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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0 | [문화저널]
똥 되기는 마찬가지라도 보리 다르고 쌀 다르다
김두경․서예가 (2004-01-29 15:47:13)
팔월이라 한가위 대 명절, 일요일이 겹친 황금 연휴라 했다. 빠듯한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런 연휴보다 더 신나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물가가 잡혔느니 안잡혔느니 경기가 좋으니 안좋으니 해도 아무튼 선물 꾸러미 사들고 20시간도 넘게 차를 타고 아우성치면서라도 고향에들 가고 잘 사시는 분들께서는 몇십 몇백만원짜리 선물을 주고 받으며 비행기를 타고 편안히 고향에 가기도 했다. 이렇듯 사상 최대의 민족 대 이동에 잠자리 비행기를 몇 대씩 공중에 띄워 교통 상황의 입체적 중계로 교통량의 원활한 조절을 자신하던 안방 극장은 단체장 선거가 금년에 실시되면 경제가 제경이라도 되는양 걱정도 팔자이신 김 아무개와 우기구인지 속이구인지 맹물같은 선언 똥물 된지 모르는 우리의 물 뭐시, 영점짜리 부인이라는 수식어를 앞에 달고 다니는 김 아무개 여사의 꽁무니만 쫓아 다니며 훌륭한 지시를 남발 하시는 모습과 베풀고 또 베푸는 모습을 보여주고 또 보여주었지만 고향 가는 길은 여전히 지루했고 외롭고 쓸쓸한 사람은 더욱더 외롭고 초라했다. 어느 시인의 시 한 구절을 빌리자면 “잘 영글고 볕 잘 받은 놈들 모두 뛰쳐 나가고 못난 놈들만 남아서 빈 콩깍지 지키고 있구나. 라고 읊었듯이 못난 우리는 고향에 퍼질러 앉아 있으니 시끄러울 일도 없지만 물가 전쟁 교통 전쟁 풍선 불기 전쟁등 전쟁의 불똥은 못나서 고향에 남아 있는 우리를 태우고 마침내는 콩깍지까지 태우려 드니 우리도 한마디 하자. 요즈음 며느리들은 간장 된장 고추장 아무것도 담글 줄 모르면서, 담가 볼 마음 조차도 먹지 않으면서 돈까스와 피자는 책을 옆에 놓고 몇 번씩 실패하면서도 만들어 본다. 사십이 넘도록 부모가 주는 간장 된장 고추장 얻어 먹었으면 아니 돈까스와 피자에 캐찹 발라 먹는 것이 익숙하다면 자기나 자기의 새끼들만 그렇게 살아갈 일이지 몇 십년을 차례상 차려온 부모님께 힘만 들고 맛도 없는 떡 하지 말고 편리하게 케익과 과자를 놓고 나물과 부침개 보다는 아이들이 잘먹는 돈까스와 피자를 올리자는 말은 우스개 말이라도 하지 말걸 “동정도 못다는 며느리 맹물 발라 머리 단장하고 어디를 가려는가? 듣자하니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집이 한 두 집이 아닌 것 같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잘 차려진 차례상을 물려서 식사를 하는데도 송편 한조각 산적 한꼬치 제대로 맛 보지 않고 햄이나 야채 참치 짜장참치를 다투는 아이들을 보는 것도 예삿일이 되었으며 고기나 부침개에 케찹이나 마요네즈를 발라 먹는 아이들이 대부분 이라는 것이다. 옛 말씀에 “똥 되기는 마찬가지라도 보리 다르고 쌀 다르다” 했는데 다 같은 지구 가족 무엇을 먹으면 어떻냐고 아무 것이나 먹고 건강하게 살면 되지 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의․식․주 문화는 그 땅에 사는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문화의 뿌리요 삶의 뿌리이기 때문에 결국은 똥이 되더라도 우리 몸에서 쓰이기는 쌀과 보리가 다른 것이다. 다시말하면 피자 먹는 놈도 피자 문화를 이루고 된장 간장 먹는 사람은 된장 간장 문화를 이루어야지 아쟁으로 바이올린 소리를 흉내 낸들 그것이 온전할 것인가? 오늘을 사는 이땅의 젊은이들이여 똥 되기는 마찬가지라도 보리 다르고 쌀 다르다는 옛 말씀 한마디를 깊이 음미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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