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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1 | [특집]
‘해야된다’는 책임감과 그 한계
김영철․동인무대 기획실장 (2004-01-29 16:21:07)
지난 91년은 문화부가 제정한 ‘연극영화의 해’였다. 문화부는 전례없는 문화발전 10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연극의 활성화를 위한 3대원칙(자율원칙, 내실화 및 활성화원칙, 중장기 계획의 분리원칙)을 발표하였다. 지방 소도시에 활동하는 군산 「동인무대」는 위 행사에 일조하듯 91년 6월에 동인소극장을 개관하였다. 관심어린 여러 관객들의 기대에 우리는 땀과 의지로 나름대로의 답을 주고자 했다. 그러나 올 6월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아야만 했다. 556명의 운영위원이 매달 내는 월회비로 작품을 제작하고, 소극장을 운영하고, 완전한 전문성을 갖지 못하고, 동호인 체제의 한계, 서해안시대의 미명아래 공단들이 주변에 다수 입주해 있어도 어느 기업체하나 기업문화를 연계시키지 못한 한계, 중앙에 편중된 제도적 장치를 지방극단까지 수혜시킬 수 없는 행정메카니즘의 한계. 영세한 민간극단이 ‘갖는 이런 한계들은 당연하겠지만 소도시의 문화틀속에서도 더욱 크리라. 이런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우리는 “왜 해야 하는가?” 보다는 “해야된다”는 일념으로 무대작업을 계속하였다. 우리에게는 환상적이고 규격적인 구호와 목표는 본래부터 없었다. 향토문화, 전통문화 예술의 보존이니 지역사회의 특성이니 성장 등의 언어는 구사할 여유조차 없었다. 단지 연극이 대중예술로서 향수로만 존재하는 이중구조를 탈피하고자하는 노력이 계속되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다른 다양화된 문화양식에는 가능하나 연극에서만은 시간이 지날수록 예외가 되었다. 결국 경제적 자립문제로 뒷전에 물러서고 말았다. 추위에 떤 사람일수록 태양의 따뜻함을 더 느끼리라 꿈이 어린 무대공간을 없애고 우리는 추위에 너무 떨고 있다. 이제 13회 공연의 막을 내리면서 10여년 작업을 해온 「동인무대」는 군산의 많은 관객들속에 엄연히 존재하나 실로 동인의 존재는 바람앞의 등불이다. 우선 정기공연 연간 2회 작품의 제작을 위한 여건이 준비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힘으로는 너무 이어가기가 어렵다. 첫째, 연극을 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중앙 무대로 진출, 지방으로 내려오지 않는 점이다. 열악한 처지의 지방 극단에 몸과 장래를 맡길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둘째, 극단을 운영하는 인적요소는 그나마 기존의 멤버들이 끌어간다 할지라도 재정적 지원을 해줄 수 있는 후원자가 없다는 것이다. 셋째, 그나마 만들어진 작품공연을 위한 공연장이 부족하다. 물론 군산시민문화회관이 그전보다 훨씬 좋아진 상태이나 우선 대관료가 정해진 조례에 의해 시행되어지는 터에 유일한 군산의 극단이지만 대관할 때 별다른 혜택은 없다. 넷째, 지방자치시대의 작은 정부인 행정관청의 관심이다. 공연 신고를 받고 홍보물 부착 인가나 해주는 것만으로 의무를 다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방정부가 지방의 문화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문화 단체들을 육성발전 하고자 하는 계획을 입안해야 한다. 통상적인 예술적 지향만으로는 관객의 급격한 변화를 유도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사회가 변화되고 문화화됨에 따라 연극에서도 다양한 동기유발과 인식전환이 요구된다. 여기에 부합되는 제도적 장치가 ‘예술행정’이란 전문성이 아닌가 한다. 이것이 토착화 되는 날에는 배우는 관객앞에서 세련된 예술의 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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