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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9 | 칼럼·시평 [문화시평]
예루 음악회 제200회 기념축제
심인택(2004-01-29 15:35:31)



전주에서 소극장 활동으로 손꼽히는 곳이 바로 예루 소극장이다. 예루는 전국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전주의 음악계 소식을 알기 위해 그곳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예루 음악회가 지난 5월 200회를 맞아 기념축제를 갖게 되었다. 6일 동안 이루어낸 전북 예술회관의 무대는 실로 기획 연주회를 능가하는 것이었다. 음악인으로서 예루 무대에 서고자 하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고 전북지역의 소극장을 벗어나 전국적인 기획 능력을 자랑하게 되어 흐뭇한 마음이다.
연주 일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5월6일 : 전주국악관현악단 연주회
7일 : 온해정 이선화 피아노 2중주의 밤
8일 : 91년 신인 음악회
10일 : 음악애호인의 축제무대
12일 : 바리톤 이영구 애창곡의 밤
18일 : 바이올린 최세종 독주회
특징적인 연주회로는 그간 전주KBS가 맡아서 했던 ‘신인음악회’를 들 수 있겠다. 그간 몇 년 쉬었다가 이번에 예루 무대에 다시 올려진 이 음악회에서는 각 대학 졸업생 중 실기 실력이 뛰어난 신인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어 좋았다. 내년에도 예루에서 개최할 예정이라니 반가운 일이다.
다음으로 ‘음악애호인의 축제무대’를 들 수 있다. 전공을 달리하는 사람이 틈틈이 기악이나 성악을 나름대로 공부하여 왔지만 감히 무대에 오르기가 쉽지 않았으나 이번 예루 축제에서는 이들을 대거 무대에 올려 연주하게 함으로써 항상 감상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무대를 실제 경험하게 하여 전공자와 애호인의 마음 간격을 좁히게 되어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게 되었다. 이로써 예루가족이 점차 늘어나는 효과와 더불어 예루를 후원하는 기반이 든든함을 엿볼 수 있었다.

<전주국악관현악단 연주회>

5월 6일에 있었던 전주국악관현 악단 연주회는 청소년의 달을 맞이하여 전통음악으로 ‘평근회상’중 세령산부터 군악까지를 연주하였고, 창작음악으로 이강덕 작곡‘ 송춘곡’&#8228;김광순 작곡&#8228;신석정시 ‘어느 지류에 서서’를 바리톤 우인택이 노래하였으며, 국악동요를 전주KBS어린이 합창단의 노래로 7곡을 연주하였다.
전통음악이 전공자 이외에는 거의 관심도 없고, 전공자 역시 오래된 음악은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것이 오늘날의 실정이다. 특히 전주지역은 전통적인 향내를 짙게 간직하면서도 이러한 음악에 대한 반응이 의외로 없다. 전통음악의 저변이 없는 상태에서 창작음악이 도출되기는 어렵다. 그러면 에서 전주국악관현악단이 매번 정기연주회에서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라 하겠다. 연주시간과 관객의 지루함을 염려하여 ‘상령산과 중령산“을 뺀 것이 아쉽다 하겠다.
이강덕 작곡의 ‘송천곡’은 이미 매년 봄에 모든 악단이 한번씩 무대에 올리는 명곡이다. 봄날에 따스함을 피부에 느끼듯, 보리밭이랑 사이로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지게다리를 치며 산등성이를 내려오는 머슴을 보듯 한가하면서도 봄내음이 짙게 깔려 있어 듣는 이로 하여금 봄기운을 느끼게 하는 합주곡이다.
시인 신석정시를 노래로 얹는 작업은 꽤 오래 전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전북지역 작곡가나 전북을 아끼는 작곡가들에 의하여 간간히 성악곡으로 작곡되어 다행이라 하겠다. 김광순씨는 신석정시를 두편째 국악관현악으로 작곡하여 전주국악관현악단에서 초연하였다. 전주국악관현악단은 매회 이 지역 작곡가에게 곡을 의뢰하여 정기 연주회에서 연주하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전주KBS어린이 합창단의 노래와 국악관현악단의 반주로 부른 국악동요는 익히 들어온 동요를 중심으로 엮었다. <방패연&#8228;호랑장군&#8228;울산아가씨&#8228;도라지&#8228;반달&#8228;오빠생각&#8228;앞으로 앞으로>는 어린이들이 쉽게 우리음악을 접근할 수 있도록 편곡하여 듣고 보는 사람이 즐겁고 흥미로운 연주였다.
전주국악관현악단이 기획하는 연주회가 매회 의미 있고 값진 연주 곡목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호남문화교류 국악합동연주회>
6월11일 전북도리국악원 초청으로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이 전북 예술회관에서 도립국악원연주단과 함께 합동 연주회를 가졌다.
그간 전북지역은 영남지역과 문화교류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11월 「문화저널」이 창간 3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지휘 : 김영동)을 초청하여 김영동의 작품을 중심으로 전주와 남원에서 연주하게 된 것이 교류의 시발이 되었다.
그 후 부산시에서는 12월에 전북도립국악단 창국 “하늘이여 땅이여”를 부산 문예회관으로 초청하여 공연한 바 있고 전북도립국악원에서는 답례로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을 초청하여 합동공연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교류 음악회는 몇 가지 선례가 있다. 첫째는 상대 악단의 특징적인 음악을 감상하는 경우가 있고, 둘째로는 상대악단이 초청측이 요구하는 음악을 연주하는 경우가 있으나 대개의 경우 초청 받은 악단이 연주 곡목을 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이다.
악단이 아닌 소규모 실내악일 때에도 마찬가지로 상대편에서 악곡을 정하게 되고 때에 따라서는 프로그램의 순서를 서로 바꿔가면서 연주하기도 한다.
이번 문화교류에서는 각 악단이 서로 자기네가 준비한 연주 곡목을 가지고 제1부는 도립국악단이 박상진 지휘로 연주를 하였고 제2부는 김영동 지휘로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이 연주하였다.
일반적인 합동 연주회는 두 개의 악단이 서로 혼합 편성하여 한사람의 지휘자가 악단을 이끄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이번 교류 음악회는 각 악단이 따로 따로 연주하여 마치 경쟁을 하는 듯 했다.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과 충분한 상의가 없어서 인지 부산 악단 단원들은 문화 교류의 의미가 없는 연주회였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준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북도립국악단도 훌륭한 연주를 하였고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도 출중한 연주 기량을 보인 무대였다. 전북도립국악단은 적은 인원의 단원으로 당차게 연주한 반면 부산 악단은 많은 인원으로 무겁고 힘차게 꽉 찬 연주를 해 준 점에서 두 악단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다음에라도 이런 무대가 마련된다면 두 개의 악단이 서로 뭉쳐 한 지휘자 아래 연주가 되는 것이 바람직 하리라 본다. 합동연주회와 초청연주회와 연합연주회등 용어의 사용에 따라 감상자는 음악의 성격을 구분지으려는 성향이 있음을 기획자는 알아야 하며 매년 다른 지역과 서로 교류하면서 우리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도 악단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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