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9 | [시]
내소사 길
최은희
(2004-01-29 15:13:31)
바다 가까운 길
바다위로 지나는 길
곰소 염전 짠바람
황새기 젓갈 삭는 냄새
삼거리엔 언제나 메타세라이어나무
지친 듯 지친 듯
아침저격 머리카락 빠지듯
바늘같은 나뭇잎을 고동색으로 물들이고
절문 들어서기전
몇백년전쯤의 당산나무
까마득한 세월은 두려워라
스물 몇줄의 내 나이테
절 뒷산에 황매화 이미 지고
두고온 바다에 흥건히 잠기는
네 취후의 붉은 낙조, 끝내
내가 따라갈 수 없었던 그 불길이여
식은 몸처럼 길은 춥구나
장님처럼 더듬으며 내려오는 산길에
생채기처럼 아프게 박히는 별하나
먼 하늘 내 눈물에 부딪치는 별하나
약력
◇…최은희는 1969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전남대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제1회 임수경 통일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쑥고개 편지』와 『희망있는 고통은 아름다워라』가 있으며, 지금은 전북 민족문학인 협의회 산하 「청년문학회」회원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부안에 살면서 「부안농민회」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