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형화된 관현악단의 연주가 돋보인 반면, 이지역을 대표하는 분야인 판소리는 점점 쇠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도립 국악단의 연주부 활동이 크게 향상되어 3번에 걸친 관현악의 중심으로 연주가 있었으며, 전주국악관현악단이 예루음악회 200회 기념 축제의 서막 연주를 펼쳤고, 추계예술대학 국악과 순회 연주회가 전주와 남원에서 개최 된 바 있다. MBC창사 26주년을 기념하는 판소리 감상회가 있었고,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초청 합동 연주회가 있었다. 91년도 상반기에 전북지역에서 공연된 음악행사 중 한국음악 부분을 2회로 나누어 간추려 보고자 한다.
․창무극 “하늘이여 땅이여” 앵콜공연
전북도립국악단의 90년 12월 서울․부산․전주에서 공연한 창무극“하늘이여 땅이여”의 작품 중 극요쇼를 뺀 음악만을 따로 무대에 올렸다. 4월 3일 전북예술회관에서 펼친 이 연주회는 창과 관현악의 어울림을 민요와 소리 그리고 작곡에 의한 노래로 엮어 새로운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었다. 연주 내용은 창무극의 차례에 따라 순서를 정하여 23곡을 연주하였으며,독창․중창․합창등으로 다채롭게 꾸며졌다. 다양한 연주 기획이 정착되지 못한 한국음악계에 관현악 반주에 의한 성악곡을 무대에 올린 이번 연주회는 아마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로 기록 될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세밀한 기획을 하였다면 더좋은 성과를 올렸으리라 생각하며 다음 몇가지를 제안 하고자 한다. 첫째, 현재 도립국악단 연주자가 예술회관무대를 차지 하기에는 단원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렇게 부족한 인원으로 연주를 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음향기기를 사용할 수 밖에 없고, 더구나 연주단배치가 무대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연주자들이 너무 한곳에 모여 있기 때문에 객석에서 보기에 왜소한 느낌을 주게 된다. 적은 인원이지만 넓게 앉아 관중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둘째, 노래하는 사람들이 곡에 따라 바뀌어 산만한 느낌을 주고 있다. 물론 창무극의 순서에 의한 것이지만 적어도 지휘자는 잦은입․퇴장을 삼가야 한다. 지휘자가 매 곡마다 움직이게 되면 관중은 공연에 집중할수 없게 된다. 그리고 계속 출연하는 출연자는 바쁘더라도 몸가짐을 편안하게 하여 바쁘더라도 몸가짐을 편안하게 하여 무대를 안정시켜야 할 것이다. 23곡을 연주하는 연주회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출연자들이 조심하면 연주회장 분위기는 살릴 수 있다고 생각 된다. 셋째, 연주회에 독주나 독창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본인에게도 큰 영광이며 연주 단체도 그러한 독주․독창의 협연은 자랑이다. 그렇기 때문에 협연자는 자신의 음악에 책임을 져야 할 의무가 있다. 협연자는 자신이 말한 역할에 좀더 충실하여야 한다. 매우기식의 협연은 모두를 불편하게 하므로 자신의 음악에 성숙함을 보여주는 것이 마땅하리라 생각된다. 도립국악단의 창과 관현악은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악곡을 중심으로 관현악의 무대화가 가능한 면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러한 무대가 가곡․판소리에 까지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전주 MBC 26주년 기념“판소리 제천”
전주 문화방송이 창자 26주년 기념으로 “판소리 제천” 의 장을 4월35일 실내 체육관에서 펼쳤다. 이번 공연은 작년에 이은 두 번째의 기획 공연이다. 오히려 판소리의 고장인 전주에서 판소리를 감상하기가 더 어렵다. 우리 전북은 판소리와 관계된 행사가 많지만 제대로 판이 벌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의 경우 인물위주의 토막소리가 대부분이고 대사습이나 춘향제 기간 그밖의 행사기간에 소리를 뜻같이 듣기가 힘들어 몇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첮때, 판소리를 ‘판의 예술’또는 ‘소리판’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판’은 실내체육관 같은 거대한 돔형식의 무대는 아니다. 예전에는 마당․느티나무아래․정자 등을 의미하며, 육성을 그대로 사용하여 청중과 함께 하는 판을 소리판이라고 하였다. 극장식 무대가 마련되고 대형화 된 객석이 일반화 된 이후로 소리꾼과 듣고 즐기는 사람 사이에 커다란 간격이 생기고 있다.
특히 실내 체육관은 음향과 조명이 제대로 준비가 안되어 소리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가 부담스럽다. 현 실내체육관은 음향기기에만 의존 할 수밖에 없어 어수선하고 산만하여 판소리를 깊이 이해하는 사람을 제외한 일반 사람들로부터 판소리가 외면당하기 쉽게 한다.
둘째, 여러명의 소리꾼이 등장하여 각기 다른 대목을 소리하게 되어듣는 사람이 복잡해 진다는 것이다. 한가지 소리만 가지고 여러 사람이 분창을 하던지, 아니면 한사람의 소리를 적어도 한시간 이상은 하여야 할 텐데 대개의 경우 30분 이내에서 끝나게 되어 인물 위주의 공연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좀더 기획에 신경을 썼으면 한다.
셋째, 공연시간은 대개의 경우가 낮시간을 선택하고 있다. 물론 판소리 감상자가 대부분 노년층이 많아 낮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젊은층을 위하여 밤시간에도 이런 무대를 마련하여야 하겠다. 특히 학생과 직장인은 낮 공연을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이런 낮 공연을 주로 하게 되면 결국 많은 부류의 관중을 놓치는 일이 생기게 된다. 저녁 공연일 경우 관계 전공자들과 충분히 협의하여 관객동원과 공연내용 그리고 출연자를 선정하게 되면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한가지 바람직했던 것은 소리를 하는 명창들이 대개가 전남 죽에서 활동하고 계신 최승희․이일주․성준숙․최난수․성창순를 중심으로 서울에서 활동 중인 오정숙․은희진등이 선정된 것인데 이지역 명창들이 이 지역을 위하여 무대에 설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마련하는 일도 필요하다 하겠다. 끝으로 고수를 주최자가 지정하지 말고 각 명창들이 고수를 대동하도록 하여야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제 2회 밖에 안된 “판소리 제전”이지만 소리꾼과 청중을 위한 좋은 기획을 당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