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소실-동의보감”을 읽었다. 작가 이은성씨의 갑작스런 별세로 끝을 맺지 못한 미완성의 소설 동의보감은 쓴 허준의 생애를 추적한 위인전의 성격을 띤 소설이다. 이 글을 읽으며 깨달은 바가 적지 않다.
주인공 허준의 인내심과 극기도 내 마음을 울렸으나 나는 그의 뒤에서 허준을 키운 스승 유의태의 모습에서 더 큰 감동을 받았다.
유의내-
조선 제일의 명의, 궁궐의 상감이나 왕비를 치료하는 내의원의 우두머리였던 어의 양예수를 구침지희로 압도했으나 시골 산음으로 내려와 사는 사람-. 무뚝뚝하고 강한 성격의 소유자-.
처음 허준을 제자로 삼았으나 그의 명예에 대한 욕구를 알고 내쫓아 버린다. 하지만 그의 지정한 반성과 의원으로서의 마음가짐을 듣고 허준의 의에 대한 집념과 인간애를 발견하게 되자 아들 도지를 버리고 다시 허준을 제자로 삼는다. 그리고 끝내는 자신의 반위(암의 일종-한의학의 명칭)에 걸려 죽을 때가 되자 허준이 자신이 몸을 해부할 수 있도록 목숨을 끊는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의사들은 인체의 내부를 보지 못하고 중국 한의서에 의지해 치료를 했다. 그래서 요즘의 의대생들처럼 인체의 내부를 속속들이 알고 쌓은 지식처럼 정확한 지식이 될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유의태는 자신이 반위에 걸린 것을 알고도 친구 안광익-유의태에 못지않는 김민세와 함께 조선의 뛰어난 의원-의 더 살라는 약초를 구해준다는 말도 뿌리치고 허준을 위해 자신이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 얼마나 위대한 스승인가!
허준만이 의원의 마음을 가지고 있고 허준만이 진정한 실력을 가지고 있고 의에 대한 의지가 남다른 것과 그의 연구와 그 결과로 많은 생명을 살려낼 수 있음을 알고 내린 이 위대한 결단.
나는 그러한 스승의 위대한 헌신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비단 유의태 뿐만이 아닐 것이요, 목숨을 끊는 것만이 위대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 나라, 아니 전 세계의 구석구석에서 이름없이 외롭게 가르치고 계신 많은 선샌님들. 그분들의 모습에도 이런 인간애가 스며있지 않겠는가.
나는 이 소설 속에서 유의태의 모습에 감동하며 생각해 보았다.
나는 그런 스승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허준처럼 스승님이 인정하고 그의 모든 것을 내주어도 보람을 얻을 만큼 신뢰받고 기대받을 수 있는 그런 제자로서의 자격이 있는가.
소설 동의보감 속에서 만난 허준이 스승 유의태. 그 분의 모습은 오래도록 내게 뜨거운 감동을 주며 제자로서의 내 모습을 돌아보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