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11 | [특집]
전북에 새로운 문화공간이 건립된다는데…
한성천․전북도민일보 문화부 기자
(2004-01-29 16:19:03)
오는 97년이면 그동안 도내 예술인들의 숙원사업이었던 대규모․최첨단 시설을 갖춘 종합예술회관이 건립된다.
이같은 기본계획에 따라 전북도민 행정기관과 음악, 미술, 무용 등 각분야의 예술인들은 하나가 되어 「예도」(藝道)라는 말에 걸맞는 문화공간을 만들고자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그 지역의 문화적, 정신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은 크게 두가지를 손꼽고 있다. 하나는 문화공간의 질과 규모요, 또 하나는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의 작품 발표횟수와 내용이다.
전북의 경우, 문화예술인들의 발표횟수는 타도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예술인들이 발표할 수 있는 문화공간의 부족으로 대관계약을 받는 기간에는 전날밤부터 좋은 기간, 좋은 장소를 점하기 위해 꼬박 밤을 새는 경우를 보아왔기 때문이다.
현재 도내에 있는 문화공간은 전북예술계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전주의 경우 1천5백석의 전북 학생회관과 8백석의 전북예술회관, 그리고 20석 안팍인 창작소극장과 예루소극장이 공연장의 전부이다.
전시실은 6실이 있는 전북예술회관과 대성화랑, 얼화랑, 우진문화공간 등이 있으나 개인화랑의 경우,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밖에 전주를 제외한 각 시․군의 경우 행정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민문화회관이 향토예술인들의 창작욕의 갈증을 근근이 식혀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도내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은 왕성하지만 이들이 활동하고 발표할 수 있는 문화공간은 「예도」(藝道)․「예향」(藝鄕)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빈한한 것이 전북예술계의 현주소이다.
오는 97년까지 건립될 종합예술회관은 국비, 문예진흥기금, 도비 등 총 4백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최근 전북도 관계당국에서는 총사업비 가운데 12.5%인 50억원을 확보, 92년도 1차사업인 「부지 매입」과 「설계작업」을 마무리 지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북도에서 밝힌 종합예술회관의 기본 골격을 보면, 대지 2만평 (도청 신축부지 내) 연건평 7천평,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건물을 건립한다는 것.
이 건물에는 크게 「공연장」과 「전시실」 그리고 분장실과 연습실, 회의실, 휴게실 등의 「부대시설」들이 들어선다.
공연장은 전국 규모의 각종 대회나 대형 오페라, 뮤지컬 등이 공연될 수 있는 「대극장」과 음악회, 무용발표회 등을 가질 수 있는 「중극장」, 간단한 연극이나 세미나, 학술토론회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소극장」으로 구분된다.
대극장은 1천7백석 규모의 객석과 회전, 수직, 이동무대와 오케스트라 필(무대앞에 설치하는 연주석)을 혼용한 무대를 갖출 예정이다.
또한 중극장은 6백석 규모이고, 소극장은 3백석 규모가 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시실은 공연장과 마찬가지로 대․중․소로 구분, 7~8실이 마련될 예정이다. 또 부대시설로는 분장실과 연습실, 각 분과협회 사무실 및 예술단체 사무실, 회의실 등이 들어선다.
이러한 건립계획에 대해 각 분야별 예술인들의 시각은 약간씩 차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국악계의 경우, 현재까지 알려지고 있는 종합예술회관 건립계획에 야외공연장이 포함되어 있지 않음을 지적, 농악이나 마당극등도 공연할 수 있는 야외무대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술계에는 공연장과 전시실을 한 건물에 몰아 넣는 것은 현시류와 걸맞지 않는 발상이라며 공연장과 전시실을 분리 건립할 것을 희망하고 나섰다.
한편 일부 도민들은 종합예술회관이 공공건물인 만큼 장애인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자상한 시설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소리를 높이고 있다.
위에서 제기된 몇가지 대표적인 사항을 얼마만큼 수용, 공감대를 완충시키느냐 하는 점이 최대의 관건이다.
이에 대해 전북도의 한 관계자는 『각계의 다양한 욕구를 수렴키 위해 지난 3월 18일 「가칭 전북문화예술회관 건립 공청회」를 가진 바 있고, 전국 각 시․도 문화공간을 시찰, 시설과 기자재, 규모 등의 관련자료를 수집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7월에는 일본을 방문하여 문화공간 관련자료를 수집, 그곳 시설의 장점들을 도내에 세울 종합예술회관 건립에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유야 어찌됐건 4백억원이란 거액을 투자하여 짓는 만큼 근시안적․행정일변도적인 추징을 지양함은 물론 전도민이 즐겨 찾고, 도내 예술인들이 작품을 발표하는데 조금도 불편함이 없도록 세세한 부분까지 주의를 기울여 명실상부한 전북종합예술회관을 건립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전북」이란 말 앞에 자의건, 타의건 간에 붙여 사용해왔던 「예도」, 혹은 「예향」이란 말이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행정기관 예술계가 혼연일체가 돼 종합예술회관을 건립, 말로만 지칭하던 예향전북(藝鄕全北)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