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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9 | 연재 [문화비평]
지방자치시대의 지역언론/지방자치력을 배양 시키는 바탕
박영학(2004-01-29 15:47:30)


Ⅰ.신문 생산환경의 변화

헌정질서를 유린한 세력들의 통치편의를 담보해 내기 위한 수단으로 한국의 지방자치제도의 실시가 유보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5․16쿠데타 세력이 저지른 일이다.
그런 상처받은 전력의 지방자치 제도가 이제 의회를 구성하고 민주적 자치 역량을 축적하는 도상에 있다. 이 같은 시세 변화와 함께 지방정부와 자의건 타의건 상호 관련-감시와 균형, 또는 협력-을 맺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 지역언론의 역할은 이전시대와 비교하여 앞으로 어떠해야 할 것인가? 전북권역에 물적 토대를 두고 있는 현존 종합일간지는 4개이며 앞으로 새로 창간을 준비중인 신문을 합하면 5-6개쯤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서울에 토대를 둔 유력 일간지들이 지방에 인쇄분 공장을 설치하여 펙시를 통한 전송인쇄방법으로 지역뉴스면을 확장하는 한편 지역신문과 판매 경쟁을 벌릴 것으로 예견된다. 이미 현존 유수 서울지역 일간지들이 광주와 대구․창원 등지에 인쇄 공장을 짓고 있거나 지을 구상이 완료된 것으로 신문업계에 알려져 있다.
이같은 한국 언론의 생산환경 변화가 몰고올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의 대차대조표는 아직 작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막강한 재력을 앞세운 서울지역 유력 일간지들의 지방 분공장 설치가 몰고 올 파문은 결코 찻잔속의 태풍쯤으로 흘려버릴 수 없을 것이다. 이 말은 서울지역이 유력 기존 종합 일간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열세한 지역신문들이 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거나 현상유지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지레 짐작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Ⅱ. 전북지역 신문의 과거

이미 알려져 있듯 5공 통치의 편의에 따라 작위적으로 편제된 1도1사 원칙이 무너지면서 신문계는 자율경쟁체제로 전환, 이제는 무산경쟁체제로 변화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언론현실을 보면 우리의 느낌은 섬뜩하기만 하다.
한국 근대신문의 출현이 1883년 한순순보의 시작으로 치더라도 이제 1백년을 조금 넘긴 시점이다. 그 사이에 크고 작은 수많은 신문들이 수 없이 명멸하였으며 그런 현상이 전북전역에서도 그대로 노정 되었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전북 지역에서 최초로 발간된 신문은 1902년 (광무6년)群山新報이다. 그뒤 1904년 일본인 守永信三이 주간지 全州新報를 발간하였다. 당시 전주 거주 일본인은 총 21戶였으며 발행부수는 약 1백부였다. 자본금은 통감부가 500원을 지원하여 그것으로 인쇄시설을 구비하였다. 2년후 자본금을 3천원으로 늘릴때까지 신문은 寫制 日韓文으로 발행되었다.
이들 신문이 제호를 바꿔 발행되다가 1941년 6월 1일 일제의 태평양 전쟁수행을 위한 전시언론통제정책의 일환으로 1도1사방침에 따라 모두 해체되고 새로 全北新報로 통합되었다.
이외에 전북지역을 토대로 한 신문들의 명멸상을 보면, 韓南日報 東光新聞 全北民報 建國時報 全羅民報 全羅新報 全羅時報 全北日報 全北時報 群山民報 三南日報 群山新聞 南蘚新聞 湖南日報 裡里新聞 湖南每日 三南每日新聞 群山每日新聞등 숱한 題處들이 이합집산을 거듭하였다. 1961년 5월1일 현재 전북지역에서 발행된 일간신문은 16개지였으며 주간신문은 11개지, 월간지는 8개지(원광대신문포함)이었다.
3화국시기인 1961년 10월1일 현대 일간지는 三南日報 全北日報 湖南日報가 있었으며, 이들 신문은 1973년 6월 全北新聞으로 통합 창간될 때까지 全北日報(朴龍上), 全北每日新聞(李應雨), 湖南日報(元相植)의 題處로 3사 정립기를 거쳤다.
1973년 6월1일 기존 3사가 전북신문으로 통합 창간된 이후 10여년 동안 도내 유일의 지역신문이었다. 1도1사체제의 공과에 대해서는 논의의 장을 달리 가져야할 것이다.
어째든 1도1사체제가 무너지고 다시 언론자유환경의 확대에 따라 신생 일간지들의 속출을 보게되었다.
1991년 8월말 현재 전북지역의 종합일간지는 4개에 이르고 있다.

