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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8 | [서평]
『일곱가지 여성 콤플렉스』 (여성을 위한 모임 지음, 1992. 현암사)
지역사회연구모임 (2004-01-29 14:55:16)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도식화가 가능한 책이다. 한국사회는 과거부터 이루어진 남성 중심적 가부장제가 유지되고 있는 사회이다. 가부장제란 계급을 초월한 남성, 그중에서도 연장자의 지배체제라 할 수 있다. 이는 법적, 제도적 강제력과 아울러 여성의 동의로 유지된다. 이같은 남성 중심 사회의 불공평한 질서를 바로 잡으려면, 여자이기 때문에 갖는 뿌리깊은 열등 의식이 여성 개개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먼저 파헤쳐 보아야 한다. 즉 여성이 진정한 자유와 평등을 회복하는 데는 무엇보다 남성 중심의 가치관에 빠져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기를 업신여기는 행위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콤플렉스’라고 부를 수 있으며 바로 이 내면적 속박인 여성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외부의 압력을 미쳐 내는 것이 우리시대 여성운동의 과제다. 이같은 전제하에 버려야할 일곱가지 여성 콤플렉스의 구체적인 양상과 문제점이 이 책의 내용이다. 이는 착한여자 콤플렉스, 신데렐라 콤플렉스, 성 콤플렉스, 외모 콤플렉스, 지적 콤플렉스, 맏딸 콤플렉스, 슈퍼우먼 콤플렉스로 정리된다. ‘착한 여자 콤플렉스’는 타인의 눈에 비치는 자신을 의식하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은 여자라는 칭찬을 받고 싶어하며, 학하고 귀여운 여자라는 인상을 시어 주기 위해 줄곧 자신의 욕망과 개성을 희생하려는 여성의 심리 상태이다.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억업된 태도와 불안이 뒤얽혀 여성의 창의성과 의욕을 힘껏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미계발 상태로 묶어 두는 심리상태이다. 그리고 ‘성 콤플렉스’란 그릇된 성 규범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 성적 욕망과 성적 표현, 성에 대한 흥미를 억제하는 동안 갖게 되는 심리적 갈등을 말한다. ‘외모 콤플렉스’란 외모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열등감으로 표현되든 우월감으로 나타나든 여성의 의식과 생활에 중대한 작용을 하는 현상이다. 또, 사회가 부여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지적 능력에서 열등하다’는 것을 여성 스스로 내재화함으로써 나타나는 지적 열등감이 ‘지적 콤플렉스’로 나타나고, 자신의 능력이나 희망과는 동떨어진 살림밑천이라는 역할을 맡아 알게 모르게 복합적인 심리, 맏딸이 느끼는 이중의 갈등과 강박관념이 사회화 과정을 통해 내재화 하여 ‘맏딸 콤플렉스’로 나타난다. 슈퍼우먼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관계없이 직장인, 주부, 어머니, 아내, 며느리라는 서로 상충되는 역할을 완벽하게 하려는 사람으로, 많은 여성들이 신체적, 심리적으로 갈등하며 알게 모르게 ‘슈퍼우먼 콤플렉스’에 빠진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알게 모르게 내면화 되어 있을 수 있는 이상의 일곱가지 콤플렉스를 구체적인 사례나 생생한 삶의 형태들을 통해서, 그리고 설문조사를 통해 분석하고 있는 이 책은 여성의 의식과 심리적인 면에 다가서려는 노력이 매우 돋보임을 첫눈에 알 수 있다. 그러나 극복방안이나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부부에 오면 이 책의 기본전제와 이책이 여성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근본적인 시각, 관점이 가지는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여성 스스로 자신이 가진 콤플렉스를 인식하고 그에서 벗어나려는 으지, 자주적인 삶을 영위하려는 결단, 자기희생을 거부하고 주체적이고 솔직한 표현방식과 여성 스스로 다른 여성을 적으로 여기지 않는 사고 등등을 극복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생활 곳곳에서 내면화되어 여성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의식기제로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는 일곱가지 콤플렉스의 기본전제가 가지는 한계와 마찬가지로 여성의 개인적인 노력이나 각성에서 그 해결점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서문에서 미리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사회 구조적 관점에서 여성 문제를 강조하기보다, 사회에서 부여한 통념을 여성이 어떻게 내면화시켰는지 여성의 의식과 심리적인 면에 중점을 두겠다는 기본취지를 감안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먼저 기본적인 문제를 여성 스스로 남녀 차별을 사회 질서로 보는 데 자연스럽게 동의한 현상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왜 여성이 이같은 의식을 갖게 되었는가 하는 문제는 모두 남성중시의 가부장제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정리된다. 그러면서 가부장제는 계급을 초월한 남성, 그 중에서도 연장자의 지배체제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문제의 해결이 남성의 억압구조에서 벗어나는 데 맞추어 지고 있다. 올바른 여성문제는 사회전반적인 모순구조속에서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가해지고 있는 억압 강요기제들을 밝혀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며, 이같은 기본 의식속에서야만이 여성의 의식적 정신적 측면도 올바로 접근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여성의 콤플렉스 근원지 또한 가부장제로 정리되는 남성지배구조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로인해 콤플렉스 해소방안을 남성지배구조에서 벗어나는 주체적, 자율적 여성상으로 제시하지만, 이는 남성에 대한 대항의식이나 대항문화의 창출로 이어지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그대로 담지하는 심각한 딜레마를 다시금 안게 된다. 그리고 이상으로인해 사회에서 부여하고 있는 잘못된 성관념이나 통념의 내면화 주체가 사회전반적 모순구조로 설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되어버리는 심각한 와전의 관점으로 일관하고 있다. 요즈음 전개되는 여성해방 논쟁이나 여성학의 체계화, 김부남. 김보은 사건을 계기로한 사회문제화의 흐름등을 통해 볼 때 여성문제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도 높은게 사실이다. 이처럼 여성을 바로 보려는 노력들이 한창임에도 불구하고 최일선에서 고민하고 연구, 분석하다는 주체들마저 위같은 심각한 와전의 관점을 견지함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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