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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8 | 칼럼·시평 [문화시평]
저변확대의 이면, 질적저하란 복병-상반기 연극무대를 보고-
김정수 연출가(2004-01-29 14:59:33)


올 상반기 20여 작품이 공연된 전북연극 무대는 일단 그 양적인 면에서 ‘연극 영화의 해’를 실감나게 해 주었다.
관객 동원 면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상반기 중(1월~7월초) 연인원 4~5만의 관객이 연극 무대를 찾아 나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이 숫자는 전주시 인구의 10분의 1이 최소한 이 기간에 연극 한편을 감상한 꼴이어서 괄목할 만한 변화임에 틀림없다.
그 가운데 타 지역 극단의 초정공연이나 순회공연인 제주 극단「이어도」의 <타이피스트>, 주앙ㅇ대 연극학과의 <에쿠우스>, 군산에서 공연되었던 서울 소재 극단「神市」의 <애니깽>, 박채규 부부의 <장날>등과 <마임 페스티발>,<최규호 판토마임>등의 공연을 제외한 도내 소재극단의 활동도 평소에 비해 활발히 전개된 기간이었다.
극단 별 공연 상황을 보면「전주 시림극단」이 봄철 정기공연으로 3월초<마라&#8228;사드>와 풍남제 행사의 일환으로 매년 가졌던 야외무대를 올해는 <새 자라전>으로 덕진공원에서 6월에 선보였고, 창작극의 발전적 수용과 자체 창작을 지향하는「창작극회」가 <남자는 위 여자는 아래>, <방디기 뎐>, <이내깽>과 부설 아동극단「푸른 숲」을 통해 <깨비와 꾸러기들의 비밀>을 창작, 무대에 올려 모두 네 편의 창작극을 공연하는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었다.
극단「황토」는 <매장된 아이>, <보이체크>, <굿.닥터>등 세 편의 번역극과 7월초 창작극 <햄릿 6>을 공연했는데 그 중 <매장된 아이>는 서울 원정 공연을 통해서도 호평을 받아 전북 연극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또 작년 가을, 노동자의 삶을 대변하는 진보적 연극의 기치를 들고 출범한 극단「불꽃」은여러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미포만의 일출>과 <동숙이의 꿈>을 공연하여「불꽃」의 이미지를 본격 구축하고 나섰으며 같은 신생극단「예원」도 <유리 동물원>으로 가세했다. 한편, 전주 지역 이외의 극단들도 활기를 띠어 기존의 이리, 군산, 남원에 이어 정주 지역에도 새로이 극단이 태동했고, 이리의 극단 「토지」는 1월에 <결혼>을 공연한데 이어 황석영의 소설을 각색한 <삼포가는 길>을 제 7회 전북연극제에 출품, 최우수상을 받고 전국의 지방 극단이 겨루는 전국 연극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기염을 토했으며, 군산의 극단「갯터」도 창작극 <장군의 아들>을 전북연극제에 선보이는 노력을 보여줬다.
이처럼 상반기의 전북 연극 무대는 전주의 5개 극단과 각 지역 극단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고루 표출되며 다양한 모습을 보였으며, 7월 1, 2일 있었던「현대예술극단」의 <춘향전> 초청 공연 등의 도외 극단의 도내 방문으로 더욱 풍성했다.
상반기 중 공연된 모든 작품에 대해 이 자리에서 일일이 거론하여 논의할 수는 없겠지만 대개의 흐름과 변화는 요약해 생각할 수 있다.
첫째로는 창작극이 70%의 우위를 점했다는 사실이 눈에 띤다. 물론 일정 수준을 담보하지 않는 상태에서 창작극이 능사일 수 ask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대극이 번역극 우위에 끌려왔다는 점에서 이 현상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이며 특히 순수 창작품은 아니지만「시립극단」의 <새 자라전>, 「토지」의 <삼포가는 길>,「갯터」의 <장군의 아들>등의 자체 창작작품은 앞으로 전북 연극의 독자적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또 하나의 발전적 현상은 장기공연을 통한 잦은 관객과의 접촉이다. 작년말「창작 소극장」이 개관되고 나서부터는「창작극회」가 장기적인 소극자 무대로 <남자는 위 여자는 아래>, <방디기 뎐>, <이내깽>등을 공연했으며 모노드라마 <박제가 도니 천재>, 「불꽃」의 공연, 「예원」의 공연 등을 유치하여 쉬지 않는 극장을 꾸미려 했던 노력과, 시설은 미흡하지만 극단「불꽃」의 덕진동 소극장도 같은 맥락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소극장은 배우에게 훌륭한 연기 수련의 무대가 되며 관객에게는 항시 연극과 더욱 친밀된 교감을 가져다주는 문화의 장이 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그런 점에서 오랫동안 이 지역연극의 산실 역할을 했던「황토 소극장」의 폐쇄는 아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발전적인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연극의 저변이 확대되어가는 것 이면에는 질적 저하라는 복병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연극의 개념을 이해하고 극 행위를 하는가 라는 평가를 받았던 극단「갯터」의 <장군의 아들>이나 기본적인 연기술조차도 없이 학예회 수준의 작품을 내보인 극단「예원」의 <유리 동물원>등에서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아울러 관객을 지나치게 의식한 상업성의 연극이 눈살을 찌뿌리게 한 경우도 있었다.
각 극단은 보다 체계적인 워크 %과 제반 능력 배양을 통하여 전문 극단으로서의 모습을 견고히 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각종 워크 %의 개방과 직장, 단체, 아동들을 상대로 하는 연극교실의 운영 등을 통하여 공동학습의 장을 마련하고 극단간의 교류 역시 활발히 해나갔으면 한다.
물론 이 같은 노력에는 반드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연극 영화의 해’를 맞아 일과적 지원이 아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여러모로 절실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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