Ⅲ. 뉴스 가공 환경의 확대

신문의 대량생산 구조변화와 함께 지방자치제의 실시로 인한 뉴스원천의 인위적 확장(각급 자치단체의 의회)이 지역신문들의 기존활동 영역을 확대 시킨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존 지역신문들이 이에 부응하기 위한 전문 인력의 확충을 위한 노력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는다.
전북권 일간지들이 이에 대응 할수 있는 대응력을 함축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역의 유력 일간지들이 서울외 지역에 지방 분공장 인쇄를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이미 확보한 단계이다. <정기간행물 등록에 관한 법률>제14조2항에는 『지사 또는 지국은 정기간행물을 편집&#8228;발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거 당대 한국의 신문들이 제작 배포되고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일부 서울지역 유일 일간지들이 정간법 14조2항의 위헌성까지 들먹이며 지방 분공장 설치를 허용하도록 정부당국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는 일련의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할 것으로 업계에 알려져있다. 정부 당국은 이 조항의 유권해석에 있어서 분공장설치 가능쪽으로 손을 들어주었다. 지방분공장 설치 및 인쇄는 정간법 14조2항에서 규정한 ‘편집 발행’으로 볼 수 없으며 ‘본사 인쇄작업의 연장으로 보아야 한다’ 는 것이다. 이 같은 유권해석이 서울지역 유력 일간지들의 지방분공장 설치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한편 서울 및 대도시외 지역의 신문들이 이들과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당면 과제 외에도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른바 언론의 자율 경쟁 체제(87년 6&#8228;29항복선언 이후)로의 전환에 따라 봇물 터지듯 불어난 신생신문사들의 설립이다. 그리고 이들 신생 신문들의 생존논리는 지자제가 실시되면 어떻게 될 것이라는 계산을 배경에 깔고 있는 것 같다. 지자제가 지역언론계에 황금알을 낳아주는 거위쯤으로 여겨지는 듯 하나 그 가시적 결과물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길이 없다. 어쨌든 신문업계의 무한경쟁체제가 공존체제로 전환될 때까지 기존의 열세한 지역신문들은 지구전을 예비해야 할 것이다.

Ⅳ. 맺 음

무한 경쟁체제가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무한 경쟁체제가 독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양질의 상품을 약속 받는 긍정적인 면도 함께 지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지금껏 경험한 한국의 자본주의 시장원리가 도덕이나 교훈도 없는 이빨과 발톱만의 것인 면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지역의 유수종합 일간지들의 우세한 자본력과 제작태도에 일정량의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1도1사체제가 무너지면서 신생 일간지들이 전북권역에 새로 생겨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같은 공시단위의 다양화가 곧 정보접촉의 다원화로 연결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많은 기존신문과 신생신문들의 차별성이 보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특색 있는 신문의 출현을 기대했던 일부 도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현한 전북도민신문이 본래창간의 뜻을 모두 살려내지 못한 것은 아쉬움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내분에 휩싸이는 과정에서 다량 기자 해고 등의 불상사를 빚은 것이 그 좋은 예증이다.
앞으로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로부터 나누어 받는 자치의 몫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빚어질지도 모를 독주를 감시하고 해석(처방)을 내려주는 신문의 기능들을 예견해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 영세한 지역신문들의 존립근거를 확대(확고)하는 데 급급하는 한 언론 본연의 임무수행이 크게 마모되거나 종사원(기자)들의 자유로운 언론행위를 크게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다. 그리고 그 같은 예상이 사실로 확인 될 때 지역신문의 새로운 출현들이 지방 자치력을 배양시키는 데 일정 몫의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언론사가 일정부분 경제적 토대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때 인간 자유에 봉사하여야 할 언론행위는 거추장스러운 짐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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