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7 | [특집]
작은 정성 귀하게 여기는 전북의 심성
이형권․「사람사는 이야기」편집부장
(2004-01-29 14:34:07)
그리운 사람으로부터의 소식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애뜻한 마음이 또 있을까요, 전북 『문화저널』을 생각하면 먼저 그러한 다정함이 가슴에 번져오곤 합니다. 더구나 지난 5월호부터는 저의 거처가 불분명하여 소식조차 두절된 상태이고 보니 그 마음이 더욱 간절해질 수 밖에요.
제가 『문화저널』을 알게 된 것 은 아마 2년전 신록이 춤추던 초 여름이었던 것 같습니다. 광주에서 상경하여 서울살이를 하던 때인데 1년 남짓 근무하던 출판사를 그만두고 국토기행을 하겠노라고 떠돌아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은사이신 전남대 이태호 교수님을 따라 열네번째 백제기행 '전북의 장승과 성신앙의 현장'을 답사하던 때인데 그 날 느꼈던 『문화저널』에 대한 인상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신선한 것이었습니다. 국민학교 학생들에서부터 대학교수님에 이르기까지 격이 없이 벗이 한덩어리가 되어 남도의 역사가 숨쉬는 들판을 찾아가던 행렬은 지금도 가슴을 뜨겁게 하는 감동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국토가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움에 반해 틈나는 대로 답사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또한 학술단체를 비롯한 여러 단체의 문화유적기행에 참여해 보기도 하고 제 스스로가 '한국문화유산답사회' 총무 직함으로 답사실무를 맡아본 경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저널』의 '백제기행'처럼 전체 회원이 한 가족이 되어 진지하게 역사의 현장을 가슴에 담는 기행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답사를 진행하는 여러 선생님들과 실무자 그리고 회원들이 하나가 되어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에게 배려하는 세심한 마음들은 서울이에 지친 저에게 더 없이 정겨운 풍경이었습니다.
그후 저는 『문화저널』의 팬이 되었으며 그간에 발간된 잡지도 떼를 쓰다시피 구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북지역을 답사할 때는 으레 『문화저널』의 기획들을 훑어보곤 합니다. 윤덕향 교수님의 「백제 문화의 원류를 찾아서」,하우봉 교수님의 「전북의 실학자J,「역사의 향기」 「저널 여정」 등은 초행길의 저에게 빼어놓을 수 없는 길잡이 입니다.
『문화저널』이 통권 50호를 맞이했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새삼스레 작은 정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꽃이에 꽃혀 있는 『문화저널』을 펼쳐보면 전북지역문화일꾼들의 살냄새가 배어나올 듯 정답습니다. 배 이상 늘어난 페이지마다 눈길을 끄는 읽을거리는 많아졌고 잡지로서 손색이 없을 만큼 편집도 세련되어 졌습니다. '백제기행'도 어느덧 25회를 넘어서 우리시대의 보기 드문 장정이 되었습니다. 이 모두가 작은 정성을 귀하게 여기는 전북사람들의 밝은 심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고개 넘어 이웃동네인 광주에 살고 있지만 이처럼 작은 정성이 모여 한 그루의 나무를 키우는 예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이점 전북의 형제들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큰 덕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뜨거운 여를 옥상 위의 가건물에서 고생하시는 『문화저널』 식구들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