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11 | [시]
1992 가을풍경
- 다섯살배기「문화저널」창간을 축하하며 -
오봉옥․시인
(2004-01-29 16:10:17)
낙엽하나 툭 떨어져
무시다리 처녀 머리꼭지에 붙었다
그 처녀 그것도 모르고 지나간다 히
그 처녀 그것도 모르고 바쁘다 히히
ꊲ
늦가을 찬바람 속
미친 사람 하나 지나간다
웃다가 울다가
돈 나와라 돈 나와라 소리치다가
ꊳ
낙엽하나 또 떨어져
나를 본다
수은에 찌든 내 얼굴
ꊴ
미친사람 하나 또 지나가다
나를 본다
별 미친놈 다 보겠다는 듯이
ꊵ
찬바람 싱싱 부니
술마시고 싶다
밤새 퍼마시고도 끄덕 없는
그런 거지같은 놈 만나
ꊶ
꿈꾸듯이 걷다가 걷다가
생각하거늘
문화저널이 다섯 살배기가 다 되도록
나 뭐했을까 뭐했을까
빈 가슴 퍽퍽 치거니
퍼뜩
꿈에서 깬 나 돌아보거니.
◈오봉옥 시인은 1961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전주대 국문과를 졸업했고, 85년 창작과 비평사 『16인 신작시집』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88년에 첫 시집 『지리산 갈대꽃』, 89년에 『붉은 산 검은 피 1, 2』를 간행했고 90년 서사시 「붉은 산 검은 피 1, 2」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투옥되었다. 지금은 계간 『노둣돌』주간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