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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8 | 연재 [문화저널]
신현
안종용 진안고 3학년(2004-01-29 15:04:35)



굽어 흐르는 물결따라
벼루에 물담고
고갯마루엔 유서 깊은 비석들
웃음꽃 피우는 오락장 노송
안씨 문중 선인들 고이 안식된
무픈 언덕

이 모든 것들
슬픈 얼굴 빛 발하네
임란의 한을 짚고 섰던
권씨 할머니 영원한 안식처
꿈이었다. 한하노라

멀리 충청도에서 4형제를
데리고 나선 피난길이
그리도 험난 했나보다.

평생 늙은네들의
놀이터인 줄만 알았던
밭 뙈기가 용궁이 될 날도 멀지 않았구나

다라에 들깨모를 이고
불구가 된 딸년 신세타령 하던
금순이 어머니도
용담댐 이야기만 나오면
주름잡힌 이마가 이그러지고

노송 밑에서 막걸리 한사발씩
들이키던 아저씨 형님들도
그 마디 굵은 손이 저려온다
눈물이 절로난다.
가슴 아픈 일도 없는데
깊은 슬픔 속에 잠긴 듯이
하염없이
가슴 저리며 콧물 눈물 범벅되는구나

불쌍한 이네들의 슬픔은
고향 산천 빼앗기는데 있지 않구나
금초하고 돌아오는 길 뒤에
할아버지 의연했던 자태
보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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