집]
건강하고 진보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또 하나의 방법
이철수․화가․충문연의장 (2004-01-29 14:33:41)
이나라 안에서 제일 의젓하고 순한 산들 머무는 곳 전주에서 다달이 '문화예술 정보지' 한 권이 나와 어김없이 제앞에까지 와서 놓입니다. 고마워 합니다. 그 얇은 잡지 한권을 보면서 늘 생각하는 것은 부드러운 선으로 그려지는 산의 모습입니다. 우뚝하지 않으면서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산. 고부 백산이 그랬습니다. 벌판에 서서 보면 가까스로 산을 이루는 언덕인데 거기 올라서 보면 만경의 벌이 바둑판처럼 읽힙니다. 지역잡지가 우리 타관사람 조차 염두에 두고 만들어 질리 없겠지만, 사흘도리로 내왕할 수 있는 곳이 아닌 '남들 동네' 문화예술소식을 차근히 간추려 주는 「저널」이 폭넓은 조망을 손쉽게 제공해주는 탓으로 그런 연상도 하게되는가 봅니다. 모르긴 해도 그곳 전북 안에서도 익산의 일을 남원이 모르고, 무주의 일을 고창이 알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서도 보은의 일을 단양이 모릅니다. 하고많은 것이 중앙으로만 모여들고, 지역은 정치에서 문화에 이르기까지 두루 소외되어 온지 오래여서 지역의 문화예술정보를 소중히 정리하고 보듬는 그 일만으로도 「저널」은 아름답습니다. 그 아름다움이 여러 사람의 갖은 수고를 뿌리로 해서 피는 '꽃'인 것을 아는 터라 거기에 사소한 유감( ? )이나 바램을 이야기하기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도 말은 있기 마련이고, 그 의견이 서로 등을 대고 있으면서도 각각 일이 있기 십상입니다. 게다가 먼데서 보며 하는 이야기란 것이 대개 마음으로도 거리를 두고 하는 말이어서 지역인들의 구체적인 요구를 고려하지 않았기 쉽습니다. 여러분들이 스스로 내리는 평가와 분발이 바깥의 어떤 충고나 조언보다 올바르고 의미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세상이 온통 천박한 자본의 물살에 휩쓸리는 판에 그 흐름을 살피고 맥을 짚어내기에 여념 없을 「저널」과 독자들이 서로 고마워 하고 행복해 하는 관계가 되기만 바랍니다. 다만, 기왕에 '따뜻한' 인식과 사랑을 표방한 잡지이니 만큼 같은 내용이라도 더 쉽게 읽히도록 애써달라는 주문과 함께 편히 쉬어 갈만한 지면이 좀 끼어 들어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쉼․재미․자랑․고요․침잠 등이 건강하고 진보적인 태도와 싸우는 관계일 까닭이 없습니다. 문화예술 활동에 직접 참여해 있는 이들의 깊은 내적 성찰이나 자기점검․변화의 모색을 발빠르게 변화하는 70년대 문화예술의 현실이나 정치사회 현실과 연관 시켜서 육성으로 듣고 싫다는 생각도 단순한 호기심 때문은 아닙니다. 그 고백이 솔직하기만 하다면, 격동의 시대를 고뇌하는 문화예술인들에게나 그 고뇌를 실감하기 어려운 관객, 애호가들에게도 두루 의미 있는 '관계' 혹은 '만남' 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자신과 현실을 아울러서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문화예술인의 육성을 통해서 함께 그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독자라면 「저널」을 위해서 뿐 아니라 문화예술 '현장' 을 위해서도 소중한 '길동무'가 될 듯 합니다. 서로 솔직해지는 관계가 더 많아져야 합니다. 실감 있게 가슴에 와닿는 건강한 내용․형식의 문제가 대중적 공감의 확산과 함께 현장의 주된 고민이라면 그 정보를 다루는 매체의 고민도 그와 닮아가야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고민과 반성의 시간이 좀 길어져도 좋고, 그런 지면이 많아져도 좋으리라 여깁니다. 50호는 「저널」의 앞날을 생각하면 시작입니다. 그 시작이 아름다와서 그 끝도 아름다우리라 믿을 수 있습니다. 축하를 보냅니다. 잔치에 부조가 얄팍하여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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