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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7 | 연재 [파랑새를 찾아서]
부안 양지 당산나무
이 상 훈 편집위원(2004-01-29 14:40:46)



시골길을 걷다 보면 쉽게 몇아름씩되는 커다란 나무를 마주하게 된다. 그 나무가 자리한 곳이 곧 마을 입구임을 알리는 표시이며, 우리는 그 나무를 당산나무, 동구나무, 정자나무, 동수, 애향수 등으로 부른다. 수종은 느티나무(유교의 상징적 나무로 도읍, 마을입구, 큰 도로변에 위치한다. 비교적 수명이 길며 넓은 그늘을 마련해 준다. 우리가 흔히 당산나무라 칭하는 나무이다.), 소나무, 은행나무, 버드나무, 팽나무 등으로 다양하다.
마을 입구에 서 있는 당산나무는 그 마을의 역사를 가늠해 주는 척도가 된다. 즉, 나무는 어느 곳에선가 흘러들어온 사람들이 마을을 형성하여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본 산 증인이 된다. 그것은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셔지므로, 수령을 헤아려보면 마을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다.
당산나무 그늘은 마을 사람들에게 후식을 제공하는 공간으로서 뿐만 아니라 마을의 크고 작은 일들을 의논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당산나무는 마을굿의 가장 기본적인 신체로 모셔지며 오랜 연륜에 찬 나무는 미적가치를 지니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나무들은 여러 이야기와 결부된다.
1. 나무의 잎이 푸르고 넓으면, 그 해에 풍년이 들고, 반대로 잎의 모양이 좋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나무를 보고 풍흉을 알아본다는 내용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2. 나무는 국가에 변란이 있거나 국운의 변화가 있을 때는 잎이 고루피지 않고 밤이 되면 곡소리를 낸다.
3. 남아를 생산하지 못한 사람이 나무에 기원을 하면 자식을 얻는다.
4. 나뭇가지를 베어다 불을 때면 죽거나 또는 온몸이 나무껍질로 변한다. 나무를 자르면 피가 흐른다.

하서면 의복리 양지마을 당산나무도 위와 결부되는 이야기가 있다.
양지마을은 해안가에 인접해 있어 농업과 어업을 겸하고 있으며 70호 정도의 가구들로 이루어져 있다. 양지마을 앞에는 당산할머니로 모셔지는 당산나무가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당산나무를 호야나무라고 부른다. 이 나무는 양지마을 당산으로 정월 초 이튿날 밤에 모셔진다. 그런데 요 몇 년 전부터 당산제를 지내지 않자 그 이후로 이유없이 동네청년들이 죽어가고, 당산나무도 죽게 되었다. 이렇게 마을에 뒤숭숭한 일이 생기게 되자 마을사람들은 다시 제를 지내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무 아랫부분부터 싹이 나기 시작하면서 그 나무는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 또 마을에서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게 되어 마을이 안정을 되찾게 되었다. 마을사람들에 의하면 지금 여든이 넘은 마을 어른 중 한 분이 어릴 때 제상 떡가루를 만지다 손톱이 모두 빠져나갔다고 하며 무당이 부러진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다 눈이 멀었다고 하는데, 이는 당산나무를 신성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믿음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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