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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10 | 연재 [문화와사람]
소극장 「동인아트홀」을 개관한 ‘동인무대’
윤희숙(2004-01-29 16:04:46)


군산의 극단 ‘동인무대’(대표․오대섭)가 군산시 문화동에 소극장「동인아트홀」을 지난 9월 개관하고 기념공연으로 피터 쉐퍼 작 권태호 연출의 〈에쿠우스〉를 무대에 올렸다.
1984년 12월 전북대, 원관대, 군산대, 전주대 연극반 출신들로 직장생활을 하던 권태호, 김경재, 문승희, 송병천, 정광모, 문동인씨 등 여섯명이 연극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하고 동인들의 만남을 이끌어 오면서 만들어진 극단이 바로 ‘동인무대’이다. ‘동인무대’는 군산지역에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들을 회원으로 여입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어려운 여건 아래서도 면면이 그 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어쩌면 이러한 바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85년 2월 창단 공연 작품으로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무대에 올렸다. 연극분야에 거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군산지역에 극단이 만들어진 것은 큰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열악한 조건들 속에서 공연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내는 일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동인무대’가 창단이후 부터 〈에쿠우스〉를 공연하기 이전인 5년동안무대에 올린 작품은 4편에 불과했다. 85년 9월에 창단한 극단 ‘갯터’나 85년 12월 창단한 극단 ‘탁류’도 활동면 에서는 ‘동인무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듯 침체된 군산지역의 연극판에 열악한 환경을 딛고 소극장 「동인 아트홀」이 개관되어 연극인들의 관심과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에쿠우스〉를 공연작품으로 결정한 것은 ‘갑오야’공연을 마친 이후였다. 결정 당시에도 과연 이 작품을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계속 제기되었지만 꼭 보여주어야 하고 보여줄 만한 작품이었기에 어렵게 결정을 내렸다. 극장을 단원들의 손으로 직접 톱질하고 망치질로 꾸미는 작업과 함께 〈에쿠우스〉의 연습은 진행되었다. 기존의 배우들만으로는 숫자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알렌역을 맡을 배우도 적당하지 않은 상황에서 알렌스트랑과 다이사트역을 맡을 배우를 섭외하고, 6명의 필요한 말의 역할도 세 명으로 줄여, 11명의 배우가 참여하여 6월부터 약 3개월동안을 줄곧 본격적인 연습에 매달렸다. 9월 7일부터 15일까지 모두 9일 동안 열세차례의 공연을 해내면서 ‘동인무대’는 무엇보다도 관객들의 반응에 귀를 기울였다. 비좁고 무더운 공간이 매번 관객들의 열기로 가득차 13회 공연에 1천5백여명의 관객동원을 해냈다는 나름대로의 자신감을 갖게 됐다. 관객동원 역시 당원들이 직접발로 뛰어 사전홍보를 열심히 한 탓도 있겠지만 막바지 공연의 관객들 중 상당수가 주위의 연극평을 듣고 왔다는 말에 가슴 뿌듯함도 느꼈다. 또한 제대로된 소극장 하나 갖추어지지 못한 군산지역 대중들에게 아담한 소극장이 신선한 충격으로 와닿을 수 있었을 것이란 기대는 큰 보람을 안겨주었다. 그러한 관객들의 문화적 욕구에 부응하는 일은 ‘동인무대’의 몫이 되었지만 이들은 기꺼이 그 짐을 지고자 나섰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에쿠우스〉를 공연해냈다는 사실이나 연극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는 데는 쉽게 동의했으나, 공연내용에 대해서는 다소 어려웠다는 평을 해주었다. 이 극을 이해하기 위해 공연을 세 번씩 보았다는 한 관객의 열정은 좋은 작품을 무대에 올려야 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는 채찍이 되기도 했다. 번역극이 가지는 한계가 그렇듯이 〈에쿠우스〉도 역시 우리의 정서와는 다른 요소들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고 신화적인 문제가 깔끔하게 처리되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한 문제가 제기 되기도 했으며 전체적으로는 난해했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인무대’가 〈에쿠우스〉의 앵콜공연을 10월 19일부터 23일까지 하기로 계획한 것은 자체 평가와 관객들이 모니터한 내용을 수용하여 시행착오를 극복 해내자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극장 개관과 함께 본격적으로 연극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할 극단 ‘동인무대’가 군산지역에서 문화활동의 주체로서 해내야 할 몫들은 수없이 많다. ‘동인무대’의 회원들중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서 직접 학생들의 연극지도를 맡고 있다. ‘동인무대’는 고등학생 연극반원들을 청소년 회원에 가입시켜 워크샾 등을 통해 실기와 이론을 지도해 주고 있다. 군산지역이 타지역에서 보다 일반인들의 연극 활동에 비해 청소년들의 연극활동이 활발한 이유중의 하나가 ‘동인무대’의 숨은 공로임은 무달할 나위 없다. 모든 극단이 원하는 것이겠지만 ‘동인무대’도 역시 창작극을 무대에 올리고자 하는 의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단 우선되어야 할 일이 군산지역에 연극인의 저변을 확대하는 일이고 지방관객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아직은 기존 극들의 공연에 치중할 수 밖에 없다. 폭넓은 연령층을 회원으로 확보하고있는 ‘동인무대’가 연극인 저변확대를 위해서 청소년 극단과 주부극단 그리고 아동극단을 꾸려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바로 연극인구의 저변확대라는 우선과제를 해결하기 위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연차적으로 꾸려 내야할 사업들도 정기공연과 학생들의 학교공원 연극 지도교사들의 학교공연 연극 지도교사들의 교사들의 교사공연 그리고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워크샾의 운영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동인아트홀〉를 이용하여 외부 극단의 공연무대를 마련, 군산시민들에게 폭넓은 문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해주고 군산의 특색을 살려 지역출신작가 채만식의 작품 〈탁류〉를 각색하여 무대에 올리고 선생을 기념하는 작업들을 연례적으로 치루어 군산지역 대중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자 하는 계획들도 가지고 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다른 단체들과의 연계도 필요하다. 자체적으로 희곡을 창작해낼 만한 역량이 아직은 부족하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동인무대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내어 군산 지역문화의 역량을 진일보할 수 있는 계기를 삼고자 한다.
이들은 또 그동안 군산의 연극이 보여준 게 무엇이었나를 반성해보고 기존해 있는 극단들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보다 발전적인 방향모색에 힘써야함을 절감하고 있다. 좀더 실험적인 작업들의 필요성은 절감 하지만 우선은 기본토양을 일구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동인무대는 지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연극은 가장 지역적인 것을 찾는 데에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동인무대가 군산이 독창적 정서와 지역의 역사, 그 지역사람들의 삶을 연극무대로 담아내는 작업으로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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