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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0 | [문화저널]
세상에서 가장 긴 것
황안웅․향토사학자 (2004-01-29 15:38:58)
산에서 바다로 물이 흐르는 일은 문자 그대로 자연적인 흐름이다. 이처럼 자연적인 물의 흐름이 계곡을 빠져 나와 벌판을 흐를 때에는 반드시 둑사이로 흐르기 마련이요, 이 둑을 중심으로 적당히 사람들이 자리잡고 살던 제법 큰 고을을 ‘州’라 일렀다. 그러니 ‘州’란 둑사이로 흐르는 물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고을」을 뜻하는 글자다. 그 다음에 ‘川’과 ‘川’이 모여 ‘河’를 이루고 다시 ‘河’와 ‘河’가 모여 ‘江’을 이룬다. 그럼 ‘河’와 ‘江’은 어떻게 만들어진 글자일까? 바로 ‘河’의 몸을 이루고 있는 ‘可’의 본디 소리는 ‘커얼’이요, ‘江’의 몸을 이루고 있는 ‘工’의 본디 소리는 ‘꿍’이다. 그렇다면 ‘河’란「컬컬」 소리를 내며 흐르는 급류의 강줄기를 말하고, ‘江’은 「꿍꿍」소리를 내며 유연히 흐르는 완곡한 물줄기를 나타낸 글자가 아닐까? 그렇다. ‘河’나 ‘江’은 각각 「黃河」와 「楊子江」을 가르키는 고유글자였는데 양자강이 황하보다 더 크기 때문에 ‘河’보다는 ‘江’이 더 큰 줄기를 나타내는 글자로 쓰여지게 되었다. 사실 물의 흐름이 완만하면 소리도 적고 물결도 높지 않다. 게다가 물속에 박힌 돌을 비껴가는 물흐름의 줄기도 가파른 계곡과는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산과 산사이를 일컫는 ‘谷’과 강과 바다가 인접한 연안을 나타내는 ‘沿’은 그 모양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즉 같은 장애물이라 할지라도 가파른 계곡에 박힌 돌을 비껴 흐르는 물줄기는 ‘八’자가 겹쳐 둘인데 완만한 연안에 있는 섬을 비끼는 강줄기의 흐름은 그저 ‘八’자를 이루어 부드럽게 비껴 가는 모양을 이루고 있다. 사실 물은 깊은 곳으로 흐를수록 포용하는 힘이 빼어나다는 점은 깊히 알아야 할 사항이다. 그렇다. “물에서 흘러우는 모든 물을 바다는 사양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 드린다”(海不讓水)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 드려야 될 것인가? 또 만일 바닷물은 짜고 민물은 담담하다는 자연의 이치를 어떻게 받아 드려야 할 것인가? 동서남북 가릴 것 없이 끊임없이 흘러 들어오는 물을 고스란히 받다 드리되 바다는 쉽사리 썩지 않고 있으니 “바다는 짜고 냇물은 담담하다”(海鹹河淡)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닌 듯 싶다. 어디 그 뿐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긴 것은 무엇일까? “뱀이 길다” 또는 “저 산맥이 길다”고 빡빡 우길지 모르나 가장 긴 것은 산속 샘에서 흐르기 시작한 물이 바다를 향해 흐르는 그 흐름이 가장 길다. 그렇기로 샘구멍에서(丶) 바다까지 흐르는 물(水)을 ‘永’이라 하여 「길다」는 뜻을 삼었던 게 아니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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