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92.9 | [특집]
땅이여 생명이여
박노성․청년문학회 회장 (2004-01-29 15:22:29)
해마다 돌아오는 팔월 이맘쯤이면 황토현 문화연구회에서 주최하는 여름문화마당이란 행사가 이 땅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팔월의 열기만큼이나 뜨겁게 치러지고 있다.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예년보다 많은 참가자들이 참석, 변산반도의 해변 가를 뜨겁게 달구어 놓고 왔다. 이번 행사는 “땅이여! 생명이여!”란 주제로 변산반도에 위치한 도청국민학교에서 3박 4일간 160여명의 참가자들과 이 땅의 메말라 가는 정서를 찾아 신명나는 한판 굿을 벌였다. 첫날 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다소 어색함과 약간의 설레임으로 상기됐던 참가자들은 전주 실내체육관 앞을 떠나 주최측에서 짜놓았던, 조원들과 미처 얼굴을 익히기도 전에 행사지인 도청초등학교에 도착하였다. 회오리바람처럼, 몰아쳐오는 바닷바람의 어수선함 속에도 조원들을 찾아 텐트를 치고, 점심을 준비했는데, 낯설은 얼굴들이지만 다같이 힘을 합해 점심을 끝마쳤다. 곧바로 진행된 열림강연을 시인이신 신경림선생님을 모시고 <땅>을 주제로 한 강연을 들었다. 지방별 특성과 지역의 형세, 언어, 성격 등을 선생님 특유의 조용함과 구수한 말씀으로 들려주셨는데 한바탕 웃음과, 진지한 모습들이 새삼 땅의 고마움과 경건함을 일깨우게 했다. 어색했던 분위기도 이제는 조금씩 한데 어우러져 저녁식사를 준비했는데, 꼭 맞추어진 가족처럼 단란한 모습들이었다. 파도가 들려주는 한가지 반찬을 곁들여 맛나게들 저녁을 마치고, 곧바로 전북대 국악과 교수이신 정회천 교수님으로부터 서편제 판소리 내력을 듣고, 가락에 대한 장단도 함께 익혔다. 장단을 배울 때는 강사와 참가자들이 하나가 되어 ‘덩더쿵 덩더쿵 덩기덩더쿵’ 어깨춤 들썩이며 그야말로 신명나는 시간을 가졌다. 강연과 강습 끝에 국악과 학생인 김공주 학생의 판소리 심청가 한 대목을 들으며, 국악감상과 이해시간을 아쉬움으로 마쳐야했다. 이어 벌어진 정학섭 회원의 사회로 진행된 열림고사에서는 서울 부산 멀리 제주도에서 오신 참가자들을 유머 있는 솜씨로 고사상에 불어내어 헐렁한(?)주머니를 털어 내는 기발한 모습들을 보여 주었다. 이런 즐거움과 흥겨운 재미거리는, 황문연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들일 것이다. 그렇게 흥겹던 시간도 다음 행사 진행을 위해 마쳐야 했다. 곧바로 김동춘 선생을 모시고 정세 강연을 듣는 시간이었는데, 모드들 진지한 모습으로 아침나절의 배고픔도 잊고 강연에 몰두해 있었다. 점심을 마치고 용왕굿을 재현하는 시간으로, 무속 연구가 정강우 선생님의 주재로 행사 진행을 했다. 용왕굿은 멀리 고기잡이 나가 풍랑을 만나 억울하게 이승을 등진 어부들의 넋을 달래는 굿으로, 바다 속에 잠긴 혼을 건져내는 ‘넋건짐굿’을 재현할 때는 피서오신 할머니 피서객, 참가자들이 마음 여린 눈물을 연신 훔치는 모습들도 보였다. 이어 띠뱃놀이와 위도소리를 감상했는데, 현장에 계신 분들의 육성으로 우리의 아름다운 가락을 감상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저녁에 벌어진 노래패 ‘선언’의 공연과 ‘너갱이’패가 함께 한 대동놀이 한마당은 3박4일의 피로를 한꺼번에 풀어주는 흥겨운 시간이었다. 상쾌한 기분으로 행사 이틀째를 맞은 참가자들의 얼굴이 밝기만 하다. 어제의 피로도 말끔히 풀리고, 부지런히 아침식사를 마쳤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강사로 초청된 선생님의 급한 사정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한 것이 못내 서운한 모습들이다. 그렇지만 노래 배우기 시간으로 행사진행을 하였는데, 잃어버린 땅의 향수를 찾으려는 마음들이라, 장고장단에 맞추어 흥겹게들 따라 배우는 모습이 진지할 뿐이다. 이어 진행된 행사는 주제토론 시간이었는데, “올바른 먹을거리문화(정경식 선생님)”, “농천농민 그리고 문학(박형진 시인)”, “지자제 시대와 지방언론의 모색(소설가 김병용)” 등 세 가지 주제를 가지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필자는 문학과 농촌문제에 관심을 두고 문학 토론에 참석하였는데 현재 농촌의 피폐화된 모습과 애환을 함께 이야기했는데, 우리들의 삶의 터전인 땅이 얼마나 수모를 당하고 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는 박형진 시인이 현재의 농촌현실에 대해 “비록 암울한 시대이지만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할 때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면 우리의 따이 아직도 거세게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진지했던 토론을 마치고 주제별 의견을 모아 함께 이야기하고 점심을 준비했다. 오후에는 다함께 그림 그리기 시간을 갖고, 조별 주제를 선정하여 각 조원이 함께 시도 짓고 그림을 공동으로 창작하였는데, 기발한 주제와 그림들이 나와 행사장은 한때 폭소의 장이 되었다. 저녁을 끝내고 작가와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안도현’, ‘서홍관’ , ‘김준태’ 시인과 함께 하여, 그들로부터 우리 문학의 현실과 가야할 방향 등 좋은 얘기를 들었는데, 아쉽게도 필자는 초청된 손님들을 대접하느라 좋은 시간 함께 하질 못해 못내 아쉽기만 할 뿐이다. 사흘째 행사는 참가자들의 열성적인 참여로, 무리 없이 진행되었는데 또 한번의 아쉬운 일이 생겨, 시간 조정을 해야만 했다. 초청된 분이 갑작스레 몸이 불편하여 오질 못한다는 전갈이 왔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계획을 변경시켜 행사지와 성격이 맞는 모래성 쌓기를 각 조별로 주제를 설정하여 쌓게 했는데, 이 행사에서도 또한 특출난 작품들이 많이 나와 주최측을 위안해(?)주었다. 모두 쌓아놓고 양측으로 나눠 쌓아놓은 모래성 허물기 기마전을 벌였는데 모두들 동심인양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나흘째 마지막 행사로 전적지 순례를 백산을 기점으로 해서 쌍치&#8228;피노리까지의 기나긴 행렬을 이었다. 설레임과 흥분으로 가득했던 참가자들도 백여 년 전 ‘척양척왜’, ‘보국안민’의 뜻을 안고 봉기했던 선열들의 길을 경건한 모습으로 가뿐하게 이어갔다. 피노리까지의 순례를 끝으로 모든 행사가 무사히 마쳤다. 비록 3박4일간의 짧았던 일정이었지만 이 땅을 사랑하는 건강한 삶들이 많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했던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초청인사의 치밀한 섭외가 부족했던 점이다. 내년의 힘차고 건강한 모습을 다함께 기대해본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