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12 | [건강보감]
망상장애
황익근․전북대의대교수 정신의학
(2004-01-29 16:26:03)
망상이란 잘못된 신념(false belief)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망상내용이 자신이 속한 사회적 혹은 문화적 배경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정한 짜임새를 갖추고 있고 조직화 되어 있을 때 체계적 망상이라고 하며 망상장애의 주증상이 된다.
보통 건강한 사람들도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될 때나 자신이 처한 주변 상황에 급작스런 변화가 있을 때 일시적으로 망상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 예컨대 직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동료가 자기보다 먼저 승진하기 위해서 자기를 모함하고 다닌다고 생각하거나 심지어 자기에 관한 불리한 정보를 상사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믿고 몹시 신경을 쓰다보면 주위 동료들이 자기만 보면 피해서 가는 것 같고 서로 수군거리는 것이 꼭 자기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등 가벼운 일과성 망상상태에 빠져 들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시간이 가면서 그런 생각이 없어진다.
그러나 망상수준이 이런 정도에서 끝나지 않고 더욱 발전해서 자기집 수화기에 누군가가 도청장치를 숨겨 놓았다거나 모종의 기관원들이 자기 뒷조사를 하고 있다거나 자기 가는 곳마다 수사관들이 배치되어 있고 무전기로 서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믿고 있는 등 망상내용이 점차 짜임새를 갖추고 체계화될 경우에는 논리적 설명이나 설득에 의해서 교정되지 않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설득하는 사람까지도 의심하며, 자신의 망상체계 속에 포함시킨다.
망상의 종류는 다양한데 예컨대 의처증이나 의부증도 우리 주변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망상장애의 일종이다. 기타 과대망상, 피해망상, 질병망상, 색정망상 등 망상의 종류는 다양하다. 요즘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물론 과거에도 그런 유사한 일들이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있겠지만) 광적인 시한부 종말론 신봉자들도 상당수는 일종의 망상장애자로 생각되는데 정신의학에서는 이를 종교망상이라고 한다. 이런 상태에 빠지면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가정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음이 분명히 드러난다 할지라도 그 모순을 전혀 받아 들이려 하지 않는다. 모든 망상속에는 자기도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뿌리깊은 콤플렉스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망상이 스트레스에 의해서 급작이 일어날 경우에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잠시 피해있거나 아니면 전문의를 찾아가서 적절한 투약을 받을 경우 극적으로 호전될 수 있지만 만성화될 경우 치료에 어려움이 많다.